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은 단순한 ‘명절’이 아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시간의 경계선이다. 우리는 설날을 맞아 스스로를 돌아보고,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식(儀式)을 치른다. 떡국 한 그릇에 나이를 더하고, 세배 한 번에 예(禮)를 되새기며, 차례상 앞에서 조상과 오늘의 나를 잇는다. 설은 개인의 다짐을 넘어 가족과 나라의 미래를 함께 생각하는 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설날은 뿌리와 미래를 잇는 다리이다
설은 ‘새로움’을 선언하는 날이다. 그러나 그 새로움은 뿌리 위에서만 가능하다. 우리의 전통은 박물관 속에 머무는 유물이 아니라, 오늘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생활의 지혜다. 어른께 절하며 마음을 낮추는 겸손, 가족이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는 연대, 한 해의 계획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는 약속이 바로 설의 정신이다. 전통은 형식이 아니라, 사람을 잇는 가치인 것이다.
위기의 시대가 경고를 보내고 있다
오늘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고물가와 저성장, 양극화의 심화, 청년의 불안, 저출생과 고령화, 그리고 끝없는 정쟁은 국민을 지치게 한다. 정치가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갈등을 키우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설은 우리에게 묻는다.우리는 서로를 이기기 위해 싸우는가, 함께 살기 위해 협력하는가?국정은 진영의 승리를 위해 존재하는가, 국민의 안정을 위해 존재하는가?
위기는 경고이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다. 갈등을 멈추고 합의의 문화를 세우라는 시대의 요구다.
희망을 여는 열쇠는 국정 방향의 전환과 정치 혁신이다
첫째, 민생 최우선의 실용정치가 필요하다. 이념의 구호보다 체감되는 정책으로 물가 안정, 일자리 창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 미래 산업 투자에 국정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둘째, 협치(協治)의 제도화가 시급하다. 여야정 상설 협의체를 정례화하고, 초당적 민생 법안은 신속히 처리하는 정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셋째, 정치 신뢰의 회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공천 과정의 투명성, 정치자금의 엄정한 관리,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등 기본을 바로 세워야 한다.
넷째, 세대 통합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청년에게는 도전의 사다리를, 중장년에게는 재도약의 기회를, 어르신에게는 안정된 노후를 보장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정치가 낮아질수록 국민의 삶은 높아진다. 설날 큰절의 마음처럼 정치가 먼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일 때, 신뢰는 다시 움틀 것이다.
우리의 전통과 뿌리, 어디서 찾고 어떻게 지킬 것인가
전통은 과거를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가치를 이어가는 일이다.
가정에서는 세배의 의미와 차례의 정신, 우리말과 예절을 자연스럽게 가르쳐야 한다.지역 공동체는 마을 행사와 전통시장, 향토 문화유산을 주민의 참여 속에서 되살려야 한다.디지털 시대에는 전통문화를 현대적 콘텐츠로 재해석해 세계와 함께 나누어야 한다.
뿌리가 깊을수록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세계화 속에서도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힘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데 있다.
설 연휴는 가족이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다
기쁜 명절이 누군가에게는 부담과 스트레스가 된다면 그것은 진정한 명절이 아니다. 설은 ‘의무’가 아니라 ‘기쁨’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서로의 배려가 필요하다.
음식 준비와 정리를 함께 분담해 부담을 나누자.정치·경제 논쟁이나 결혼·취업 압박 등 상처가 되는 질문은 삼가자.각자의 새해 계획을 나누고 서로 응원하는 시간을 갖자.잠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가족과의 대화에 집중하자.이웃과 온정을 나누는 작은 기부나 봉사로 명절의 의미를 넓혀보자.
설은 휴식과 화해의 시간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고마움을 말로 전할 때 설은 진정한 기쁨의 명절이 된다.
우리 사회는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정치는 국민의 삶을 향해, 경제는 공정한 기회를 향해, 사회는 상생의 길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가정은 사랑으로, 공동체는 신뢰로 다시 묶여야 한다.
새해의 첫 문을 여는 설날, 우리는 다시 출발할 수 있다. 전통의 뿌리 위에 희망의 싹을 틔우고, 갈등의 언어 대신 화합의 언어를 선택하자. 그때 설날은 단순한 명절을 넘어 나라와 국민을 새롭게 세우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