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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식약처.지자체, 중구난방 행정...비대면시대 떠오르는 밀키트 창업 따라가 보니

밀키트, 1인 가구 증가 및 코로나19로 집밥족 늘어 폭발적 성장
2024년 7000억원 시장규모 전망 기대...'간편조리세트' 유형 신설
컨트롤타워가 없다...식약처-지자체, 소통 불능에 기준은 제각각
"자가품질검사 대상이 아닌걸 자가품질검사 대상이라고 하니"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정확한 답변을 받고 싶으면 국민신문고에 올리거나 식약처 통합민원신고에 올리세요. 처리되는데 10일 정도 걸릴 것입니다."


즉석판매제조가공업(즉판업)을 준비하는 A씨가 던진 문의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강립)의 답변이다. 민원실에서 시작된 문의는 담당이 아니라는 답변과 함께 부서를 돌고 돌아 결국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 올리라는 황당한 답변으로 되돌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음식 주문이 확대되면서 최근 온라인 판매를 하기 위해 즉판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A씨 역시 온라인 판매를 위한 즉판업, 밀키트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식약처와 지자체 간 소통 불능과 일원화되지 않은 행정체계에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도 하기 전에 지쳤다.

 


◇ 비대면시대 떠오르는 밀키트 창업..따라가 보니


A씨는 창업을 위해 가게를 얻고, 내부 시설을 마쳤다. 이후 건축물대장, 건축도면, 위생교육 수료증, 건강진단결과서, 제조방법설명서 등 서류를 챙겨 지자체 위생과를 방문했다.


검토결과, 온라인 판매를 위해 구성한 메뉴의 식품유형은 모두 ‘즉석조리식품’으로 분류됐다.


문제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영업신고가 난항을 겪기 시작한 것은 이 지점부터다. 메뉴 중 4가지에 돼지고기가 포함됐고, 해당 지자체 위생과 담당자는 “식육이 들어간 메뉴는 모두 자가품질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기함량이 60% 이하(분쇄육 50%이하)는 즉석조리식품이며, 이를 초과할 경우 축산물로 취급된다.


자가품질검사대상이 되면 9개월 마다 1회 이상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상 메뉴당 5개의 샘플을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약 10일 정도 소요되며 비용부담이 따른다. 


집으로 돌아온 A씨는 즉석판매제조가공 대상식품 및 자가품질검사항목을 살펴보던 중 의아한 문구를 발견했다. ‘식품유형 중 즉석조리식품의 자가품질검사 기준은 ‘순대류’만 해당한다‘는 문구다. 자신의 메뉴에 순대는 없다. 


A씨는 정확한 기준을 듣기 위해 식품 관련법을 관장하는 식약처에 연락했다.

 


◇'이 부서에서 저 부서로' 식약처의 핑퐁게임에 "지친다 지쳐"


민원실로 전화했다. 민원실에서는 자가품질검사 기준 업무 당담부서라며 OO부서로 연결해 줬다. 하지만 OO과는 담당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 ㅁㅁ과로 넘겼다. 1시간 넘게 연결이 되지 않던 ㅁㅁ과와 어렵게 통화됐으나 답변은 황당했다.


“선생님 죄송한데요. 자가품질검사 기준 관련해서는 OO과에서 하고 있거든요”
“OO과에서 자기네 업무 아니라고 ㅁㅁ과에 문의하라고 해서 전화드린건데, 도대체 자가품질검사 담당과는 어딘가요?
“그러시면 국민신문고나 식약처 통합민원신고에 민원을 넣으면 해당과에서 보고 답변을 달아줍니다”


돌고 돌아 A씨가 얻은 답은 식육 함량이 전체 구성재료 중량의 60% 이하(분쇄육인 경우 50% 이하)인 경우는 즉석조리식품으로 자가품질검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식육의 함량과 상관없이 자가품질검사 대상이라는 지자체의 답변과 달랐다. 자자체 답변과 다르다고 하니 식약처는 판매 메뉴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자자체에 확인하라고 했다.

 


◇다시 원점으로..지자체 “밀키트는 처음이라”


A씨는 식약처에서 받은 답변을 토대로 지자체에 재문의했다. 식약처에 확인했다는 말에 지자체 담당자는 영업허가를 내 줬던 날과는 다른 답변을 했다. 즉석조리식품이라면 식육 함량이 60% 이하일 경우는 자가품질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밀키트에 대해 잘 몰라서”


밀키트 시장은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 여파로 외식 대신 집에서 밥을 먹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밀키트는 조리 가능한 형태로 잘라지고 손질돼 간단한 조리로 서빙이 가능한 형태로 소스와 양념과 함께 배달된다. 최근의 밀키트는 채식주의, 비건, 글루틴프리, 유기농, 체중감소, 팔레오, 어린이용, 당뇨치료식 등 다양한 식이요법을 하는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맞게 준비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000억원 규모인 밀키트 시장은 2024년 7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식약처는 간편조리세트(밀키트) 유형을 별도로 신설하고 나섰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맞춰 법은 진화하고 있으나 이를 담당하는 식약처와 지자체 간 소통 불능과 일원화되지 않은 행정체계는 여전한 것이 현실이다.


해당 지자체는 지방 소재 지자체로 밀키트에 대한 허가는 처음이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밀키트의 식품 유형이 새로 신설된 '간편조리세트'라는 것도, 해당 개정고시의 시행일이 2022년 1월 1일로 내년 12월까지는 식품유형을 간편조리세트로 변경해야 한다는 점도 안내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가품질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제품을 자가품질검사 대상이라며 일원화되지 않은 행정 실태를 보였다.


A씨는 "식약처 말 다르고, 지자체 말이 다르니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식약처는 이 부서 저 부서 전화를 돌리더니 결국 돌아오는 답이 국민신문고에 문의하라는 것이였다. 지자체는 더 가관이었다. 식약처에 확인 후 재문의하니 처음 허가때와는 완전히 다른 답변이 나왔다. 식품 인허가는 지자체 담당자에 따라 복불복이란 말이 실감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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