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 사람도, 팔 사람도 없다”…K-푸드 2028년 ‘인력 절벽’ 경고

  • 등록 2026.01.28 15: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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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연 “식품산업 취업자 2028년 전후 감소 전환”
외식·식품제조 인력난 심화…자동화·외국인 고용 한계
지방 식품공장 붕괴 우려… “기계로 대체 쉽지 않아"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역대 최대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며 전성기를 구가하는 K-푸드가 정작 내부에서는 ‘사람이 없어 멈출 수 있다’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단순한 구인난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식품 생산과 외식 서비스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2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최근 발간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식품시장 대응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산업 취업자 수는 2028년 전후를 기점으로 감소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인구 감소의 직격탄이 식품산업의 핵심 노동 연령층인 30~59세를 중심으로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2028년 전후 ‘전환점’…식품산업 인력 구조 흔들린다

 

보고서는 식품산업 전반의 취업자 수가 단기적으로는 완만한 증가 또는 정체 흐름을 보이다가 2028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음식점·주점업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취업자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외식 물가 상승과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인구 구조 측면에서도 경고 신호가 뚜렷하다. 2023~2033년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연평균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식품산업의 핵심 노동층인 30~59세 연령대 감소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같은 기간 음식점업 취업자는 연평균 1.3% 감소하고, 식료품 제조업 취업자는 2028년까지 소폭 증가한 뒤 2028~2033년에는 연평균 0.5%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직종별로 살펴보면 ‘조리 및 음식 서비스직’과 ‘식품가공 관련 기계 조작직’에서 인력 부족이 특히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음료 제조업과 주점·비알코올 음료점업은 2023~2033년 기간 동안 취업자 수가 유지되거나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업종으로 분류됐다.

 

연구진은 “식품산업은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대표 산업”이라며 “노동력 감소가 곧바로 생산 차질과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지방 식품공장의 붕괴, ‘지방 소멸’로 이어진다

 

이번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식품제조업의 지역적 특성이다. 원료 수급과 물류 여건 등을 이유로 다수의 식품 제조공장이 비수도권 지역에 위치해 있지만 낮은 임금과 열악한 정주 환경이 청년층의 지방 기피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4년 기준 식료품 제조업의 시간당 임금은 제조업 평균의 73.7% 수준에 그쳤다. 외식업 평균 임금은 전 산업 평균의 약 58%에 불과했다. 장기근속에 따른 임금 상승 폭도 제한적이어서 숙련 인력 이탈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지방 식품공장의 인력난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경제와 인구 유출을 가속화하는 구조적 요인”이라며 “식품 생산 기반이 무너지면 지방 소멸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계로 대체하면 된다?”…식품산업의 구조적 한계

 

인력 부족 해법으로 자주 거론되는 자동화 전환 역시 식품산업에서는 만능 해법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식료품 제조업의 자본-노동 대체 탄력성은 0.114로, 전체 제조업 평균(0.161)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는 임금이 상승하더라도 기계나 설비로 노동을 대체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위생 관리, 원료 선별, 품질 판단 등 사람의 숙련과 경험이 필수적인 공정이 많아 인력이 빠질 경우 즉각적인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식품산업은 자동화로 인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라며 “기술 도입은 인력 부족을 보완하는 수단일 뿐 근본 해법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역 소재 업체의 경우 근로자 주거.통근 지원, 휴게시설과 안전설비 확충을 위해 정부.지자체 지원사업과 연계한 상생 모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겉도는 외국인 고용 대책…“현장에선 여전히 부족”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한 외국인 고용허가제(E-9) 역시 현장과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력 활용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산업별 수요를 정밀하게 반영한 배치와 숙련·정착을 지원하는 교육 인프라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와 외국인 근로자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2004년부터 E-9 제도를 운영해 왔다. 식품제조업을 포함한 제조업과 건설업, 농축산어업이 주요 대상이었으며, 외식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2024년부터 음식점업도 시범적으로 포함됐다.

 

보고서는 식품제조업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인력은 단순 보조 인력이 아닌 ‘숙련된 식품 생산 인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식품·외식산업 근무 경력을 보유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사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식품 경력 기반 매칭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아울러 중소 식품업체가 숙련 외국인력을 대상으로 E-7-2(비전문 숙련직) 전환 추천까지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현장 적응을 위해 입국 후 기초 취업교육(16시간)과 특화훈련(32시간)을 의무화하고, 위생·HACCP 교육과 함께 한국어·안전·서비스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식품·외식 맞춤형 교육 모듈’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단순 인력 공급 중심의 외국인 고용 정책으로는 식품산업의 구조적 인력난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교육·숙련·장기 근속을 전제로 한 관리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식품산업을 ‘노동집약적 사양 산업’이 아닌 ‘푸드테크 기반의 첨단 산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도 즉시 도입 가능한 식품로봇·자동화 표준 공정 모델 개발 ▲지방 식품업체 종사자를 위한 주거·복지 패키지 지원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인력 수급 예측 시스템 구축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푸드투데이 황인선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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