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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세계화, 빛좋은 개살구

농식품부·한식재단, 성과없는 수백억 돈잔치

한식 세계화는 한식 가치에 주목해 음식을 통한 한국문화의 세계 전파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은 자국 음식의 세계화에 성공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했다. 한식 세계화는 경제적 의미와 함께 한국이라는 국가의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서규용),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광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재수), 한식재단(이사장 양일선),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원장 유병린) 및 청와대 대통령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범정부 차원으로 추진된 ‘한식 세계화 사업’은 막대한 예산에 비해 구체적인 성과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정부는 ‘한식 세계화 사업’을 위해 4년간 769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고, 2013년에도 188억5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반면 2013년 복지예산을 살펴보면, 어린이집 교사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에 252억원, 최중증 장애인 활동지원에 615억원, 지역아동센터 방과후돌봄 운영비지원에 11억원,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에 294억원만이 책정돼 있다.

◆ ‘한식 세계화 사업’ 추진과정
‘한식 세계화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2008년 3차례의 포럼을 통해 그해 11월 “한식을 2017년까지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하겠다”며 세계화를 선포한 뒤 농림수산식품부 주관으로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09년 한식 산업화·세계화 추진전략 발표 후 같은 해 5월 정책을 추진할 민관합동기구인 ‘한식세계화추진단’이 출범했고,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명예회장에 취임했다.

이어 2010년 3월에는 한식 세계화 사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한식재단’이 설립됐고, 정운천 전 농식품부 장관이 이사장에 선임됐다.

이듬해 2011년 7월 한식재단 이사장에 양일선 연세대 교학부총장 선임됐고, 11월에는 ‘외식산업 진흥법’까지 제정됐다.

하지만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의 부재와 예산 대비 성과 부진의 비판이 일면서, 2012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한식재단의 수십억원 예산 전용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러한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청와대는 2012년 12월 한식 세계화 유공자 초청 오찬을 열었다.
◆ 마스터플랜 부재, 예산 낭비
‘한식 세계화 사업’ 연도별 예산 집행금액을 보면 2009년도 89억원, 2010년 195억원, 2011년 269억원이 이미 집행됐고 2012년 집행 예산은 219억원으로 총 769억원에 이른다.

한식 세계화 사업은 800억 원에 가까운 막대한 예산이 책정된 매머드급 사업임에도 명확한 마스터플랜이나 장기적인 로드맵이 마련돼 있지 않은 채 분위기에 휩쓸려 사업이 진행됐다. 

실제로 플래그쉽(최고급, 일류) 한식당 개설사업을 하겠다고 뉴욕에 식당을 매입한 후 민관 공동 투자방식으로 사업비 50억 원을 반영해 추진하다가 무산됐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다음해 한식 세계화 사업 예산이 줄어들 것을 염려한 나머지 이 사업에 배정한 50억원을 ‘한식 세계화 연구용역’과 ‘한식 사이트 개발’에 전용했다.

결국 매년 100억원 안팎의 예산을 지원받는 한식재단 홈페이지 개편에만 10억원이 넘는 별도 예산이 소요되는 등 사업 운영에 따른 과도한 예산이 사용됐다.

한식재단 자체도 잦은 이사 교체, 높은 직원 이직률, 무리한 한식랜드마크 사업 추진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게다가 정운천 전 한식재단 이사장이 석좌교수로 임명된 전북대에 연구용역을 배정한 의혹마저 불거졌다.

◆ 한식 인프라 구축 미비, 이벤트성 홍보 치중
또, 법·제도 마련 등 한식 산업 인프라 구축 등 근본적인 대책 대신 홍보나 단발적인 이벤트성 사업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식 세계화 실무를 주도한 한식재단의 2010~2011년도 사업비 중 홍보예산 비율은 48.3%에 이른다.

농식품부는 2011년 6월 할리우드 스타 브룩 실즈가 뉴욕의 한인마트에서 고추장의 성분을 살펴보는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며 홍보했지만, 이 사진은 정부가 해외홍보 사업차 실즈를 모델로 써 연출한 것으로 드러나는 촌극도 벌어졌다. 

◆ 조리사 교육 지속성·체계성 부족, 실적 위주 운영
정부는 한식종사자 재교육과 정규교육을 통한 미래 인재 육성을 계획했다.

이에 따라 스타 요리사 등 연간 250명의 종사자 교육 및 2개 대학, 2개 전문대학, 1개 특성화고의 한식조리 특성화 학교 지정을 통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일본 핫토리 및 미국 드렉셀대 등 국외 유명 요리학교에 한식강좌를 개설하고 국외 한식당 종사자 및 재외공관 조리사를 대상으로 조리 및 스토리 등을 교육했다.

그러나 이런 교육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실적 위주의 운영이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었다. 

◆ ‘한식 세계화 사업’, 결국 감사원 감사
결국 ‘한식 세계화 사업’은 그 동안 ‘영부인 사업’으로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논란이 되다 정권 말기에 감사원 감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 열리는 임시국회 본회의 통과가 아직 불투명하지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이하 농식품위)에서 그간 지속적으로 문제를 삼았기 때문에 본회의 통과는 희망적이다.

국회 농식품위는 “한식세계화 지원 사업의 집행 부진, 연말 사업내역 변경 집행 등과 관련해 농림수산식품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식재단 및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을 대상으로 감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감사 사항은 ▲한식세계화 지원 사업예산의 연례적 집행 부진, 예산 운용 및 사업의 효과성 ▲2011년 한식재단의 ‘뉴욕 플래그쉽 한식당’ 개설비 50억원이 당초 예산 내역대로 사용되지 못한 사유 등이다.

그간 국회 농림식품위 소속 여야의원들은 “범정부 차원에서 2009년 시작된 ‘한식 세계화 사업’이 구체적인 성과도 없이 총 769억원의 막대한 예산만 소모하고 있다”며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여야의원들은 “한식 세계화사업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및 청와대 대통령실이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매머드 급으로 구성됐지만 명확한 마스터플랜이나 장기 로드맵조차 수립하지 못한 채 무계획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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