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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42]盛夏의 오후...머리가 쨍한 차가운 유혹 '빙수'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에어컨과 선풍기만으로 더위가 가시지 않는 한여름. 사각사각 씹히는 얼음을 급히 퍼먹다가 머리가 띵하면서 일시적인 통증이 느껴지는 Brain Freeze를 느껴본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대표적인 여름디저트로 사랑받고 있는 빙수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로마시대의 폭군이었던 네로황제는 알프스 빙하를 갈아서 꿀과 레몬즙을 뿌려 먹는 빙수 형태를 즐겼다고 한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에서 즐겨먹던 빙수 제조법을 베네치아로 가져가 전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 송나라 황제는 복날이면 꿀과 팥을 버무린 얼음을 대신들에게 하사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오늘날의 팥빙수와 가장 비슷한 것은 일제강점기를 통해서다. 일본의 가고시마 한 찻집에서 얼음 팥에 연유를 붓고 과일을 넣어 흰 곰처럼 생긴 백곰빙수 "시로쿠마"를 개발했다. 둥근 그릇에 얼음과 연유, 단팥을 담고 체리과 귤 등 과일을 얹어 먹었다.


우리나라는 빙수의 재료를 잘 섞어 먹는 반면 일본의 시로쿠마는 각각의 맛이 살아 있는 것을 선호하는 일본인의 취향으로 섞어 먹지 않는다. 1950년대에 들어서자 6.25 전쟁 이후 미군들의 군납품에 의한 연유와 초콜릿 등이 들어오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춘 빙수가 나타났다.

 

1970년 이후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빙수는 대표적인 여름간식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팥에 다양한 젤리와 시럽이 어우러진 팥빙수가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14개 직영 매장을 전부 철수했지만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1호점으로 시작한 밀탑은 우유얼음빙수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밀탑의 등장으로 빙수의 얼음을 애초에 우유나 커피로 얼린다거나 아이스크림이나 생과일 등을 얹은 빙수가 인기를 끌었다. 또, 고운 얼음 입자를 내주는 눈꽃빙수기기가 개발되면서 투박한 얼음빙수는 '추억의 옛날 팥빙수'가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도 빙수를 판매하고 빙수전문점도 생겨났다. 종류와 토핑은 더욱 다양해졌다. 부산에서 작은 카페로 시작한 설빙은 빙수라는 단일 메뉴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2013년 주식회사 법인을 설립했고 코리안 디저트 카페를 표방하고 있다. 설빙은 주력 메뉴인 인절미 설빙부터 메론빙수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10만원에 가까운 가격들을 자랑하는 빙수들도 인기다. '애망빙'의 원조 격인 신라호텔 서울의 애플망고 빙수 가격은 8만3000원으로 지난해(6만4000원)보다 약 30% 올랐다. 지난 2011년 서울 신라호텔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애플망고 빙수는 해마다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다. 2019년 5만4000원, 2020년 5만9000원, 2021년 6만4000원으로, 올해 인상률은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예약을 하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인기다. 신라호텔의 경우 성수기에는 1~2시간가량 대기해야 빙수를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몰 럭셔리를 추구하는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로 인해 가격대가 높은 빙수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편안한 곳에서 간결한 재료로 내는 기분 좋은 은은한 단 맛, 우유와 팥, 얼음과 그리고 떡, 과일이 들어가지 않아도 맛있는 빙수, 어렸을 때의 추억이 떠오르는 팥빙수가 가끔 그립다.

 

할머니표 팥빙수는 정말 시원 달콤했습니다. 어쩌면 그 팥빙수가 눈 호랑이 범벅이 아니었나 싶어요. 팥빙수의 전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