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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2]이맛에 산다...한국인의 소울푸드 '치킨'

통닭에서 후라이드,양념,간장양념 등 KFC.BBQ.교촌 등 프랜차이즈 업계가 트렌드 주도
국내에 3만개가 넘는 치킨전문점 존재... 각 브랜드마다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져
퇴직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생계형인 ‘기승전치킨집’ 공식만들며 창업자 늘어난 영향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한국 직장인에게 치킨과 맥주 '치맥'은 친구같은 음식이다.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는 툭하면 "치맥(치킨에 맥주)이 먹고 싶다", "눈 오는 날엔 치맥이다" 등 치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모든 사람들이 등을 졌을때 천송이는 맥주 한모금에 치킨을 베어물며 "인생사 뭐 있어"를 내뱉으며 아둥바둥 살아온 지난날과 자신을 다독인다.

 

스포츠 경기와 개표방송처럼 장시간 긴장과 집중을 요하는 행사에서도 치킨은 빠지면 안될 메뉴다. 배달의 민족에 따르면 지난해 U-20 월드컵 결승전 당시 치킨 주문이 평소의 3배 가까이 치솟았다고 한다.

 

치킨은 어떻게 우리의 '베프'가 됐을까. 미국은 치킨의 종주국이다. 부족한 음식으로 늘 배고팠던 남부의 흑인 노예들이 백인 농장주들이 버렸던 닭목과 날개를 튀겨먹기 시작했고 흑인들의 소울푸드가 됐다. 하지만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entucky Fried Chicken)'이 창업하면서 남부의 대표적인 메뉴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 KFC의 미국 본사가 1983년 두산그룹과 기술 자격 및 기술적 지원 협정(Technological License&Technical)을 했고 다음해 한국에 종로에 매장 1호점을 냈다. '통닭'이 전부였던 한국에 치킨파우더 튀김옷을 입은 미국식 프라이드치킨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며 치킨의 새 역사를 쓴 순간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초반 명동영양센터에서 파는 전기통닭구이로 치킨을 판매했었다. 10년이 지나고 1971년 저렴한 해표식용유의 등장은 시장통닭의 신세계를 열어준 일등공신이었다.

1977년 한 백화점의 지하매장에 개업한 '림스치킨'은 통으로 판매하던 '통닭'을 조각화해서 판매한 최초의 브랜드지만 소비자들은 대기업인 두산에서 운영한 KFC의 매장에서 조각치킨을 대중적으로 접하게 됐다.

 

1978년에는 멕시칸치킨이 창업되며 'K-치킨'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양념치킨이 나오게된다. 양념치킨의 탄생과정에서 갑을박론은 있지만 멕시칸치킨의 윤종계대표는 손님이 후라이드 치킨을 남기는 광경을 지켜보며 후라이드의 느끼함을 잡을 수 있는 치킨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양념치킨을 만들어냈다. 

 

1980년대 초중반이 되면서 양념치킨을 대표메뉴로 강조하는 페리카나 체인이 생기고 후라이드.양념 반반이라는 공식도 생겨났다. 치킨업계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며 배달경쟁과 치킨광고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88올림픽과 아시안게임으로 성공적으로 치뤄내며 경제가 급성장하게 되자 치킨을 소비하는 소비층도 자연스레 늘어난다. 1989년에는 '처갓집','이서방'과 같은 치킨 프랜차이즈가 생겨나고 흥행에 성공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게된다. 이때만해도 후라이드보다 양념치킨이 대세였다.

 

1996년, BBQ가 등장한다. '황금올리브유 치킨'으로 논란과 센세이셔널을 일으켰던 BBQ는 양념치킨의 대세를 다시 후라이드로 변화시킨다. 어느 한쪽이 곪으면 황금기를 맞는 한 곳이 존재하는 것이 세상 이치.  BBQ는 대기업들도 휘청거리는 IMF에도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 IMF 인한 정리해고와 희망퇴직 바람을 타고 가맹점 수를 늘리며 급성장한다.

 

BBQ는 여세를 몰아 당시 큰 인기를 끌던 1세대 걸그룹 '핑클'을 광고모델로 발탁, 치킨업계 최초로 아이돌 모델로 내세웠다. 월드컵이 열린 2002년도 치킨업계에서 중요한 해였다. 치킨집과 집에서 맥주와 치킨을 시켜놓고 축구를 관전하는 유행이 짧은시간에 빠른속도로 번졌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1만개 내외였던 치킨집이 월드컵을 기점으로 약 75%가 상승한 2만 5천여개로 증가하게 된다.

월드컵으로 치킨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다시 치킨전문점의 창업열풍이 불었으며, 이때 치킨과 맥주의 마리아주인 '치맥'이라는 신조어가 생긴다. 사실 1970년대까지 맥주는 막걸리나 소주에 비해 훨씬 비싼 술이었고, 1980년대 통기타 음악이 흐르는 생맥주집을 거쳐 1990년대에는 소비자들의 삶에 파고들었지만 여전히 소주나 막걸리가 가진 서민적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치킨과 맥주를 함께 취급하는 업장이 늘어나고 맥주가 대중화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 맥주와 치킨을 함께 먹는 문화인 '치맥'이 등장한다. 2003년에는 교촌치킨이 생겨나면서 후라이드와 양념 중심이던 치킨에 간장을 입혔다.

 

2010년에는 굽네치킨이 론칭되며 치킨을 오븐에 넣었다. 5년 후인 2015년, 구운치킨에 매운맛인 볼케이노 소스를 발라 2000마리를 팔아치우며 치킨업계에 빨간맛 열풍을 몰고왔다.

 

현재 치킨전문점은 처갓집양념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페리카나, 지코바양념치킨, 멕시칸치킨, 자담치킨, 또래오래, 땅땅치킨, 또봉이통닭, 깐부치킨, 디디치킨, 훌랄라치킨, 오븐마루치킨, 마파치킨, 웰덤치킨, 네네치킨, 아웃닭 등 3만개가 넘는 치킨전문점이 존재한다.

 

수 많은 브랜드가 존재하는만큼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치킨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를 공략하고 있다. 굽네치킨은 이로써 홍콩, 중국, 일본, 마카오,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8개 국가에 진출해 성업중이며, '이경규 치킨'으로 유명한 돈치킨은 2025년까지 해외 매장 500개가 목표다.

 

'K-치킨', 외국인들의 '치맥'을 꿈꾸는 한국의 치킨로드는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