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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언박싱37]제주도 신라호텔 호캉스' 파크뷰'&'풀사이드바'

 

<편집자 주>푸드투데이가 새로 나온 음식이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음식점을 직접 찾아가 후기를 리뷰합니다. 맛이 궁금한데 모험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거나 해박한 지식은 아니더라도 솔직한 리뷰가 궁금하신 분들은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cho.9114로 디엠을 보내주세요. 술,고기,와인,스시야,미슐렝레스토랑,노포,신상품 등 장르를 불문하고 찾아갑니다. 진중함과 깊이는 없지만 월급을 오롯이 먹는데 탕진하는 기자가 '내돈내산' 후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호텔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깊게 생각하는 행위를 지양하고 허영심이 가득한 성격의 소유자인 저는 호텔을 정말 좋아합니다. 호텔에서 커피를 마신다거나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은데 숙박을 할 때는 행복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아무 호텔이나 무턱대고 선호하진 않아요. 요즘은 워라벨과 욜로라는 신조어가 생기면서 다 같이 매우 작고 귀여운 연봉을 받지만 억대 연봉자들처럼 5성급 호텔에서 호캉스를 하는 분들이 늘고 있는 추세죠?

저도 대세를 따르기 위해 20만원에 가까운 제주도 비행기 티켓값을 치르고 방문한 중 역대 최고의 요금을 내고 신라호텔을 다녀왔습니다. 제주 신라호텔는 트렌디한 최신 호텔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1987년 오픈된 호텔로 과거 노태우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쵸프의 회담, 그 외 한일 간 회담이 제주도에서 열릴 때는 국빈들이 신라호텔을 찾았다고 하네요.

이번에 이용한 객실은 일반 스탠다드 객실 입니다. 그래서 디럭스 오션뷰보다 위치도 애매하며 뷰도 만족스럽지가 않았지만 해외여행을 대체할만한 장소로 제주도가 각광받고 있어서인지 이 조차도 예약하기 어려웠습니다.

 

확실히 서울 장충동의 호텔 신라와 내부도 객실도 느낌 자체가 다릅니다. 휴양지=이국적이라는 콘셉트를 강조하고 싶은 것인지 동남아스러운 번잡한 라이브무대가 투숙 내내 지속됩니다. 당연히 기본적인 어매니티와 생수도 제공되지만 미니바 제품들은 유료예요.

해외여행을 가도 될 금액으로 제주도를 찾은만큼 일행과 알차게 보낼 계획을 세웁니다. 디너와 브런치 뷔페의 가격이 아깝지 않게 혹은 "호텔 신라가 손해를 볼 만큼 먹는 양을 많이 먹자"라는 유치하고 없어보이는 다짐이었죠.

 

비장한 마음으로 파크뷰에 당도한 일행과 저는 음료섹션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1차 좌절을 합니다. 역시 삼성은 삼성이었습니다. 손해보는 사업을 절대 할 리가 없습니다. 음식 구성도 절망적입니다. 스테이크,랍스타,전복으로 classy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연출일 뿐, 사실 그런 메뉴들은 많이 먹기에는 다소 질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파스타와 피자, 메로구이, 등 이탈리안 섹션과 마라탕,칠리새우,멘보샤 등 중식 섹션 등이 있지만 특별하게 '맛있다'라고 느껴질 메뉴는 없습니다. 스시 섹션도 후토마끼를 포함해 4피스 dish를 가져가야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한 번 먹으면 질립니다.

기본적으로 많이 먹기에 모든 메뉴 구성에 수분감이 없어요. 아메리카노와 라떼는 기본으로 제공하지만 아이스를 원할 때는 추가 요금 5000원을 내면 아주 귀여운 사이즈로 서버분이 가져다 주십니다. 옆 테이블의 커플이 한 번에 4,5 접시를 가져와서 몇 번을 비우기에 저도 그럴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자만이었습니다. (그들은 매우 젊었습니다...)

 

역시 삼성은 삼성입니다. 저와 일행같은 조무래기들에게 패할 리가 없죠.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한 일행과 함께 "디너가 이런식이라면 브런치 뷔페에도 패할 것이 뻔하다"는 의견에 합의를 하고 대신 풀사이드바에서 차돌전복 짬뽕으로 식사를 하자는 합의를 봅니다.

다음날 찾은 풀사이드바, 차돌전복짬뽕과 하이네켄 생맥주를 시켜 해장을 합니다. 인생 짬뽕을 만났습니다. 저는 짬뽕보다 짜장면을 선호하는 편이고 국물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곳 짬뽕은 와인처럼 바디감이 느껴져요. 라잇 바디는 짬뽕 특유의 묵직함과 미디엄은 전복과 차돌박이의 조화, 그리고 풀바디는 일본라멘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라이트함이랄까요.

과하게 맵지도 않고 전체적으로 순한 맛인데 왕새우, 꽃게, 전복 등 해물이 아낌없이 들어갔기 때문인지 차돌박이의 느끼함도 덜했어요. 43000원이라는 가격이 아깝지 않았고 하이네켄 생맥주의 컨디션도 좋았습니다.

 

전날 뷔페에서 당한 설움(?)을 짬뽕으로 만회하고 호텔 주변을 둘러보는데 확실히 코로나 이전보다 이용객들의 연령이 낮아진 느낌입니다. 아마도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에 제한이 생기자 제주도로 많은 관광객이 몰리게 되고, 이런 저런 비용이 절약된 만큼 숙소에 투자가 된 셈이겠죠.

 

돌아가는 공항에서 면세점에 발을 디딜 수 없을만큼 관광객이 너무 많아지고 1년 전보다 복잡해지고 물가가 오른 제주도. 당분간은 신문에 티비에 월급봉투에 시달리더라도 낑깡밭 창문보다 아파트 담벼락이 좋을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