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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언박싱67]46년 전통이 무색한 맛...'삼원가든'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수백개나 되는 장식용 외등과 내등의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룬 이 갈비집의 모습은 흡사 숲속의 아방궁 같다. … ‘이곳에서만은 소비가 미덕’이라고 뽐내고 있는 듯싶다.” 1982년 11월11일 한 일간지가 보도한 ‘강남 새 풍속도-초대형 전원 갈비집’ 기사의 일부입니다.

 

여기서 묘사한 공원식 갈비집은 삼원가든으로 81년 지금의 자리에 약 1200평 규모로 개업한 이래 마당이 있는 갈비 전문점들에게 ‘~가든’이라는 상호를 유행시켰습니다. 오픈 당시엔 ‘식도락 향락문화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들었지만, 성수대교를 건너기 직전 자리한 삼원가든은 압구정동을 상징하는 명소가 됐죠?

삼원가든의 모태는 76년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문 열었던 대중식당 ‘삼원정’이라고 하는데 시흥동에서 길동으로 그리고 사채까지 끌어쓴 돈으로 강남까지 건너온 박수남 회장의 선견지명은 참으로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뚝심이 대단합니다. 

 

이제는 기업이 된 SG다인힐이 운영하는 삼원가든이 리모델링을 거쳐서 재오픈한 기념으로 17일까지 양념갈비 30% 할인 프로모션을 다녀왔는데 맛이 어떨까요? 본관은 아직 오픈 전이고 신관만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천장이 너무 높아 대중탕처럼 사람들의 대화가 울려퍼져서 소음이 윙윙거리는 느낌이었어요.

음주 손님을 공략한 마케팅이었을까요? 곁들여지는 찬류의 간이 전반적으로 너무 쌨습니다. 홍신애 요리연구가와 협업했다는 김치류도 양념과 야채가 전혀 어우러지지 않는 맛이었어요. 미국산 양념갈비는 너무 얇고 양념도 간이 쌨습니다.

된장찌개는 만원 이라는 값이 무색할 정도로 평이했고 3000원을 추가한 현미밥도 가격대보다 퀄이 좋지 않았습니다. 넉넉한 뚝배기로 서빙되는 육개장 갈비탕은 갈빗대가 5대가 들어있는데다가 적당하게 칼칼한 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메뉴가 제일 괜찮았습니다.

국산맥주지만 8000원의 가격인 맥주도 맛이 좋았습니다. 디저트로 주문한 팥슈는 평범한 맛. 46년 전통이 있는 삼원가든. 삼원가든을 시작으로 ‘블루밍가든’, ‘붓처스컷’ ‘투뿔등심’ 등 외식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시킨 SG다인힐. 가오픈시기에 블로거들을 초청한 음식과 와인, 그리고 리모델링 비용도 모두 소비자의 몫인 걸까요?

46년 전은 외식업장이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흥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대체제가 너무 많죠. 재방문 의사는 당연히 없습니다. 리모델링 전보다 하향화된 음식의 맛과 직원들의 응대, 리모델링이 나름의 물량공세라고 판단한 것일까요?

리모델링은 업주의 사정일 뿐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득이 될 것이 없죠. 본인들의 호재일 뿐.

 

감당하지 못할 손님은 받지 않는 것이 장사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데, 삼원가든이 SG다인힐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잠시 잊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서울에서 손꼽히는 노포 '우래옥', '라칸티나'가 여러모로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의 모든면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