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환경농산물 시장 규모가 급증하고 있지만 대형 할인마트의 납품단가 횡포에 생산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작년 12월30일부터 지난달 6일까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주부 526명을 대상으로 친환경농산물 구입처를 조사한 결과, 210명(40%)이 대형 할인마트를 꼽았다. 이어 하나로마트 등 농협계열 15.3%, 생협 등 친환경전문매장 13.6%, 직거래단체 11.8%, 백화점 7.2% 순이었다.
생산자 입장에서 365일 문을 여는 대형 할인마트에 납품하면 연중 판로가 열리고 대규모로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정기할인 행사 등이 있을 때는 대형 할인마트가 요구하는 납품단가에 맞추기 위해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들은 납품단가를 낮추다 보면 인건비를 빼면 남는 게 없기 때문에 판로를 지역 단위농협과 학교 급식 쪽으로 전환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친환경농어민연합회 관계자는 "친환경농산물 생산자가 늘어남과 동시에 중간유통업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며 "대형 할인마트 측에서 특정 납품단가를 정하면 중간유통업자들이 이를 생산자 단체에 전가해 가격을 인하할 수 밖에 없는 구조" 라고 말했다.
경기 안성에서 10여년 간 친환경 농사를 지어 온 김모(48)씨는 "일반 농산물은 시세에 따라 가격 변화가 심하지만, 친환경농산물은 매년 봄 대형마트와 거래할 때 미리 가격과 물량을 정하기 때문에 일반 농산물보다 더 싸게 팔 때도 있다" 며 " 마트 할인행사 때는 최저 가격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단가를 요구한다" 고 말했다.
현재 친환경농산물 시장은 이처럼 왜곡된 유통구조 속에서도 급성장세에 있다. 2001년 인증제 도입 당시 8만7000t이던 생산량은 2010년 221만5000t으로 25배 치솟았다. 시장 규모도 2010년 3조6000억원에서 2020년 6조6000억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친환경 농산물 유통 과정에서 생산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장기계약을 통해 계약의 안전성을 높이고, 대형 할인마트의 과도하게 단가를 인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