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인삼은 한방의학에서 수천 년 동안의 경험에 의해 그 약효가 특출한 것으로 인정받아 왔다.

도홍경의 신농본초경(488~496년)에 의하면 ‘인삼은 주로 오장을 보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경계(驚悸)를 멈추게 하고 눈을 밝게 하며 머리를 지혜롭게 하고 오랫동안 복용하면 수명(壽命)을 연장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인삼의 효능에 전 세계가 주목하면서 세계 인삼 시장 규모는 약 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매년 증가 추세다.

중국과 캐나다의 경우 인삼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세계 인삼 생산량의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재배지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호주와 뉴질랜드는 우리나라 인삼 종자를 가져다 대규모 재배를 추진 중에 있으며, 프랑스는 인삼을 지난 1994년부터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등 세계는 인삼전쟁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본지는 우리민족과 역사의 궤를 함께 해온 인삼의 효능과 산업적 가치를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 농촌진흥청 인삼과 연구진들의 기고문을 순차적으로 연재한다.

첫 번째로 ‘인간과 인삼, 우리민족과 고려인삼’에 대해 농진청 인삼과 김장욱 연구사에게 들어본다./편집자 주

면역력개선.방사능 방어 효과 등 새롭게 주목
고려인삼, 천혜의 조건 바탕 세계시장서 우뚝   

1970년대 후반까지 세계 인삼시장은 고려인삼의 독무대였을 만큼 그 인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하지만 북미 화기삼의 적극적 마케팅 전략과 중국 전칠삼의 대규모 생산 공세에 밀려 고려인삼의 시장 점유율은 점차 하락하게 된다.

또한 세계적 웰빙 트랜드 속 인삼제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오히려 인삼 한 뿌리 나지 않는 스위스 파마톤사에 인삼가공식품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마저 내주게 되면서, 인삼종주국으로서의 위상마저 흔들리게 되고 말았다.

최근 신종플루, 슈퍼박테리아에 이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의해 누출된 방사능까지 인류를 위협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극도로 높아지게 되었다. 이러한 때에 인삼의 면역력 개선, 방사능 방어 효과에 관한 연구 결과들이 이슈화 되면서 인삼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인삼은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 약 1억년에서 5000만 년 전에 지구상에 최초로 출현하여 선사시대부터 인류에 의해 선택되어져 민간요법의 형태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으며, 본초학이 발달한 한대(漢代)에 이르러서야 약효에 대한 연구가 체계화 되면서 ‘하늘의 정기를 받은 상약’으로 불리게 되었다.

인삼(홍삼)시장에서 사용되는 용어

 ▷ 인삼은 특이하게 1채(750g)단위로 거래되며, 특별한 등급, 상품명이 존재

  - 생김새 : 원수삼(가장 잘생긴 삼), 난발삼(잔뿌리가 많은 삼), 파삼(모양, 품질이 낮은 삼)

  - 크기 : 1채를 구성하는 삼의 갯수가 기준, 원수삼을 기준으로 왕왕대(3～4뿌리가 750g), 왕대(5～6), 특대(7～8), 대(9～12), 중(13～17), 소(18～22)

  - 홍삼은 크기, 모양, 조직치밀도 등 크기와 질을 반영한 천삼, 지삼, 양삼으로 구분

중국에서는 가장 오래된 한의학 서적으로 알려진 ‘상한론’(傷寒論)에 인삼을 의약 처방한 기록이 있고, 5세기경 저술된 최초의 약물학서 ‘신농본초경’에 이미 원기회복, 혈액순환 개선, 신경안정, 소화기능 강화 등 7가지 효능에 대해 기술하였으며, 장복하여도 부작용이 없고 장수를 누릴 수 있다는 상약으로 분류해 고려인삼이 부족할 때만 그보다 못한 전칠삼을 처방할 정도로 귀한 약재로 이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삼은 삼국시대부터 이미 왕실에서 공납으로 받아왔고, 외교에 있어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으며, 우리나라 의학의 결정체인 ‘동의보감’에 심신양면으로 쓰임새가 다양한 주약(主藥)으로 기술될 정도로 고려인삼의 가치를 귀히 여겨왔다.

고려인삼의 학명은

Panax ginseng  C. A. Meyer이며, ‘만병통치’라는 뜻의 인삼속 (Panax속) 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10종 미만 분포하나, 약효와 경제성이 인정되는 인삼은 우리나라의 고려인삼, 중국의 전칠삼, 북미의 화기삼 등 3종에 불과하다.

인삼은 위도 22~48°의 서늘한 곳으로 환경과 토양에 많은 영향을 받아 한정된 곳에서만 자생하는데, 25℃ 전후의 선선한 기후와 반음지 조건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도 동아시아 일대와 북미지역 등 2군데에 집중적으로 자생한다.

인삼은 고대 동양에서 귀한 약으로 인식되었으나, 특히 천혜의 기후와 환경조건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자란 고려인삼을 약용작물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게 되어, 삼국시대부터 중국의 위(魏), 수(隋), 당(唐)과의 외교활동이나 교역에 사용된 귀한 물품이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이 조선에 요청한 교역품목에 인삼은 빠지지 않고 포함되었으며 일제시대에는 많은 양의 인삼을 수탈한 역사도 존재한다.

동양에서 2천년 넘게 명성을 유지해온 고려인삼이 17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서양에 알려지게 되면서 고려인삼의 가치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되었으며, 고려인삼과 관련된 몇 개의 일화를 소개해 본다.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는 ‘인삼’을 특히 귀히 여겨 사람들이 아시아 각국에서 인삼을 구해 바쳤다는 기록, 프랑스의 자연주의 철학자 ‘루소’, 러시아의 문호 ‘막심 고리키’도 자신의 건강비결은 인삼이라 언급, 근래에 들어서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도 쇠약해진 건강을 위해 인삼을 복용한 사실 등이다.

고려인삼의 우수한 효능은 한 프랑스 선교사에 의해 캐나다에서 화기삼이 발견되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황금과 맞먹는 고려인삼의 가치를 알아본 네덜란드 상인들에 의해 미국에서 화기삼이 발견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중국의 전칠삼, 북미의 화기삼이 세상에 등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려인삼의 명성은 전 세계 인삼시장을 주름잡았으며, 그 인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고려인삼은 더 이상 우수한 효능을 가진 약재로만 인식되지는 않는다. 외국과의 외교사절품의 중심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세기말부터 전 세계에 불어 닥친 한류문화의 중심에 고려인삼이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