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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교수의 건강코디

소나무! 언제 불러보고 언제 보아도 친근하고 든든한 나무임에 틀림이 없다.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겨레의 나무로 손색이 없는 소나무와 함께한 삶을 살면서 솔잎 또한 우리 생활 곳곳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돼 왔으며 옛 어른들은 추석에 송편을 빚고 나면 뒷산에 가서 정성스럽게 솔잎을 따다 송편을 찌는 시루 바닥에 깔아 송편이 솔잎에서 발산하는 피톤치드를 빨아들여 쉽게 부패하지 않도록 했고, 솔잎으로 차를 다려 마시며 건강을 지켜나가기도 했다.

또한 요즘 들어서는 솔잎으로 만든 비누부터솔잎식초, 솔잎환, 솔잎주 등 솔잎의 용도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솔잎은 솔잎 특유의 향을 내는 휘발 성분인 ‘테레빈’과 떫은맛을 내는 ‘탄닌’이 주요 구성 성분인데, 테레빈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말초 신경을 확장시켜 호르몬 분비를 높이는 등 몸의 조직을 일깨워 고혈압이나 심근경색 등 성인에게 주로 나타나는 증상에 효과가 있다.

또한 신경을 안정시키고 감기 예방과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탄닌은 활발한 위 운동을 도와 식욕을 촉진시키고 위 점막을 보호하며 장의 긴장을 풀어 신경성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 좋은 성분이다.

이 밖에 혈당 수치를 낮춰 당뇨병에 도움을 주는 글리코키닌, 빈혈에 좋은 철분,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 주는 루틴, 담배의 유해 물질을 없애 주는 아피에긴산, 비타민 C 등 몸에 이로운 성분들로 구성돼 있다.

솔잎을 가루로 만들어 차로 마시거나 음식에 활용하고, 솔잎을 우려 반신욕을 하는 등 생활에 꾸준히 이용하면 건강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송편을 찔 때는 솔잎을 먼저 시루에 깔아 시루 구멍을 덮고 그 위에 송편을 한 줄 놓는다. 다시 솔잎 한줄 송편 한줄 하면서 차곡차곡 놓는다.

향긋한 솔잎 향을 배게 해서 맛깔을 더해보려는 지혜쯤으로 생각돼 왔던 송편이 깊은 과학에 바탕하고 있었다는 사실! 연구에 따르면, 식물은 다른 미생물로부터 자기 몸을 방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살균물질을 발산하는데, 이를 통칭해 ‘피톤사이드(phytoncide)’라고 한다.

피톤사이드는 공기 중의 세균이나 곰팡이를 죽이고, 해충, 잡초 등이 식물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한다. 또한 인간에 해로운 병원균을 없애기도 하는데, 병실 바닥에 전나무 잎을 흩어놓으면, 공기 중의 세균량이 1/10까지 감소됐다는 보고가 있다.

그리고 결핵균이나 대장균이 섞여있는 물방울 옆에 상수리나무의 신선한 잎을 놓으니, 몇 분 후 이 세균들이 모두 죽어버렸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이 싱싱함을 보존하기 위해 생선회를 무채 위에 담고, 구더기를 없애려고 화장실에 할미꽃 뿌리나 쑥을 걸어두고, 바퀴벌레를 쫓기 위해 은행나무 잎을 집안 구석에 두었던 것도 알고 보면 모두 피톤치드를 이용한 지혜였다.

그러니 솔잎으로부터 피톤치드를 빨아들인 송편에는 세균이 범접하지 못해 오래도록 부패하지 않고 먹을 수 있었으니, 실로 과학적인 원리를 잘 이용한 것이 송편이었던 것이다.

숲 속의 많은 나무들이 저마다 피톤사이드를 내는데, 그 중에서 소나무는 보통나무보다 10배 정도나 강하게 발산한다고 한다.

옛 어른들이 “퇴비는 소나무 근처에서 만들지 않는다”고 한 것도 소나무의 항균작용이 너무 강해 퇴비에 유익한 미생물까지 죽여버리기 때문이다. 송편 시루에 다른 잎이 아닌 소나무 잎이 들어간 이유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