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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 중소기업 내몰고 성장

정부지원금 독식 해외 M&A 등 몸집불리기
중소업체, 사채 고금리에 경영건전성 악화 지속


잇달은 인수합병(M&A)과 해외 진출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는 동원그룹을 바라보는 중소 원양수산업체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정부가 중소원양선사의 경영안정화를 위해 지원하는 '원양산업지원금'을 동원그룹이 수년간 독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중소업체들의 볼멘소리가 높아만 가고 있다.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원양산업지원금은 최근 3년간 8011억원이 지원됐지만 동원산업, 사조산업, 사조대림 등 사조 및 동원계열 5개 기업이 총 지원금의 54.3%인 4354억원을 지원받았다.


동원산업은 2010년 617억1700만원, 2011년 643억3500만원, 2012년 772억9600만원 총 2033억4800만원을 최근 3년간 지원받았다. 원양어선설비 현대화사업, 수산물 해외시장개척 사업, 우수수산물 지원사업, 해외수산시설투자지원사업의 경우는 동원산업에 50%이상 지원금이 편중됐다.


특히 원양어선설비현대화사업 지원금과 해외수산시설투자 지원금은 100% 전액이, 수산물해외시장개척사업의 87%가 동원산업에 지원됐다.

 
한국원양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 정책자금은 어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많이 지원받을 수 밖에 없다"며 "중소업체 줄 돈도 남아있지만 담보가 안되니까 지원을 못 받는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은 동원그룹은 동원산업의 수산물 어획과 동원F&B의 가공식품 제조에 강점을 갖추고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해외 수산가공기업 인수를 적극 나서기 시작했고 지난 2008년 세계 최대 참치 회사인 미국 '스타키스트(Starkist)' 지분의 60%와 경영권, 미국.캐나다.남미지역 영업권을 취득하며 성공적으로 외형확장을 했다.


동원그룹은 미국 스타키스트 인수 이후 2010년 12월에는 아프리카 세네갈 수산캔회사 SNCDS를 인수해 아프리카 참치캔 시장에 진출했다. 동원그룹은 SNCDS 인수 후 SCASA라는 새 법인을 설립했고 SCASA를 아프리카, 유럽, 중동 시장 개척을 위한 교두보로 삼았다.


동원산업이 참치를 잡는다면 그 참치를 가공해 판매하는 동원F&B 역시 동원참치와 양반김을 앞세워 해외 진출을 가속화 하고 있다.


양반김은 지난 1989년 일본 수출을 시작으로 미국, 러시아, 태국, 중국 등으로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광명그룹과 함께 중국 참치캔 시장에도 진출했다.


해외에 공을 들인 동원그룹은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가 2007년 9.8%에서 2012년에는 47.5%까지 치솟았고 해외 부문의 성장으로 동원그룹의 매출은 2007년 2조원에서 작년에는 4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내수시장의 의존도가 높아 성장에 제한적이였던 동원그룹이 변화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동원그룹이 정부 지원금을 독식하며 외형을 성장시키는 사이 중소 원양수산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며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다수의 중소 원양수산업체들은 어획물, 원양어선이 유일한 담보수단이나 이를 담보로 정책자금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박담보대출은 원양어선 확보곤란 등 담보권 실행의 어려움, 어획물대출은 시세변동, 적기판매 곤란 등으로 담보권 설정이 어려운 것.


부산지역의 한 원양수산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은 담보 능력이 많잖아요. 대기업에서 다 가져가 쓰죠"라며 "중소기업은 정부 지원이 그림의 떡이고 오로지 자기돈가지고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원양산업협회에서 회원사 추천도 해주지만 그것마저도 협회 회비를 많이 내는 대기업 몫"이라며 "동원산업이 협회를 먹여살리는데 협회에서 추천을 안해줄 수가 없죠"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많은 업체들이 부도가 나고 어려워졌다. 동원산업, 신라교역, 한성기업 등 상장사들은 원양어업 뿐 아니라 가공산업까지 다양해 부가가치도 올릴 수 있고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면서 "어디서도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중소기업은 계속 밟히고 살아날 길이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부산지역 원양수산업체 관계자도 "수협 어획물 일반 담보대출, 사금융, 개인 아파트 담보 대출 등을 활용하고 있으나 고금리에 경영건전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힘겨운 상황을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춘진 민주당 의원은 "원양산업지원금의 대기업 편중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며“중소원양수산업계가 경영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에서 원양정책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골고루 집행될 수 있도록 지원기준을 개선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