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성분 발암 억제 작용
서양 음식에서 감초격인 허브는 독특한 향과 맛으로 음식의 품격을 높여준다.
이젠 우리에게도 친근한 이름으로 식탁에는 물론, 방향제나 방충제, 아로마테라피 같은 치료요법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최근 허브에 함유된 성분들이 암 예방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강력한 항산화 효과 발휘
허브는 변종을 포함해 대략 2600여 종이 있으며, 가장 많이 활용되는 허브는 500여 종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차조기과 식물은 강한 항산화작용을 한다.
차조기과의 허브로는 바질, 로즈마리, 세이지, 타임, 오레가노, 차조기 등이 있다.
이들 허브의 추출물을 이용한 세포실험에서 발암 억제효과가 나타났다. 버키트 림프종(림프 조직 암의 일종)의 원인인 EB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B림프구에 허브의 추출물을 주입하자, 주입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EB바이러스의 활성화가 상당히 떨어졌다.
이 발암 억제작용에는 테르펜류가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테르펜류는 독특한 향기 성분으로, 사이클로옥시지나제2(COX₂)라는 효소를 저해하는 기능을 함으로써 암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니시노 교수와 연구팀은 차조기의 오레아놀산을 사용해 발암 실험을 했다. 피부 발암 실험과정에서, 오레아놀산을 바른 쥐의 그룹에서는 10주에 접어들자 피부암이 나타났고, 20주 후에는 약 40퍼센트에 피부암이 생겼다.
이에 반해, 바르지 않은 쥐의 그룹에서는 그보다 더 빠른 5주째에 피부암이 생겼고, 9주째부터는 모든 쥐에게서 암이 발생했다. 종양의 수도 오레아놀산을 바른 그룹에서는 50퍼센트의 억제효과가 있었다.
차조기에는 테르펜류 외에도 플라보노이드류의 루테오린이 풍부하다. 이 루테오린에는 사이클로옥시지나제2(COX₂) 저해작용과 함께 강한 항산화작용이 있다.
또, 카로틴이라는 항암작용을 하는 성분도 함유하고 있는데 날것으로 먹을 수 있는 잎의 100그램당 함유량이 1.1밀리그램으로, 채소 전체에서도 최상위에 해당한다. 카로틴은 세이지나 타임에도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니시노 교수는 허브류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암 예방성분이 많이 감춰져 있다고 추측하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기름사용 급속 조리해야
테르펜류는 기름에 쉽게 녹고 기름의 산화를 억제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소량의 기름을 조리에 사용하면 좋다.
단, 너무 가열하면 향이 날아가버리므로, 단시간에 재빨리 조리해야 한다. 날것으로 먹을 때는 먹기 직전에 기름에 살짝 섞어도 좋다.
적은 양으로도 요리의 향을 배가시킬 수 있고, 빛깔의 악센트로서도 빼놓을 수 없는 허브는 암 예방효과까지 확인되고 있으므로 요리에 자주 사용하면 좋다.
허브는 건조시킨 것보다 날것에 테르펜류가 더 많이 들어있다.
신선한 생 허브는 일반적으로 짙은 녹색을 띠며 두툼하다. 보관할 때에는 비닐봉지에 넣거나 랩에 싸서 냉장고 야채칸에 넣어둔다. 금방 사용할 경우에는 줄기가 남아 있으면 물에 담가두는 것이 신선함을 유지시키는 방법이다.
<허브마다 독특한 향기 성분>
바질…올소르산, 오레아놀산, 로즈마리.
세이지…칼소놀, 로즈마놀, 이소로스마놀.
타임…치몰, 카바크롤.
<용어해설>
■ COX₂
사이클로옥시지나제(COX)는 체내에서 프로스타그란딘을 만드는 효소. 프로스타그란딘은 체내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염증을 진행시키는 성질이 있다. 아스피린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는 COX를 저해함으로써 염증을 억제한다.
COX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COX1과 COX₂이다. COX₁은 대부분의 세포에 항상 있고, 생체의 안정성을 유지한다.
반면 COX₂는 강력한 식균 작용을 하는 단구 같은 염증세포에 나타난다. 현재 일부 암의 발생과 증식에 염증이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대장암 조직에서는 많은 COX₂의 발현이 확인되고 있다.
이에 따라, COX₂의 발현을 억누르면 암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가설하에 아스피린 투여와 식물의 COX₂ 저해성분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자료제공=도서출판 전나무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