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교수의 건강코디

  • 등록 2008.07.11 16: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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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해산물을 꺼리는 분들이 많다. 여름에 제철을 맞아 맛있게 물오른 주인공이 있다. 바로 농어인데, 흔히 봄 조기, 여름 농어, 가을 갈치, 겨울 동태라 하며 농어를 여름철(6~8월) 생선의 첫손에 꼽는다. 오늘은 여름농어에 대해 말씀드려보려 한다.

여름이 오면 연안 갯바위나 섬암초밭으로 몰려드는 날쌘 고기가 있다. ‘바늘털이의 명수’로 한번 떼를 만나게 되면 숨 돌릴 틈 없는 입질을 해 낚시꾼들을 매료시키는 농어가 주인공이다. 이 같은 농어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길조의 물고기로서, 그리고 맛있는 진미의 물고기로서도 유명하다.

농어의 이름은 참 다양한데 난호어목지에는 깍정이라 하였고 자산어보에서는 걸덕어라 하였다. 경남 통영에서는 농에, 부산에서는 깡다구, 전남에서는 깔대기, 껄떡, 울릉도에서는 연어병치, 독도돔으로 불린다. 30cm안팎의 작은 것은 부산에서는 까지매기, 완도에서는 절떡이라고 불리며, 특히 몸통에 검은 점이 많고 작은 것은 전남 순천과 장흥에서 깔따구, 껄떡이로 불린다. 일본에서는 스즈키라고 부르는데 일본에 스즈키는 성씨가 많은 탓에 ‘일본을 대표하는 물고기’라 말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화루또는 루, 루위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정약용의 ‘아언각비’에 의하면 농어의 한자식 이름인 노어를 ‘노응어’라고 한다고 적었는데, 농어라는 이름은 여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린 고기에서 성장할 때까지 크기에 따라 이름이 바뀌는 물고기를 출세어라 하는데 농어, 숭어, 방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성장시기에 따라 여러 번 이름이 바뀌어 이 이름이 바뀌는 것이 우리들 사회에 있어 과장, 부장, 상무 식의 승진처럼 느껴지게 해서 나온 말이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먹이를 먹기 위하여 육지에 가까운 얕은 바다로 이동하고, 겨울철에는 알을 낳고 겨울을 나기 위하여 수심이 깊은 곳으로 이동한다. 어릴 때에는 담수를 좋아하여 봄에는 육지에 가까운 바다로 들어오며, 여름에는 강 하구까지 거슬러 왔다가 가을이 되면 깊은 바다로 이동한다.

농어목의 어류는 지금으로부터 약 7천만년전 신생대 제3기에 들어서면서 현저히 분화한 그룹이며, 그들 대부분은 바다에 서식하였다. 강에서 사는 물고기 중 가장 많은 친?인척을 거느리는 그룹이 잉어목 어류라면, 바다에선 당연 농어목(Percida)어류가 그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농어는 횟감으로 즐기는 최고급 생선인데 맛이 좋아 항공기 기내식에 많이 사용된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농어에 얽힌 이야기와 속담도 많다. 농어는 예로부터 사람에게 ‘길(吉)한 물고기’로 대접받았는데 주나라 무왕이 천하를 통일하고 전쟁에 승리한 이유가 정벌을 위해 바다를 건널 때 농어가 배 위로 뛰어오르는 ‘좋은 징조’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말이 입으로 전해져 오늘날에도 낚시꾼들은 농어가 낚이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일본 고사 중에 ‘가을 천둥소리에 놀라 농어가 깊은 바다로 도망간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가을철이 되면 바다로 되돌아가는 농어의 생태를 정확하게 짚은 말이다. 농어의 산란기는 10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이며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이나 강의 하구에 부유성 알을 낳는다. 전형적인 흰 살 생선으로 여름철에는 맛이 좋고 겨울에서 봄철에는 맛이 없다.

또한 농어에 관한 가장 유명한 일화는 오중노회이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에 장한이라는 선비가 낙양에서 큰 벼슬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여름날 문득 고향 송강에서 먹던 농어회의 맛이 생각나 며칠을 고민하다 마침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얘기이다. 과장은 있겠지만 농어의 맛을 짐작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옛말에 “7월 농어는 맛이 좋아지고 영양가도 높아 바라보기만 해도 약이 된다.”는 말이 있다. 식료본초에는 ‘임신 중 특히 초산부에게 농어를 먹이면 좋고 임신 중 하혈이나 복통 같은 것이 있을 때는 시원하게 국을 끓여 먹으면 지혈과 안정이 된다.’고 쓰여 있어 영양학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그 말이 거짓은 아니다. 양식산이 아닌 자연산 농어는 비싸고 귀한 물고기로 사서 먹기는 힘들지만 여름철에는 바다낚시터에서 어렵지 않게 낚을 수 있는 물고기이다.

농어에는 다른 어류와는 달리 지방의 함량이 아주 많으며 단백질도 높아 열량도 높다. 그 밖에 비타민A와 비타민B군 칼슘, 인, 철 등이 골고루 들어 있어 좋은 영양 식품이다. 에너지 96㎉, 수분 78.5%, 지방 1.9g, 당질, 회분, 칼슘, 인, 철분, 나트륨, 칼륨, 비타민A, 레티놀, 비타민B1, B2, 니아신, 비타민C 등이 들어 있다.

농어는 여름의 식탁을 아름답게 하는 고급 생선으로,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농어의 비늘만 떼고 내장 째 넣어 탕을 끓여서 몸이 허약한 아이들이나 산모들이 보신용으로 먹는데, 비위를 튼튼히 하여 밥을 잘 먹게 하고 간과 콩팥을 강하게 한다. 따라서 몸이 붓는 것을 치료하고 풍으로 인하여 팔다리가 저리고 아픈 것에 효과를 나타낸다.

한방에서는 농어를 오장을 튼튼하게 하는 음식으로 꼽고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오장을 보하고 위를 고르게 하며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는데 회를 쳐서 먹으면 더 좋은데 많이 먹어야 좋다.’고 적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병에 농어 즙을 바르면 낫는 경우도 있다.

농어는 담백한 저지방의 흰살 생선으로 부드럽고 소화·흡수가 좋아 환자나 노인들에게 적합한 생선이다. 또 각종 비타민이 골고루 들어 있어 환자나 노인에게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점막을 튼튼하게 하는 비타민 A, 당질 지방의 대사에 관계하는 비타민 B₁, B₂, 나이아신, 칼슘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 D, 노화 예방에 효과적인 비타민 E가 적절하게 들어 있다.

농어는 바다생선이지만 강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하구를 좋아하며 먹이를 먹기 위해 강으로 자주 오른다. 빙어나 미꾸라지 등 강가에서 사는 생선에는 철이 많이 들어 있는데 농어 또한 철이 많이 들어 있는 생선이다. 철분은 빈혈 예방에 도움이 된다. 철의 흡수를 위해서는 유일하게 농어에 들어 있지 않은 비타민 C가 필요하므로 철의 흡수를 좋게 하기 위해서 무채 등 비타민 C가 풍부한 채소를 곁들이거나 레몬즙을 뿌리면 좋다.

작은 농어는 비늘과 내장을 제거한 후 소금을 뿌리고, 약간 적신 한지에 싸서 굽게 되면 영양과 맛이 빠지지 않는 요리법이 된다. 칼슘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 D를 풍부하게 갖고 있는 껍질을 태우지 않고 구우면 발암성 물질의 염려 또한 없으므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여름철에 신선도가 떨어진 것이나 장염비브리오균에 오염된 것을 먹으면 식중독을 일으키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비브리오균은 열에 약하고 민물에서는 빨리 죽기 때문에 수돗물에 씻거나 온수처리를 하면 효과가 크다. 또한 농어 간을 먹으면 얼굴 피부가 벗겨지므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강한 산성식품이므로 야채와 함께 먹어 중화시켜야 한다. 이 균은 콜레라와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며 다른 균보다 번식이 빨라 10~12분이면 배로 늘어난다.

특히 바닷물에 잘 번식하는 세균이다. 이러한 농어로 생선회를 해 먹을 때는 강한 산성 식품이므로 채소를 곁들이는 것이 좋다. 살이 희며, 어린 고기보다는 성장할수록 맛이 좋다. 농어는 주로 지리, 찜, 회 등으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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