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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언박싱61]블루리본 서베이 다이닝 '로리스 프라임 립'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제 지인 중에 저와 성격이 흡사한 분이 계십니다. 비슷한 직종 때문일까요? 수 년을 지켜봤지만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사람이 한 없이 가볍고 시건방지며, 조울증에 가까울 만큼 기분의 업앤다운이 심하고 갔던 곳만 가고 먹던 것만 먹는(전문용어로 한 명만 때린다고 하죠?) 한마디로 매우 피곤한 성격의 소유자와 함께 '로리스 프라임 립'을 찾았습니다.

1930년대 미국 베버리힐스에서 오픈한 이곳은 로스트 프라임립이 가장 대표적인 메뉴입니다. 자르는 무게에 따라 캘리포니아컷(170g)부터 비프바울컷(620g)까지 다양하게 주문이 가능합니다. 결정장애까지 있는 일행과 잠시 고민을 한 후 결정한 메뉴는 로리스 와인 페어링 디너코스.

주문을 마치자 별 특징없는 식전빵과 버터가 나옵니다.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주류의 주문이겠죠. 코스에 포함된 하우스 와인을 시음한 후 한 병을 추가로 주문합니다. 제일 좋아하는 화이트 품종은 'Sauvignon Blanc'이지만 어차피 얻어먹는 처지이기 때문에 'Chardonnay'를 마셔도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크리미한 맛이 좋지만 평범한 스프에 이어 나온 샐러드는 갑자기 엄청 큰 스피닝 보울에 드레싱을 직접 버무려서 담아줍니다. 미국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별 특별함이 없는 맛입니다.

메인메뉴로 넘어가자 거대한 카트에 로리스의 시그니처 메뉴인 프라임 립 스테이크 덩어리를 주문한 Cut에 맞는 양을 직접 썰어서 제공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 모든 '수비드'방식을 좋아하지 않아요. 굽거나 튀긴 고기를 제일 좋아합니다. 물에 빠진 모든 고기는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몇 번 씹을 필요도 없을정도로 부드러운 식감이지만 전 아직 할머니가 아니라고요. 미국식 수육이라고 하면 정확한 표현일까요? 이 곳의 메뉴는 호불호 확실하게 갈릴법한 식감과 맛입니다.

 

하지만 다시 언제 올지 모를 일. 호쾌하게 칼질을 반복해 한 조각도 남김 없이 모조리 다 먹어줍니다.

그리곤 작고 귀여운 연봉을 받는 처지는 매한가지면서 "스테이크 취향이 달라도 이렇게 비싼 레스토랑을 싫어하는 여자는 없을 것"이라는 교만하기 짝이 없는 지인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제법되는 고기의 양에 레드 와인을 한 병 더 시켜야 하는 목적이 생겼고 9시면 출근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이 자리는 길어야 한 두시간입니다.

 

무엇보다 자리를 파한 후에 수신차단이라는 기능을 실행하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제가 제일 선호하는 레드와인의 품종은 'Pinot Noir'지만 남이 사주는 'Cabernet Sauvignon'도 좋아요 러더퍼드 와인 컴퍼니에서 만든 캘리포니아 와인을 하우스와인으로 판매하고 있었는데 베리향이 진하고 산미가 낮아 스테이크와 조합이 괜찮았어요.

스월링 따위는 생략하고 물처럼 마시고 있을 무렵, 디저트가 나옵니다. 맛은 뭐 다른곳에서 납품받아 제공되는 맛입니다. 덜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평균적인 맛. 재방문의사는 없지만 또 모르죠. 좀 더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르면 사람의 취향도 변할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