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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OOO밀키트엔 유통기한이 없다...위태로운 '즉석식품판매업'

‘위생기준 엄격’ 식품제조업 피해 ‘만만한’ 즉석판매업으로 온라인 판매 늘어
즉판업,유통기한 제멋대로에 식품정보도 없이 판매하기도..."규제 강화해야"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 소비자 A씨는 요즘 유행하는 밀키트전문매장에서 밀키트 제품을 구입했다. 가족들과 간편하게 한 상 차려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포장지를 뜯던 A씨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원산지가 궁금했지만 어떤 정보도 표시도 찾을 수 없었다. 원재료 함량조차 확인할 수 없어 어디서 온 어떤 식재료가 우리 가족의 입으로 들어갈지 알 방법이 없었다. A씨는 별거 있겠냐며 조리를 했지만 찜찜함은 가시지 않았다.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이하 즉석판매업)이 안전 관리 사각지대에 숨어 소비자 밥상 위생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간편식품 시장에서는 잘못 표시된 식품. 원산지 등 식품표시정보가 없는 식품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표시기준에 저촉되는 ‘생산자 마음대로’식 유통기한 표시까지 빈번해 소비자 밥상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창업시장에 핫 이슈로 떠오른 '밀키트 전문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밥, 캠핑족이 증가하면서 밀키트 제품이 인기를 끌자 온라인 시장에서 오프라인 시장으로까지 확장하는 모습이다. 창업자는 1억원 내외 창업자금으로 창업이 가능하고, 소비자는 집에서 가까운 매장에서 바로 밀키트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 보니 최근 밀키트 매장은 무분별한 오프라인 점포 확장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위생기준 엄격’ 식품제조업 피해 ‘만만한’ 즉석판매업으로

 

대부분의 오프라인 밀키트매장은 식품제조가공업에 비해 시설기준이 덜 까다로운 즉석판매업 등으로 등록돼 있다. 

 

즉석판매업은 관할 시청에 신고만으로 영업이 바로 가능하다. 마트나 백화점 등에 유통 목적으로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 소비자에게만 판매할 목적으로 제조한다. 

 

일반 식품제조가공업이 영업 전 식품을 만들기 적합한 환경인지 검사를 받고 허가를 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식품제조가공업은 영업한 후 1~6개월 단위로 자가품질 검사 등 정기적인 품질검사를 받는다. 또한 관할기관에 품목제조보고를 통해 제조방법설명서과 유통기한 설정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판매가 가능하다.

 

시설기준에도 차이가 난다. 즉석판매업은 방충방서설비, 배수설비, 환기 설비 등 정도만 갖추면 판매를 시작할 수 있다. 

 

반면, 식품제조가공업은 제조실, 포장실, 판매 공간 등을 한 곳에 이뤄지게 하지 않아야 한다. 위생구역의 경우는 즉석판매업과 다르게 벽의 형태로 분리돼야 한다. 

 

과거 흔히 볼 수 있었던 떡.건강원 등이 대표적인 즉석판매업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즉석식품, 가정간편식, 밀키트 등 시장이 커지면서 즉석판매업으로 영업허가를 받은 밀키트 전문점이나 음식점 등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즉석판매업소는 2만 5018개소에 이른다.

 

유통 관계자는 “식품제조가공업자와 즉석판매업체의 위생 안전 기준은 크게 차이가 나지만, 이들은 똑같은 식재료를 이용한, 예를 들어 감바스알아히요같은 똑같은 밀키트 상품을 만들 수 있다”면서 “하지만 소비자는 두 업체의 차이에 대한 잘 알지 못한다. 식품제오업과 즉판업은 위생사고 발생도에서 큰 격차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늘어나는 즉석판매업 관리는 잘 되고 있을까

 

푸드투데이가 즉석판매업에서 제조.유통하고 있는 식품을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관리 사각지대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최근 백화점까지 진출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한 프랜차이즈 밀키트 전문점.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과 배달을 통해 주문한 제품 어디에도 식품표시정보가 없었다. 식품의 뒷면에서 볼 수 있는 식품표시정보는 소비자들의 합리적이고 건강한 선택을 돕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제도다. 이에 따라 포장지에는 품목, 유통기한, 중량, 원재료, 영양성분 등이 표시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즉석판매업의 경우는 소비자가 매장에서 직접 사는 경우와 온라인으로 받는 경우가 있는데, 직접 사는 경우에는 개별 제품에 표시를 생략할 수 있다. 다만 별도의 표시판에 게재하면 생략할 수 있다. 온라인 제품은 소비자가 직접 받는거니까 개별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즉 소비자가 매장에서 직접 구매할 경우, 매장 내 소비자가 확인이 가능할 수 있게 보기 쉬운곳에 식품표시정보를 게재해야 한다. 택배 등으로 소비자가 직접 받는 경우에는 상품에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을 통한 경우에도 해당된다.

 

한 지방의 유명 식당은 즉석판매업을 내고 식당에서 팔던 제품을 밀키트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식당에서 판매한 밀키트의 유통기한은 '수령후3일이내'으로 안내돼 있다. 

 

이에 대해 시청 위생과 관계자는 "수령일부터 3일, 수령후 3일 이내 등의 유통기한은 잘못된 것"이라며 "식품제조가공업에서는 이렇게 유통기한을 설정하는 곳은 없다. 설령 잘못 설정했더라고 식품안전나라에서 걸러진다"고 말했다. 

 

국내 식품제조사들의 유통기한은 제조일을 기준으로 하고 이를 표기한다. 소비자는 제조일과 유통과정을 알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판매자가 편의상 수령 후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즉 해당 식당의 밀키트의 유통기한은 '식품등의 표시기준'에 어긋한 났지만 단속 사각지대에 숨어 버젓이 판매를 하고 있다.

 

현행 즉석판매업 제조품의 유통기한 설정은 자율로 맡겨져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즉석판매업은 전문적으로 유통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제조업이랑 다른 측면이 있어서 규제 수준을 달리 정해서 관리 중이고, 지금은 표시 의무화 돼 있긴 하지만 영업자가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유통기한 설정 의무화 시키면 식품제조가공업이랑 유사해 지는 측면이 있어서 다 판단해 봐야 된다. 필요성이 있는면 검토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식당도 유명세에 힘입어 즉석판매업을 내고 온라인으로 제품을 팔고 있다. 이 식당의 공간은 7.3평으로 주방과 홀이 구분되기에도 벅찬 공간에 일반음식점과 즉석판매업이 동시에 운영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음반음식점과 즉석판매업은 한 공간에 영업을 영위할 수 없다.

 

하지만 식품위생법 시설기준 적용 특례에 따라 '하나의 업소가 둘 이상의 업종의 영업을 할 경우 또는 둘 이상의 식품을 제조.가공하고자 할 경우로서 각각의 제품이 전부 또는 일부의 동일 한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경우에는 그 공정에 사용되는 시설 및 작업장을 함께 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생산 공정이 동일한 경우 작업장을 함께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식당은 이같은 특례를 적용 받았다. 특례로 즉석판매업 사업자를 추가했지만 이 식당의 전체 평수는 7.3평. 심지어 홀과 주방으로 쪼개져있다. 1~2명이 겨우 움직일 수 있는 공간에서 방문 손님을 위한 일반음식점 요리와 전국 대상의 온라인 판매를 위한 즉석판매 제조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즉석식품판매업소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식품 전문가는 "지금의 즉석식품판매업은 동네 떡볶이집이나 김밥집의 영업의 형태를 넘어 식품제조가공업과 유사한 형태를 띠며 전국을 상대로 하는 온라인 판매까지 활발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하지만 즉석판매업은 식품 단속의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어 대규모 식중독 사태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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