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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 35년 된 유통기한 표시제 사라진다

식약처, 12월 법률 개정 통해 소비기한 도입..."식품 폐기량 감소"
산업계, "보관방법 준수, 온도관리 등 대국민 홍보.교육 우선돼야"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우유 +50일, 크림빵 +2일, 냉동만두 +25일, 슬라이스 치즈 +70일, 식빵 + 20일, 계란 +25일. 이 숫자들은 소비자들이 흔히 알고 있는 '유통기한'이 아닌 '소비기한'이다. 


유통기한은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최종일. 소비기한은 식품을 소비할 수 있는 최종일로 앞으로 시중 제품에서 유통기한 표시는 보기 힘들 전망이다. 정부가 소비기한 도입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비기한 도입으로 인한 기대효과로 식품 폐기량 감소, 국내 수출제품의 신뢰도 향상 등을 들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소비기한 표시 도입을 찬성한다면서도 소비기한에 대한 국민적 인식 개선과 유통환경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는 24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제2회 식·의약 안전 열린 포럼 2020'에서 소비기한 도입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오는 12월 법률 개정 추진을 통해 소비기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날 포험에 참석한 최종동 식약처 식품표시광고정책TF 과장은 "우리나라는 유통기한을 사용하는 반면 선진국 등에서는 소비기한을 사용한다"며 "EU, 호주, 일본 등에서 소비기한 도입했고 CODEX는 유통기한을 식품 폐기시점으로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있어 유통기한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지난 1985년 유통기한 표시제를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사용 중이며 유통기한 경과제품 사용 및 보관 등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유통기한은 식품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식품 폐기물을 증가시켜 심각한 경제적 문제와 환경오염 증가를 유발한다. 


최 과장은 "유통기한 도입 당시에는 유통환경이 미흡해 안전계수를 충분히 높게 적용하지 못했으며 이러한 관행이 유통환경이 개선 된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며 "부패시점 대비 짧은 유통기한 설정으로 과도한 식품폐기 손실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소비자 다수는 유통기한이 지나면 '팔 수 없으므로 먹을 수 없다"거나 '상하거나 미생물이 작용하는 기한'으로 해석해 유통기한이 경과한 식품을 사용하지 않고 폐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1일 음식물쓰레기 처리 분량은 1만5000톤이며 처리비용만 연간 1조원대에 이른다. 국민 1인당 하루에 버리는 쓰레기 930g 중 음식물쓰레기가 40%나 차지하고 있다.


식약처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먹지 않고 폐기해야 한다’는 설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56.4%나 되고,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33.4%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소비자에게 명확한 정보제공 측면과 국제적인 조화를 위해서라도 소비기한 도입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U와 호주는 식품별로 품질유지기한, 소비기한을 표시하고 있으며 일본도 품질유지기한(상미기한)과 소비기한으로, 미국 역시 식품별로 연방규정, 주규정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다. 


부패 변질 우려에 대해서는 "유통기한이 경과해도 품질에 이상이 없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 과장은 "소비기한은 유통기한 경과 후 섭취가능 일수"라며 "보관조건 준수 시 일반세균수, 대장균군, 곰팡이 등 미생물 부패변질 검사 결과 유통기한 경과 이후 크림빵 2일, 생면 9일, 액상커피 30일, 치즈 70일까지 섭취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식약처는 안정적 제도 도입을 위한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12월 '식품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최 과장은 "판매자 중심의 유통기한 표시에서 소비자 중심의 소비기한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하고 "소비기한 개념, 식품 보관방법 등 관련 소비자단체 등과 연계한 교육.홍보를 통해 소비자 인식 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계는 소비기한 표시제도에 찬성하면서도 도입 전 소비기한 개념에 대한 인식 개선 등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송성완 한국식품산업협회 이사는 "소비자 중심의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은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산업계는 사전에 면밀한 준비와 검토가 없이 (소비기한 도입)이뤄지면 품질에 대한 소비자 클레임이 증가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시행착오 없이 연착륙 하기 위해서는 "보관방법 준수, 온도관리 대국민 홍보.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비기한 개념에 대한 인식 개선이 반드시 선행되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식품기업들이 소비기한 설정에 있어 안전계수를 유통기한 보다 높게 적용할 수 있는 유통환경을 제공해줘야 한다"며 제도적 조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어 "유통환경에 사전에 변화되지 않고서는 기업에서는 안전계수를 유통환경과 동일하게 적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콜드체인시스템의 관리방안, 냉장온도의 강화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병행표시에 대해서는 "소비기한으로 단일표시가 돼야 한다"며 "병행표시 경우 면적이 적은 제품의 경우 표시 공간이 부족하고 병행표시에 따른 설비를 추가해야 해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