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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점검] 코로나19시대 '학교급식'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개학 연기로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 농가.업체 시름 깊어져
장경주 교육학 박사 "달라진 상황 맞게 학교급식법 개정해야"
"직영운영 일반화 된 현 상황 급식 질 다시 문제 제기돼"
핀란드 위탁급식 운영 사례 소개...완성품 형태로 학교에 배달
"위탁.직영급식 문제점 개선하는 제3의 방식 논의해야"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학생이 없는 학교'라는 이전에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여러 차례의 개학 연기로 학교급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학교급식이 중단된 상황 속에서도 혼란은 계속 됐다. 학교급식 납품이 중단된 친환경 급식 계약재배 농가들은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식수 감소에 따른 소량 납품 업체를 찾아 헤매야 했다.


여기에 학생이 없는 학교에서 교직원을 위한 '급식을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또 한번 논란을 일으켰다. 현행법상 ‘교직원만을 위한 급식’은 위반이다. 학교급식법 제4조(학교급식 대상)에 따르면 “학교급식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 또는 학급에 재학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학교급식 관련 규정에 따라 세금으로 구축.운영하는 조리시설은 목적 외에 사용할 수 없고 조리 종사자 또한 학생 대상 급식 외에는 투입해서는 안된다.


이같은 논란은 학교에 학생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 등교하지 않고 학기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것은 이제 우리가 받아야들여야할 미래 교육환경의 하나가 됐다.


그렇다면 학교급식도 새로운 교육환경에 맞춰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장경주 교육학 박사는 강민정 의원이 지난 21일 개최한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교육환경에 따른 학교급식법 제4조 개정의 의미와 역할’ 토론회에서 "달라진 상황에 맞는 법 개정을 통해 학교에서 불필요한 갈등과 불신이 커지는 것을 막고 더 나은 교육활동을 위해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하며 협력이 가능할 수 있는 환경을 하루 빨리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박사는 학교급식 개선을 위한 제안으로 위탁으로 학교급식을 운영하고 있는 핀란드의 사례를 소개했다.


핀란드의 학교급식은 지방자치단체가 급식업체들과 계약해 공급한다. 학교에서 조리되지 않고 급식을 담당하는 국민 식품기업, 공기업이 완성품 형태로 학교에 배달한다. 때문에 학교에서는 별도의 조리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다. 


장 박사는 "핀란드의 교장은 우리나라 교장과 달리 식중독 사고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핀란드 교장은 학교 시설의 안전 등 큰 사고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 대신 교사들에게 행정업무가 가지 않도록 교감(규모가 큰 경우 있음), 교장의 수행비서와 함께 행정업무를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학교 급식을 담당하는 국민 식품 기업, 공기업의 관리는 개별 학교가 아닌 상급 지방정부가 맡는다. 핀란드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교육청과 지방정부가 분리돼 있지 않고 교육은 지방정부조직의 일부이다. 급식의 질 관리는 개별 학교가 아닌 공동으로 이뤄지며 다양한 메뉴 개발도 공동으로 이뤄질 수 있는 구조다.


장 박사는 "현재 우리나라 학교 급식에서 무상으로 지원되는 학생들 급식비는 동일하지만 영양사, 영양교사가 누가 오는가, 조리종사자들이 영양사, 영양교사들과 업무 협조를 잘 하는가에 따라 학교 급식의 질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 상황에서 학교 마다 '극과 극'처럼 다른 학교 급식의 문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과거 학교급식은 직영이 아닌 위탁으로 운영됐다. 1990년대 후반 학교급식이 보편화되기 시작했고 많은 학교들이 전문업체에 위탁으로 맡겼다. 그러다 2006년 6월 서울시내 25개 학교에서 대규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면서 7월 초.중등학교의 모든 학교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하는 '학교급식법'이 개정됐다. 이후 초.중.고의 대부분이 직영으로 전환됐다. 


직영으로 운영되면 회사의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질이 낮은 재료를 사용하는 문제를 줄이면서 재료비에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어 안전하고 질 좋은 학교 급식을 학생들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장 박사는 "직영운영이 거의 일반화돼 가는 현 상황에서 현재 학교급식의 질에 대해 다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반조리 냉동식품, 가공육 등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급식의 질이 과거 위탁급식 상황과 비슷해져 가고 있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위탁 급식, 혹은 현재의 직영 급식의 문제를 개선하는 제3의 방식을 논의해 볼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에도 학급수가 매우 작은 경우 조리를 해당 학교에서 직접 하지 않고 인근 학교에서 같이 만들고 해당 학교에 완성품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면서 "필요한 경우 몇 개의 학교들을 묶어 공동으로 학교급식을 만들고 공동식단을 운영하고 완성품을 학교에 가져다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상급청이 급식의 질을 관리하는 핀란드 방식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장 박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예기치 않게 다가온 새로운 교육환경은 학교가 가진 문제를 드러내는 계기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기존의 문제점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학교급식법 4조 개정이 아니어도 학생을 교육하는 학교, 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사의 교육활동 지원을 중심에 두고 학교 구성원이 협력적으로 역할을 다해 준다면 학교 급식을 둘러싼 갈등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