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개 식용을 금지한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여름철 보양식 시장에 뚜렷한 변화가 일고 있는 가운데, 염소고기가 대체 보양식으로 급부상하면서 원산지 표시 위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개의 식용 목적 사육·도살 및 유통 종식에 관한 특별법’은 식용 개의 사육과 도살, 판매를 금지하며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전통 보신탕 수요가 급감하면서 염소탕, 염소전골 등이 새로운 여름철 스태미나 메뉴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실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염소고기를 주력 메뉴로 내세운 프랜차이즈 식당이 잇따라 개점 중이며, 공정거래위원회 등록 기준 염소고기 전문 프랜차이즈는 13개에 달한다.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염소 사육농가는 약 1만5,000호, 사육 마릿수는 57만 마리에 이른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실제 마릿수가 70만 마리를 상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국 가축시장 22곳에서 염소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1분기 평균 낙찰가는 암컷 기준 kg당 1만8,897원, 수컷은 1만5,616원이다.
한편, 수입 염소고기 역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염소고기 수입량은 2021년 2,027톤에서 2024년 8,349톤으로 3년 새 4배 이상 증가했다. 2025년 들어서도 5월까지 3,856톤이 수입되며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대부분은 호주산이다.
문제는 이처럼 급성장하는 염소고기 시장에서 원산지 위반이 줄기는커녕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2023년 염소고기 원산지 위반 실적은 거짓표시 21건, 미표시 3건 등 총 24건, 2024년에는 거짓표시 8건, 미표시 4건 등 총 12건으로 감소세를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본지가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 품관원의 ‘원산지·축산물이력위반공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위반 건수는 이미 18건에 달해 지난해 연간 실적에 육박한 상황이다.
실제 인천 계양구의 한 흑염소 전문식당은 수입 염소고기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해 ‘표시변경’ 처분을 받았고, 또 다른 식당은 호주산 염소고기와 국내산 염소뼈를 혼합한 후 모두 국내산으로 혼동 표시해 ‘표시삭제 및 변경’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품관원 관계자는 “수입산 염소고기를 국내산으로 둔갑시키거나, 혼합 후 국내산으로 표시하는 형태의 거짓표시가 주를 이룬다”면서 “표시 자체를 누락하는 미표시 사례도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음식점은 염소고기를 포함한 6종의 축산물(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오리고기·양고기·염소고기)에 대해 반드시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미표시 시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업계에서는 수요 증가에 비해 산업 기반은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염소는 법적으로 ‘기타 가축’으로 분류돼 사육·유통·검역·표준화 관리체계가 부재한 상황이다.
정확한 통계나 유통망, 브랜드화도 미진하며, 관계자들은 “염소 사육 통계 자체가 부정확해 신뢰 기반 형성에 걸림돌”이라며 “한우처럼 개체 귀표 부착, 유전자 등록, 이력제 도입 등 전방위적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건강식 이미지로 각광받는 염소고기가 대체 보양식으로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위생관리와 원산지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소비자 신뢰 하락과 시장 위축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