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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거울 명절선물...1950년대부터 코로나까지 어떻게 변했나

설탕.미원이 최고였던 60년대부터 2021년 비대면시대 반영 선물까지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민족 최대 명절 설날을 맞아 평소 고마웠던 친지나 지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전하곤 한다. 명절선물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도 한다. 명절선물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계속 변화해 왔다. 과거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 밀가루 한 봉지, 달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시대 집콕족을 위한 선물까지. 1950년대 이후 시대별로 변해 온 명절선물의 변천사를 짚어본다.<편집자주>

 


1950년대 - 모든 것이 부족했던 그 때 그 시절 '쌀'.'계란'


명절선물은 시대별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전쟁 직후 먹고살기 힘들었던 1950년대는 밀가루, 쌀, 계란 등 식료품을 주고 받았다. 지금이야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고가의 귀한 음식으로 큰 인기였다. 지금과 같은 명절 선물세트는 없었다.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것이 최고의 선물이였다.

 


1960년대 - 삼백으로 불린 '설탕 '.'조미료'.'밀가루'는 명절 최고의 선물


이때부터는 상품화된 명절 선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화려한 포장은 아니지만 라면이나 설탕, 비누 등 생필품을 중심으로한 명절선물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설탕, 밀가루, 조미료는 흰색 가루라는 뜻의 '삼백'으로 불리며 최고급 선물로 꼽혔다. 물량이 동이 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이 지난 1996년 펴낸 '광복 50년, 추석선물 50년' 자료에 따르면 1965년 최고의 인기 선물은 다름 아닌 6kg짜리 설탕 봉지였다. 당시 6kg짜리 설탕 가격은 780원. 한 개에 10원하는 라면 50개들이 한 상자보다 비쌌다고 하니 설탕이 얼마나 귀한 식품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때 백화점이 명절선물 구매 장소로 떠올랐다.

 


1970년대 - 산업화 본격화 먹거리에서 내복.와이셔츠 공산품 인기


산업화가 본격화 되면서 배고픔에서 면하게 되자 먹거리를 탈피한 선물들이 등장한다. 최고의 명절선물로 꼽히던 설탕과 조미료를 이제 왠만한 가정에서도 들여놓고 사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선물세트라는 개념이 생겨나며 포장 용기에 담긴 선물세트가 등장한다.


먹거리를 탈피한 공산품이 선물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화장품세트, 반달표 스타킹세트, 내복, 와이셔츠 등 공산품이 인기를 끌었다.  


여전히 설탕, 조미료세트도 인기가 있었지만 생활이 조금 풍요로워지면서 술, 커피, 콜라 등 기호식품도 선물로 등장, 커피는 설탕과 조미료 세트에 이어 매출 3위를 기록했다. 어린이들은 명절때마다 과자 선물세트를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다.

 


1980년대 - 한우.갈비.굴비 등 고급 선물세트 등장, 참치캔 선물세트 최초 개발


1980년대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명절선물도 고급화되기 시작한다. 한우.갈비.굴비 같은 고급 선물세트가 등장했고 양주세트 등 5만원이 넘는 주류 세트도 등장했다. 참치.과일.욕실용품 등 선물세트 개념도 본격화됐다. 1984년 동원산업은 추석명절부터 참치캔 선물세트를 업계 최초로 개발해 판매했다. 당시 30만세트 이상이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이와 함께 이전에는 명절선물로 잘 하지 않던 넥타이, 지갑, 벨트, 스카프 등 잡화용품 선물도 크게 늘어났다.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스포츠 붐이 일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도 했다. 이는 명절선물에도 영향을 미쳐 꿀.인삼.영지버섯 등 건강식품을 구입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1988년 9월 23일자 동아일보는 "꿀, 영지버섯, 국산차, 인삼 등 건강식품과 자연식품이 웃어른에 대한 선물용으로 인기"라면서 "백화점에서는 꿀+인삼, 달맞이종자유+영지버섯 등 건강식품 선물을 마련해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0년대 - 상품권 본격 발행, 고급 선물 인기 vs  IMF 사태로 1만원대 선물 선호


1990년대 들어서는 선물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중반 경기 호황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고급 선물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상품권이 본격적으로 발행되며 초중반 크게 인기를 끌었다. 상품권은 백화점 등에서 현금처럼 쓰는 등 간편하고 편리한 장점이 부각되며 새로운 명절 선물 풍토를 만들었다. 


이와 함께 강원도 자연산 송이버섯, 제주 해녀가 직접 잡은 자연산 전복과 옥돔 등 지역별 귀한 식재료가 명절선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IMF 사태로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비누세트 같은 저렴한 선물이 주를 이뤘다. 유통업체들은 가격을 대폭 낮춘 1만원대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은 식용유, 조미료 등으로 구성된 1만~1만5000원짜리 선물세트를 내놓았고 동원도 1만 4500원짜리 참치캔 세트를 내놨다.

 


2000년대 - 웰빙 시대의 개막...홍삼.수삼 등 건강식품이나 의료기기가 대세


2000년대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 열풍으로 홍삼 등 건강식품이나 의료기기가 명절선물로 주목받았다. 홍삼, 수삼 등 고가 건강식품부터 비타민 등 각종 건강기능식품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올리브유, 천연식초 등도 새로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 유기농을 찾는 이도 늘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선물세트를 구매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백화점.대형마트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하는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핵가족화 되면서 소포장된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자 유통업계는 앞다퉈 소포장 선물세트를 내놓기 시작했다. 2016년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는 5만원 이하 선물세트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2021년 - 코로나19 비대면 시대 온라인 쇼핑몰 구입 커져


지난해 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명절 선물에도 영향일 미치고 있다. 비대면 활동이 확산되면서 만나지 않고도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백화점이나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방문해서 선물을 구입하기 보다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하는 비중이 더 커졌다.


특히 한우 등 프리미엄 선물의 매출 증가가 눈에 띄는데, 이는 코로나로 고향에 가지 못하는 대신 고가의 선물을 보내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백화점이 지난달 4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진행한 설 선물세트 판매 매출은 1년 전보다 48.3% 올라갔다. 이는 현대백화점 선물세트 매출 신기록이다. 한우(55.8%)·과일(52.3%)·굴비(51.4%)·건강기능식품(49.5%) 매출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더현대닷컴·현대식품관투홈·현대H몰 등 현대백화점 온라인몰에서 판매된 설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8.3% 증가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하면서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집에서 보내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술안주 등 홈설족을 겨냥한 상품들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 최근 사람인이 발표한 설문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 63.4%가 '이번 설 연휴에 고향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이는 2019년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치로 최초의 비대면 명절이었던 작년 추석보다 높다. 또한 귀향 대신 집에 머물러 있을 예정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에 식품유통업체들은 집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상품들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설 연휴 기간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집에 머무르는 이들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 선물세트를 대거 선보였고 대상 역시 간편식으로 구성된 '청정원 집콕세트'를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명절 선물세트에는 시대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며 "장기 불황으로 5만원 미만의 중저가 선물세트가 인기였다면 최근에는 가성비에 가심비, 프리미엄, 친환경 등 다양한 소비자 취향에 맞춘 선물세트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