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1일부터 12일까지 양일간 중국 산동성 제남시에서는 한중 식문화교류행사가 열렸다.
한국의 세계음식문화연구원과 중국의 산동성사회과학계연합회 공동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양국의 궁중음식, 연회음식, 세시음식 등 양국의 대표적인 음식 박람회와 “전통문화와 음식”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리는 등 성황리에 행사가 치러졌다.
본인도 이번 행사에서 문화산업시대에서 음식문화의 중요성과 역할을 내용으로 하는 축사를 하였고 아울러 행사 참관을 통해 양국의 대표적인 음식문화를 관찰하는 의미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본인이 이번 행사를 통해 양국 음식문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그러나 양국의 음식문화가 세계 어느 나라의 음식문화에 비해 종류와 내용 측면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성 부족과 미흡한 전략 등으로 양국 음식문화의 역량이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21세기 글로벌 경쟁은 주로 국가간 경제적, 문화적 경쟁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음식문화는 그 핵심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세계는 지금 음식전쟁이라는 말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각국은 자국 음식의 세계화에 주력하고 있는 중이다. 경제규모의 확대와 인구의 증가는 사회적, 경제적 변화와 함께 음식문화의 변화를 초래하여 세계 음식산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이다.
오랜 세월을 두고 발전해온 각국의 음식문화는 그 나라의 독창적인 문화와 전통을 알릴 수 있는 대표적인 문화 컨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게다가 음식문화는 어떤 이념이나 사상도 개입되지 않은 외교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어 각국은 자국 음식의 세계화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그 예로 태국은 2001년부터, 일본은 2006년부터 각각 자국 음식의 세계화에 주력한 결과 자국 이미지 개선, 부가가치 창출, 음식과 연계한 농수산 식품의 수출 등에서 대단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음식문화는 음식 자체의 맛 뿐 아니라 그릇과 색깔, 식당의 건축 등 종합적인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한 나라의 음식문화를 만나 사고를 공유하고 소통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으며 음식을 통해 그 나라의 다른 문화나 상품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1999년 한국 공연 여행을 오던 마이클 잭슨이 비행기 내에서 먹었던 기내식 비빔밥에 매료되어 한국에 대한 인상을 바꾸게 되었다는 일화는 이를 충분히 입증한다.
이처럼 한 나라의 음식문화가 그 나라에 대한 외국인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상황에서 이제 양국은 자국의 음식문화를 세계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음식문화 세계화의 성공 여부는 음식을 어떤 방식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느냐와 직결된다.
그 핵심은 바로 한 나라의 특수한 음식문화를 세계인의 기호에 알맞은 보편적인 음식문화로 변화시키는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 첫째 음식문화를 규격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음식재료를 정량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적당량, 약간, 작은 술, 큰 술 등으로 표현되었던 표기를 세계 공용의 계량단위를 사용하여 표기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음식 명칭을 통일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서양에서는 킴치, 일본에서는 키무치, 중국에서는 파오차이로 불리고 있는 김치의 경우 김치(gimchi)로 통일시킴으로써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문화로서 김치의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조리과정을 단순화, 체계화해야 한다. 그 핵심은 조리방법의 과학화와 표준화를 통하여 조리 시간, 순서, 방법 등을 체계화하는 것이다.
아마추어 뿐 아니라 전문적인 조리사에게도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조리과정을 단순화, 표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 어느 곳에서 어느 누가 만들어도 거의 같은 맛이 날 수 있도록 해야 세계인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세계인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음식 매뉴얼을 개발, 보급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스시(초밥)를 만들 때 보다 재미있고 맛있게 만들 수 있는 표준 지침서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전 세계 일식당에 공급하였고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일식당이 이에 호응한 결과 일식의 인기가 상승하였고 일식은 고급음식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던 사례는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넷째 자국 음식문화의 우수성과 특수성을 적극 발굴, 홍보해야 한다. 최근 들어 음식문화가 가지는 국가 이미지 홍보효과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음식문화 홍보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한국음식의 경우 발효식, 건강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수성이 있다.
특히 발효음식은 처음에는 낯설어도 익숙해지면 중독성의 특징이 있어 외국인에게 접근하기가 용이하다. 또한 김치의 대표적인 양념인 마늘의 영양학적인 효과와 고춧가루의 미용학적인 효과도 점차 회자되고 있는 중이다.
다섯째 재외공관의 역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재외공관은 음식문화 세계화의 중요한 전진기지로서 음식문화 교양강좌 등을 실시하여 음식문화의 보급에 노력하는 한편 외국에서도 한식재료 구입에 편리하도록 제도적 뒷밭침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주중한국문화원에서도 한국요리 교양강좌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중국인들의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이상에서 보듯이 음식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각국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중 양국도 자국 음식이 각국의 문화와 각국인의 기호에 잘 적응하여 세계의 음식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중국 음식의 경우 이미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음식으로 널리 보급되어 있지만 세계인의 기호에 더욱 적응하기 위한 노력은 아직 부족하다. 한국 음식의 경우 저칼로리 음식, 항균 음식 등으로 점차 주목을 받고 있어 중국, 일본, 이태리, 프랑스 음식 등과 함께 세계적인 음식으로 각광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이에 우리는 음식문화의 세계화에 성공한 나라와 실패한 나라의 사례를 고루 참고하되, 성공 사례의 경우 이태리와 프랑스처럼 오랜 역사를 통해 음식문화의 세계화가 진행되어 온 나라, 최근 들어 국가의 정책적 배려를 통해 세계화가 이루어진 나라, 그리고 다른 나라의 도움으로 세계화가 시작되어 늦게 국가정책으로 시행하는 나라의 사례를 고루 분석하여 합리적인 음식문화 세계화 전략 개발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푸드투데이 - 기자
001@foodtoday.or.kr
Copyright @2002 foodtoday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