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가당음료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설탕세(Sugar Tax)’ 도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국회 차원의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청소년 비만과 당뇨 등 ‘달콤한 중독’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겠다는 취지다. 다만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과 조세 형평성 논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박주민)는 지난 10일 전체회의에서 김선민 의원안과 이수진 의원안 등 두 건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하고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했다. 두 법안 모두 가당음료에 부담금을 부과해 당류 섭취를 줄이고 국민건강증진기금 재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2027년 1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설탕세 논의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발언을 계기로 급부상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SNS를 통해 설탕세 도입에 찬성하는 여론을 공유하며 “담배처럼 설탕에도 부담금을 부과해 소비를 억제하고, 그 재원을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에 활용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후 복지위를 중심으로 설탕세 제도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330㎖ 콜라 기준 부담금…김선민안 99원 vs 이수진안 36원
현재 국회에 제출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김선민 의원안(조국혁신당)과 이수진 의원안(더불어민주당) 두 건이다. 두 법안의 공통점은 가당음료 제조·가공업자 또는 수입업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하고 이를 국민건강증진기금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다만 부과 방식과 세율 구조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김선민 의원안은 당 함량에 따라 2단계 세율을 적용하는 구조다. 가당음료의 첨가당 함량이 100㎖당 5g 이상 8g 미만인 경우 1ℓ당 225원, 8g 이상인 경우 1ℓ당 300원의 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또한 부담금의 사용처를 명확히 규정해 비만 및 만성질환 예방·관리 연구사업과 지역·필수·공공의료 사업 등에 활용하도록 했다.
반면 이수진 의원안은 보다 세분화된 9단계 누진 구조로 설계됐다. 가당음료 100ℓ 기준 첨가당 함량에 따라 1000원에서 최대 2만8000원까지 단계적으로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다만 부담금 사용처는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다.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부담 수준은 김선민 의원안이 더 클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동찬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330㎖ 콜라 기준 부담금이 김선민 의원안은 약 99원, 이수진 의원안은 약 36원 수준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영국 약 169원, 프랑스 약 203원, 멕시코 약 85원과 비교할 때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116개국 도입…“당류 섭취 감소 효과”
검토보고서는 설탕세가 이미 국제적으로 확산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최소 116개국이 가당음료에 세금 또는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대표 사례인 영국의 ‘청량음료 산업 부담금(Soft Drinks Industry Levy)’은 설탕 함량에 따라 차등 과세하는 구조다. 도입 이후 음료를 통한 당 섭취량이 약 30% 감소하고, 탄산음료의 설탕 함량이 21.6%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미국 필라델피아와 시애틀 등에서도 가당음료 판매량이 20~40% 감소한 사례가 보고됐다.
설탕세 논의 배경에는 국내 당류 섭취 증가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인의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은 57.4g으로 WHO 권고 기준(50g)을 초과했다. 특히 10~18세 청소년은 하루 평균 64.7g을 섭취해 과다섭취 문제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의 주요 공급원은 음료류 32.2%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과자·빵·떡류 15.7% 순으로 조사됐다.
“물가 상승·저소득층 부담” 역진성 논쟁도
검토보고서는 가당음료 부담금이 도입될 경우 가격 인상으로 소비량이 6~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뇨와 비만 유병률 감소 등 공중보건 측면의 효과와 함께 제조업체의 저당 제품 개발을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만성질환 관련 의료비 부담 감소를 통해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고, 비만 예방 연구와 공공의료 투자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설탕세 도입을 둘러싼 논쟁도 적지 않다.
검토보고서는 가당음료 부담금이 제품 가격에 반영될 경우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가격 인상 영향을 크게 받는 소득 역진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부과 대상, 세율, 재원 사용 목적 등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식품업계는 설탕세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 해결이라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하지만 재정 정책 수단을 통해 해결하려는 방식은 사회적 반발과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특히 가격 상승과 산업 부담 증가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역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국민에게 새로운 부담을 지우는 만큼 부과 대상과 기준에 대한 정교한 설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복지위는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가당음료 부담금 도입 여부와 세율 구조 등을 포함한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