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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5]별을 마신적 있나요? 입안에 쏟아지는 별...샴페인

프랑스 파리 북동부 샹파뉴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만 샴페인 명칭 사용
LVMH그룹이 모엣 샹동, 뵈브 클리코, 돔 페리뇽 브랜드 모두 소유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오 나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구나" 1693년  프랑스 베네딕틴 오빌리에 수도원의 수사였던 돔 피에르 페리뇽이 샴페인을 맛보고 내뱉은 첫마디였다. 2019년  이승과 저승사이 그 어디쯤 호텔 델루나에서 장만월로 분한 아이유는 차갑고 냉소적인 말투로 읊조린다. "나는 가난이 싫어, 맨날 캐비아랑 샴페인만 먹을 거야"

 

공기와 접촉하는 순간 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코르크마개로 꼭꼭 눌러둔 탄산이 '펑'소리를 내면 축제가 시작된다. 5600만 개의 기포가 내는 소리는 매혹 그 자체다. 와인을 마시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샴'또는 '뽀글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샴페인. 뭔가를 축하할 때 터트리는 술로 여겨졌던 샴페인이 무엇이길래 이 난리일까.

샴페인(champagne)이라는 명찰을 달으려면 프랑스 파리 북동부 샹파뉴(Champagne)라는 출신성분이 필요하다. 샴페인의 당도는 달지 않은 순서대로 엑스트라 브뤼(Extra Brut)와 브뤼(Brut), 엑스트라 드라이(Extra Dry), 섹(Sec), 드미 섹(Demi-Sec), 두스(Doux)로 나뉜다.

 

샴페인의 탄생설화는 돔 페리뇽으로 시작되지만 가장 추운 와인 산지인 샹파뉴 샴페인 하우스들의 피나는 노력을 거쳐 완성된 피사체다.

 

가장 인지도가 높은 샴페인은 LVMH(Louis Vuitton, Moet & Chandon, Hennessy의 머릿글자)의 브랜드 모엣 샹동, 뵈브 클리코, 그리고 돔 페리뇽이다. 자본과 마케팅의 힘은 위대함을 증명하듯 이 세 종류의 샴페인은 모두 같은 회사 제품이다.

1743년 클로드 모엣(Claude Moet)은 프랑스에 매종 모엣(Maison Moet)이라는 샴페인 회사를 설립했다. 후에 가브리엘 샹동(Pierre Gabriel Chandon)과 결혼하며 회사명을 '모엣&샹동'으로 변경했다. 나폴레옹이 사랑한 샴페인으로 알려진 모엣&샹동은 초기에 프랑스 궁정에 와인과 샴페인을 공급했지만 운대와 수완이 맞아 떨어진 까닭인지 영국, 독일, 러시아 등으로 샴페인을 수출하면서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다.

 

가장 트렌디한 샴페인답게 모엣&샹동은 각종 스포츠 대회, 영화제, 패션위크 등을 후원하고 있다. 일례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도 모엣샹동이 끊임 없이 등장해 140분짜리 모엣샹동 CF가 아닐까라는 착각도 들게한다.

 

뵈브클리코. 과부(Veuve/뵈브) 클리코라는 뜻을 가진 이 샴페인은 영화 '카사블랑카'의 마지막 장면에서 잉글리드 버그만이 험프리 보가트에게 "뵈브클리코를 준다면 떠나지 않겠다"고 말해 유명해졌다.

 

1805년 27세에 과부가 된 뵈브 클리코 퐁사르당(Veuve Clicquot Ponsardin)은 재혼도 하지 않은채 평생을 샴페인 제조에 정성을 쏟았다. 당시 샴페인 제조에서 가장 골치가 아픈 문제는 찌꺼기가 남는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자형 나무판 '퓌피트르(Pupitre)'를 발명해 샴페인을 맑은 골드빛으로 만드는 공을 세운다.

1810년에는 최초의 빈티지 샴페인, 1816년 현재처럼 맑은 샴페인 생산을 가능케한 리들링 테이블 발명했다.

 

자식과 남편이 없으니 신경 쓸 일과 스트레스가 없고 오롯이 샴페인만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 컸던걸까. 1918년 최초로 로제 샴페인을 만들며 라 그랑드 담(La Grande Dame, 위대한 여인)이란 칭호까지 받는다.

 

모엣&샹동과 뵈브클리코가 보급형 샴페인이라면 LVMH의 최상급 퀄리티의 샴페인 브랜드가 '돔 페리뇽'이다. 돔 페리뇽(Dom Perignon)은 1668년 피에르 페리뇽(Pirre Perignon)이 샹파뉴에 있는 베네딕틴 오빌리에 수도원에서 제조됐다.

 

시각장애인이었던 피에르 페리뇽 수사는 미각에 대한 감각만큼은 예민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별을 마시는 느낌이라는 시적인 말이 탄생했고 돔페리뇽의 홍보 문구에도 자주 쓰인다.

브랜드명에 쓰인 '돔(Dom)'은 성직자의 최고 등급인 '다미누스(Dominus)'를 줄여서 부른 호칭이다. 그래서 '돔페리뇽'이라는 브랜드 명이 유래했다.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의 대관식용 샴페인과 찰스 왕세자(Charles Windsor)와 다이애나 비(Diana Spencer)의 결혼식 축하 샴페인으로도 쓰이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했다.

 

크룩(Krug)도 힙스터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샴페인이다. 크룩의 설립자인 독일인 조셉 크룩(Joseph Krug)은 42세의 나이에 1843년 자신만의 샴페인 하우스를 세웠다. 그는 매년 작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일정한 품질의 샴페인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백여 개가 넘는 리저브 와인(reserve wine)을 만들었다. 이런 진통을 거쳐 자식처럼 내놓은 샴페인이 바로 그랑 뀌베(Grande Cuvee)다.

 

그랑 뀌베(Grande Cuvee)는 논 빈티지다. 논빈티지이기 때문에 특정 생산년도가 없다. 빈티지 샴페인보다 가격이 낮은 게 일반적인데 그랑 뀌베는 빈티지가 있는 돔 페리뇽보다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술마다 사람을 취하게 하는 힘은 다르지만 샴페인은 천박한 메타포를 불러오지 않는 몇 안 되는 술 중 하나"라고 노래한 작가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술은 취하면 다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