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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언박싱76]강남의 끝, 세종대왕 후손의 손 맛 '필경재'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필경재’(必敬齋)는 조선시대 사대부의 전통가옥입니다. 세종 대왕의 다섯 째 아들 광평대군의 증손인 정안부정 이천수(李千壽)가 성종 때인 15세기에 건립된 곳으로 전주이씨 광평대군파 종가집으로 약 500년이 된 종택(宗宅)입니다.

1987년 문공부에 의해 전통건조물 제1호로 지정된 이곳은  세종 대왕의 다섯째 아들 광평대군의 증손인 정안부정 이천수(李千壽)가 성종 때인 15세기에 건립됐습니다. 전주이씨 광평대군파 종가집으로 약 500년이 된 종택(宗宅)으로 옥호인 필경재는 ‘웃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자세를 지니고 살라’는 뜻입니다.

광평대군의 21대손으로 종가의 종손인 이병무 대표에 의해서 1999년부터 궁중음식 전문점으로 새롭게 단장,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흔히 상견례와 돌잔치의 인기 장소로 알려졌지만 외국 손님들의 만찬 장소로도 선호도가 높은 곳입니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과 교황 베네딕토 16세 등도 다녀갔다죠?

직선으로 뻗은 도로와 고층 아파트라는 이미지로 점철된 강남, 그 강남의 끝자락. 가을 햇살이 금가루처럼 뿌리던 날의 필경재에서 ‘여기가 강남인가’ 싶을 정도의 자연과 서울에는 전혀 없을 것 같은 역사와 마주치게 됐습니다.

착석하자마자 오늘의 죽인 단호박죽과 샐러드가 서빙됩니다.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호박의 질감이 속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계절샐러드도 신선한 야채의 아삭거림과 향이 세지 않은 드레싱이 조화로웠습니다.

필경재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궁중보쌈김치'. 배추김치를 살포시 열면 밤과 호두 등의 견과류와 새우와 낙지가 가득합니다. 발효된 김치 특유의 새콤함과 배를 갈아넣은 듯한 들큰함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감칠맛을 냈습니다.

깔끔한 맛의 백김치와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밑반찬, 고운 밀전병에 색감 좋은 재료로 싸먹는 칠절판도 훌륭했어요. 만 팔천원이라는 막걸리의 가격은 다소 사악한 듯 했지만 좋은 음식을 대할 때는 예의를 차려야겠죠?

오랜시간을 묵혀온 묵직함을과 기분좋은 씁쓸함이 느껴지는 된장을 풀어넣은 아욱국, 가을 제철을 맞은 아욱과 기교를 부리지 않은 양념으로 끓인 된장 아욱국은 필경재 주인의 성품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많은 부를 이루고 서울에서 가장 여유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과 돈을  쫓는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 좁디좁은 한국이라는 땅 덩어리, 더 좁은 서울, 한국의 특성상 모두가 강남을 선망하는 동시에 ‘그들만의 주거지’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원래 살던 땅에서 이탈하지 않으려는 자와 편승하려는 자, 한정된 땅의 크기에 모두의 갈망으로 강남의 부(富)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습니다.

세종의 다섯째 아들로 젊다 못해 어린 나이인 약관(弱冠)에 요절한 광평대군. 술과 여색을 멀리하고 흐르러짐 없는 반듯한 삶을 살며, 대화와 소통을 중요시 했다는 광평군은 전통가옥과 어울리지 않는 아파트들을 내려다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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