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등 동남아까지 떠들썩하게 했던 음식드라마의 풍운아 ‘대장금’.
드라마 ‘대장금’은 이야기의 재미 외에도 현대인의 주된 관심사인 ‘음식문화’에 대한 정보, 그리고 갖가지 ‘민간식이요법’ 등에 대한 지식을 제공해 주고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장금이 요리를 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가 만드는 음식은 그 맛으로서 먹는 사람들을 웃음 짓게 하고, 시청자의 군침을 돌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어떤 특별한 비법을 가졌기 때문은 아니다. 그녀가 가진 최고의 비법은 단지 항상 땀과 정성을 쏟아 요리를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우선되었기 때문 일것이다.
그녀에게 이러한 요리의 기본자세를 가르쳐 준 것은 바로 한 상궁이다. 장금은 한 상궁이 시킨대로 직접 나물을 캐고 요리를 해보면서 맛의 이치를 하나씩 깨우쳐 가기 시작하는데 한 상궁이 장금에게 설명해 준 여러 나물들 중에 으뜸요리가 바로 ‘미나리’ 음식이다.
미나리강회, 미나리무침, 미나리김치, 보리미나리전, 미나리생채, 미나리튀김, 각종 미나리매운탕 등 우리가 일상에서 미나리를 사용하는 많은 예이다. 미나리는 그 만큼 각종 식품과 음식재료의 궁합에는 물론 한약 처방에 많이 사용돼 그 어떤 약재만큼이나 인체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 식물이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생하는 미나리는 한약명으로는 ‘수근’이라 하며, 기원전 480년의 ‘여씨춘추’에도 그 기록이 존재할 정도로 오랜 세월동안 인류의 음식사와 함께 해왔다.
조선 세종 시대에 간행된 본초 서적인 향약집성방에 따르면, 미나리는 여름철 구갈, 황달, 부종, 대하 등의 병에 쓸 수 있다고 했고, 동의보감에는 미나리가 대·소장을 잘 통하게 하고, 황달, 부인병, 음주 후의 두통이나 구토에 효과적이며, 김치를 담궈 먹거나, 삶아서 혹은 날로 먹으면 좋다고 기록돼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수년간 미나리의 중금속 해독 및 수질정화기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하수처리장이나 축산 폐수장의 수질정화물질로도 보급되고 있으며, 복어탕을 요리할 때 넣으면 복어의 독을 중화시킬 수도 있다. 또한, 가래를 삭히는 효과로 매연이나 먼지가 많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의 기관지와 폐를 보호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극중에서 한 상궁이 “미나리의 독특한 향은 식욕을 증진시키며 건위(위를 튼튼하게 한다)를 한다”며 장금에게 알려주는 대목은 이런 미나리의 효능을 말해주는 것으로서, 예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미나리를 일상 식단에 많이 애용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정보에 죽고 사는 한국인들에게 혁명가처럼 등장했다가 사람들의 변덕스러움에 조용히 사라진 슈퍼스타가 바로 비타민이다.
비록 소량만 필요한 존재이지만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영양소인데 밥벌이에 고단한 친구에게 항상 상큼 발랄한 파워를 전해줬으나 소원해질 수 있는 비타민과는 항상 가까이 해야 할 시기가 바로 요즘 같은 봄철이다.
불황에 살아남기라는 작전을 수행 중이라 스트레스 전쟁이 이만저만 아닌 요즘, 음식으로 비타민을 섭취해야 하는데 이러한 비타민을 섭취하는데 가장 적합한 식품이 미나리이다.
미나리는 비타민 A, B1, B2, C 등이 다량으로 함유된 알칼리성 식품으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생길 수 있는 혈액의 산성화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요즘같이 봄철 입맛 돋우는 채소로 미나리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향과 맛이 독특해 입맛 없을 때 식욕 살리기에 제격이다.
지금이야 사시사철 무쳐도 먹고 매운탕에도 넣어 먹지만 예전에는 봄이 오면 별미로 미나리 김치를 많아 담가 먹었다.
멸치 젓국을 넣고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으로 양념해 미나리와 당근을 넣고 버무린 미나리 김치는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향이 오래 남아 봄철 별식으로 손꼽혔으며, 미나리를 이용해 만든 대표적인 궁중음식 중 하나로 ‘미나리 강회’가 있는데, 미나리는 충성심과 인재를 상징하는 채소로 궁중이나 사대부 집에서 즐겨 먹었다.
고사성어에 ‘미나리를 바치는 정성’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하나는 어리석은 사람이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을 조롱하는 말로도 쓰이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왕을 먼저 생각하는 충성심을 나타낼 때 쓰는 말로도 쓰인다. 또한 ‘미나리를 뜯는다’는 고사성어도 있는데, 이 말은 인재를 발굴한다는 말이다.
사서삼경 중의 하나인 시경에 나오는 말이다.
반수라는 연못에서 미나리를 뜯는다는 노래가 나오는데 훗날 수많은 사람 중에서 훌륭한 인재를 뽑아 학생으로 삼는 것을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 현대식으로 해석하면 인재발굴이고, 인재중용이라는 뜻이다.
(다음호에 계속)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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