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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드라마로 보는 식생활의 변화](13)질투-카레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Episode "너에게 식사 값을 지불하게 하려고 가장 저렴한 메뉴를 시켰어", "너에게 식사 값을 지불하게 하려고 가장 저렴한 메뉴를 먼저 시켰어". 대학시절 부터 절친이었던 하경과 영호는 하경의 첫 출근을 축하하면서 함께 쇼핑을 하고 레스토랑에 가서 가장 저렴한 메뉴인 카레라이스를 주문한다. 영호는 하경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마자 화장실에 간 사이에 카레라이스 2인분과 커피와 콜라를 주문한다. 화장실에서 돌아온 하경은 레스토랑 종업원에게 영호가 주문한 내용과 똑같은 식사와 음료를 주문하면서 "너한테 식사값을 지불하게 하려고 배려해서 가장 저렴한 메뉴를 시켰어"라고 말하자 영호는 속마음으로 "내가 식사 값을 지불하려고 가장 저렴한 메뉴를 먼저 시켰어"라고 화답한다. 하경은 본인이 주문하기 전에 영호가 주문한 카레가 서빙되자 음식이 나오는 속도가 빠르다면서 의아해하고 카레가 나오자마자 쌀밥에 붓는 영호를 나무란다.

'카레' 커리(curry)는 인도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소스와 스튜로 호환이 가능한 카레는 급식과 캠핑 그리고 특별한 찬이 없을 때 선호하는 메뉴가 됐다. 나름 레스토랑에서 취급하던 고급 음식이던 카레를 대중적인 메뉴로 만든 것은 오뚜기의 공이 크다.

국내에 처음 카레가 소개된 것은 1940년 경이었다. 당시엔 일본산 카레 등 수입제품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지금처럼 한국인이 흔히 즐기는 음식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1969년 5월 오뚜기가 회사 설립과 함께 '오뚜기 분말 카레'를 출시했다. 오뚜기 분말 카레는 오뚜기 '최초'의 제품이면서 우리나라에서 출시된 '최초'의 카레였다. 오뚜기는 1960년대 우리 국민은 밥을 주식으로 하면서 매콤한 맛을 즐기는 식습관을 갖고 있었다것을 착안했다. '밥 위에 올려 매콤하게 즐길 수 있는 카레라면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당시 한국인은 밥이 아닌 다른 식품을 생소해하며 멀리 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렇게 새로운 음식을 받아들일 만한 여유가 열악한 상황 속에서 오뚜기는 카레는 이색적인 맛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은 웰빙식품임을 강조하면서 소비자에게 어필했다. 카레를 생소해하는 사람도 직접 먹어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시식행사를 여는 등 다양한 홍보 전략을 펼쳤다. 결국 70년대 들어 오뚜기는 카레의 대중화에 성공했다.

'오뚜기 3분카레'는 우리나라 최초의 레토르트 제품이다. 예나 지금이나 카레는 어린이에게 인기가 많다. 당시 분말 형태로 나온 카레는 번거로운 조리 과정 때문에 레스토랑이 아니면 손쉽게 식탁에 올릴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오뚜기는 소비자가 더욱 편리하고 쉽게 카레를 즐길 수 있도록 1981년 전자레인지에 돌려 바로 먹을 수 있는 '오뚜기 3분카레'를 출시했다. 요즘에야 레토르트 제품 등 간단히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이런 제품이 각광받고 있지만, 당시엔 혁명과도 같았다. 실제로 '오뚜기 3분카레'는 출시와 동시에 많은 소비자의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첫해에만 약 400만개의 판매를 올렸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음식에 대한 식견이 넓어지면서 일본카레와 인도 본토의 카레 전문점도 생겼다. 오뚜기가 '강황'을 강조하면서 카레에는 무조건 강황이 핵심 재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ONE OF THEM' 강황은 카레에 들어갈 수 있는 수많은 향신료 중 하나일 뿐이다.

호기심이 많은 만큼 상황대처가 빠르고 영악한 일본은 ‘카레’의 매력에 매료됐다. 19세기 '혼슈 가나가와 현'의 '요코스카 항'에 정박한 영국 해군을 통해 카레를 접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해군은 영국 해군의 체력이 바로 '커리'에서 나왔다고 믿은 것으로 보인다. 커리는 일본 해군의 공식 메뉴가 되었고, 이후 일본 전역에 전해졌다고 알려졌다.

일본식 카레는 영국식 커리 가루에 밀가루와 버터를 볶아 만든 ‘루(roux)’를 사용해 좀 걸쭉하게 만들어졌다. 난이라는 밀가루 전병에 찍어 먹는 커리와 분명 차별점이 생겼다. 끈기가 생겨 걸쭉해진 카레는 쌀밥과 좀 더 조화를 이루게 됐다.


루(roux)를 넣지 않은 소스식 커리와 끈기가 생겨서 카레가 된 카레, 그리고 푸릇하다 못해 새파랗던 젊은날,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그 시절속에서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 무엇을 선택하든 본인의 몫인 이 메뉴를 누가 거부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