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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세계화 망친건 농림축산식품부?

쌀가공식품협회 떡볶이연구소,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
세계화 프로젝트 수행포기···아이들 체험학습장 전락


푸드투데이 한국쌀가공식품협회 떡볶이 연구소 현장취재 황인선/류재형기자




협회 "35억 프로젝트 2억에 하라는데 누가하냐"

"전시성, 졸속 추진 한식세계화 한 단면" 정부 탁상행정 비난

 

'떡볶이 세계화'를 기치로 지난 2009년 문을 연 한국쌀가공식품협회 부설연구기관 떡볶이연구소가 어린이들의 체험장으로 전락하는 등 피 같은 협회 회원사들의 돈만 빨아먹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한국쌀가공식품협회는 한식재단, 농촌진흥청 등 무분별하게 떡볶이세계화에 뛰어들면서 농림축산식품부의 140억 예산이 공중분해 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한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회장 박관회)는 2009년 3월 떡볶이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떡볶이연구소를 개설했다.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쌀 식품을 연구하던 이상효 박사가 소장을, 맥도날드 불고기버거 소스를 개발했던 김용수씨가 소스개발팀장을 맡았다. 그 외에도 4명의 연구원이 합류해 세계화를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들은 당시 떡볶이시장을 키우고 수출도 늘리며 쌀 소비량을 향상키기 위한 산업화에 중점을 두면서 연구를 진행하고 다양한 제품 및 요리법 개발, 세계화를 위한 홍보·이벤트·교육을 추진한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또한 지난 2011년부터 협회장을 맡고 있는 대선제분 박관회 회장까지 나서 '서울떡볶이&쌀면 페스티벌'의 활성화를 통해 떡볶이 세계화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언론에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떡볶이연구소는 처음 설립취지와는 무색한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23일 오후 기자가 찾은 경기 용인 기흥구 보정동 소재 한국쌀가공식품협회. 협회 집인로에는 떡볶이연구소 간판이 크게 걸려있다.


비탈길을 걸어 올라서니 협회 사옥이 나왔다. 한 쪽에 들리는 아이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쫒아가보니 떡볶이연구소에 진행하는 체험학습이 한창이였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지도 하에 떡볶이 요리체험을 하고 있었다.


협회 사옥 2층에 자리잡은 떡볶이연구소에 들어서니 6명의 연구진은 온데간데없고 적막함 마저 느껴졌다. 연구장비들은 한참 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 천으로 덮여 있는 등 전시품에 불과한 모습이였다.


현재 떡볶이연구소는 아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 전락됐고 떡볶이세계화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한국쌀산업가공식품협회에 발주한 3년짜리 프로젝트는 이미 2010년에 수행포기를 선언한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또 6명 연구진은 현재 1명의 연구원만이 한국쌀산업가공식품협회 소속 직원으로 근무 중이며 이상효 소장은 대외적인 명함만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협회는 2009년 '한국  전통 떡볶이의 세계화를 위한 핵심기술 개발 연구'를 3년간 진행해 기초 연구가 끝나면 상용화 작업을 병행해 해외시작 개척에 나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3년짜리 프로젝트는 정부로부터 첫해 2억원의 예산만 지원 받고 1년만에 무산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협회 내 회원사들 사이에서도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회원사는 "떡볶이연구소만 설립하면 정부 예산도 받아오고...우리 같은 쌀가공산업 업체들은 매출이 늘어날꺼라는 청사진을 펼치더니 결국 협회 운영비만 날린 꼴"이라고 비난했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측은 "당시 농림부에서 떡볶이활성화 대책까지 내놓은 상태였고 해당 전체 예산이 5년간 140억원 이었다"며 "그 중 35억원이 R&D 마케팅 비용이였고 협회가 35억원의 기획과제를 제안했는데 떡볶이가 뜨니 농촌진흥청이 갑자기 떡볶이사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기획과제는 물론 떡볶이세계화를 이루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35억짜리 R&D 마케팅 프로젝트가 일년에 2억원씩 3년동안 총 6억원으로 떨어졌다"며 "35억원에 맞춰진 연구과제를 2억원으로 하라는데 심도있는 연구성과는 물론 결과가 부실할 수 밖에 없는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떡볶이세계화에 대해)보여주기 위한 전시성, 졸속으로 무리하게 추진된 정부의 한식세계화 사업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