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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쓰레기 사회①] 대한민국은 왜 폐플라스틱을 수입하게 됐을까?

국민 1인당 연간 비닐봉투 460개, PET병 96개, 플라스틱 컵 65개 사용
코로나19로 다시 증가한 배송.배달음식 등 식품용 일회용품 포장재
플라스틱 유해성...납.카드뮴, 프탈레이트 등 수백 종류 첨가제 함유
플라스틱 재활용률 23% 불과...다양한 색.재질, 라벨.이물질 때문에
용기 두께 줄인 CJ '햇반', 생수업계 최초 라벨 없앤 롯데칠성 '아이시스'
유해물질 뺀 친환경 인쇄기술 적용 SPC '빵 포장' 등 친환경 포장 잇따라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고 외치는 정부, 하지만 대한민국은 폐플라스틱 수입하는 나라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색과 재질의 국내 폐플라스틱은 라벨도 떨어지지 않고 재활용이 힘들어 깨끗한 해외 폐플라스틱을 사와 솜이나 실을 뽑아내는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현실. 기업의 친환경적인 포장 기술의 도입과 일상 속에서 일회용품을 줄이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에 푸드투데이는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 현황 및 국내 식품업계 친환경 포장 실태를 살펴보고 유명무실한 재활용 등급제의 문제점, 친환경 식품포장에 대한 소비자.업계의 인식 등을 4편에 나눠 살펴보고, 마지막 5편에서는 일회용품 사용량 체험기를 통해 일상 생활 속에서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비닐봉투도 플라스틱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닐봉투 사랑은 대단하다. 재래시장이든, 대형마트든 어느 장소에서나, 어떤 물건이나 비닐봉투에 담는다. 비닐봉투 없이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이같은 비닐봉투 애정으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비닐봉투 사용량은 무려 460개나 된다. 플라스틱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택배나 배달음식 등 일상생활에서 비닐봉투가 담을 수 없는 품목은 플라스틱이 차지하고 있다. 


16일 그린피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소비하는 비닐봉투, 페트병, 플라스틱 컵을 합치면 연간 11.5kg에 달한다. 이를 세부적으로 나누면 비닐봉투 460개, PET병 96개, 플라스틱 컵 65개가 된다. 세상 무엇보다 가벼운 존재였던 비닐봉투가 이제는 우리게에 그 어떤 물건보다 무거운 존재가 된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많은 양의 비닐봉투를 쓰면서도 비닐봉투는 플라스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비닐봉투도 플라스틱에 속한다.


비닐봉투와 플라스틱을 남발하는 사이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매년 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하루 평균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2013년 3950톤에서 2015년 5193톤, 2017년 5852톤, 2018년 6375톤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일회용컵 및 비닐봉투 사용량을 35% 줄이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18.5.10.)'을 마련해 추진 중에 있다. 


또한 우리나라 생활 플라스틱 폐기물의 57%를 차지하는 포장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포장된 물건을 이중으로 포장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재포장금지법’(「제품의 포장 재질‧포장 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2021년 1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식품.외식 분야는 플라스틱, 종이, 비닐, 스티로폼 등 다양한 형태의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어 변화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1인 가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식품 배송과 배달음식의 확대로 식품용 일회용 포장재 사용량은 다시 늘어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비닐 폐기물과 플라스틱 폐기물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1%, 15.16% 증가했다. 일부에서는 이 상태라면 정부가 세운 '2022년까지 일회용품 사용량 35% 감축' 목표는 달성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플라스틱은 왜 인체에 유해할까?


플라스틱은 수백 종류의 첨가제가 합쳐져 만들어진다. 인위적으로 첨가제를 첨가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유해물질도 들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납.카드뮴같은 유해한 중금속, 프탈레이트, 비스페놀A, 브롬화난연제 등이다. 


납.카드뮴은 플라스틱 제조 과정에서 안정제로 사용되며,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된다. 프탈레이트는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알려져 있다. 납과 카드뮴 역시 기준치를 넘으면 지능 저하, 생식 질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중추신경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비스페놀A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감소시켜 무정자증, 발기부전 등을 유발하고 성조숙증, 유방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롬화난연제는 가전제품과 합성수지로 만든 물건이 불에 잘 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용됐는데 TV, 컴퓨터 등 가전제품과 매트리스.쇼파 충전재, 카펫 안감 등에 들어 있다. 간과 갑상선, 신경발달과 유아의 정상적 뇌발달을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리수거율이 높으면 재활용률도 높을까?


국내 쓰레기 종량제 및 분리배출 제도가 본격 도입된 것은 1995년부터다. 쓰레기 종량제 시행 당시 쓰레기를 돈 내고 버려야 한다는 것에 불만이 야기됐지만 현재 국내 분리수거율은 61%에 이른다. 분리수거 실행률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독일 다음으로 분리수거를 잘 하는 나라다.


하지만 이 분리수거율이 실제 재활용률은 아니다. 2017년 국내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재활용은 약 23%에 불과하다.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저조한 이유는 다양한 색과 재질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떨어지지 않는 라벨과 이물질이 묻어 폐플라스틱은 수거-선별-재질구분-파쇄-세척-압척-성형 등 재활용 전처리 과정이 힘들다. 


반면 해외 폐플라스틱은 단일 재질에 투명한 데다 깨끗한 상태라 처리 비용도 적게들 뿐 만 아니라 재활용이 쉽다. 그렇다 보니 국내에 폐플라스틱이 산더미처럼 쌓여가도 있어도 해외에서 폐플라스틱을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 

 


#플라스틱 저감화에 나선 친환경 식품기업은?


눈 앞에 쌓여가는 일회용품을 보며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환경을 넘어 생존의 문제라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범람하는 일회용품 속에서 플라스틱 프리를 선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식품 포장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에 식품.외식업계에서는 식품 포장 용기를 친환경 포장재로 바꾸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지속 가능한 포장이란 환경에 위해를 주는 요소를 최소화시켜 환경 영향이 저감되도록 개발한 포장재다.


음료와 주류업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페트병은 재활용이 어려운 화려한 색상과 필름 라벨 부착에서 벗어나 무색, 무라벨 또는 라벨 제거가 편리한 형태로 개선되고 있다. 각종 플라스틱 용기의 경량화와 생분해 용기의 사용 또한 눈여겨볼 점이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 '햇반' 용기 두께를 줄여 연간 약 340톤(t)의 플라스틱 감축과 550t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거뒀다. 햇반 외에도 백설 고급유 패키지 리뉴얼을 통해 유색 페트(PET)병을 투명한 색으로 변경하고 제품 라벨을 ‘수분리성 점착제’로 붙여 재활용성을 높여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 약 111t을 줄였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초 생수업계 최초 라벨이 없는 '아이시스 8.0'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라벨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제품명을 페트병 몸체에 음각으로 새겨 넣고 상징색인 핑크색을 병뚜껑에만 적용했다. 롯데칠성은 무라벨 생수를 통해 올해 약 540만장(무게 환산 시 약 4.3톤)의 포장재 발생량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원F&B는 명절 참치캔 선물세트 구성품 위치를 재배치해 간격을 최소화하고 사용되는 플라스틱 무게를 평균 20% 감축했다. 합성수지로 제작하던 선물세트 가방 및 손잡이도 종이로 교체해 재활용률을 높였다.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다양한 색감을 활용하던 과자 포장도 간결해지기 시작했다. 화려한 과자, 빵 포장지에는 '톨루엔'이라는 물질이 들어가 있다. 유해물질인 톨루엔은 다양한 색의 잉크가 선명하게 인쇄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SPC그룹은 이 톨루엔 등 유해물질을 쓰지 않고도 좋은 색을 낼 수 있는 포장재를 개발해  빵을 감싸는 포장 비닐에 친환경 인쇄기술 접목했다. 이 기술은 현재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SPC삼립 등 SPC그룹 계열 브랜드 3600여 개 제품에 모두 사용하고 있다.

 


오리온은 친환경 '플렉소' 방식의 인쇄설비를 활용해 과자 제품 속포장재를 생산하고 있다. 플렉소 인쇄는 기존 그라비어 인쇄와 달리 양각 인쇄방식을 통해 잉크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환경 친화적 포장재 생산 방식이다. 이 방식은 '포카칩' 포장재와 '배배', '초코송이' 등 낱개 속포장재에 적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존 플라스틱을 이용하던 포장재를 종이로 대체하거나, 종이 포장재가 자연에서 보다 빨리 생분해 될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며 "기업의 친환경 경영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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