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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식품 안전과 이산화염소'(1)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식품으로 인한 질환은 건강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주제이다. 

최근에는 식품의 품질을 논함에 있어 식품의 완전성보다는 안전성이 보다 중요한 요건이 되고 있으며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이나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과 같은 용어도 이미 소비자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게 되었다. 

식품의 안전성을 총체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식품원료의 재배, 가공, 유통 및 소비에 이르는 모든 과정(단계)에 걸쳐 단계별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식품업계 그리고 학계에서는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전성과 관련된 요소 중에서 화학물질과 달리 미생물은 재배, 수확으로부터 가공과 유통과정 등 다양한 단계에서 지속적이고 복합적인 오염이 가능하고 환경 적응성이 뛰어나 생존과 증식, 독소 분비가 가능하다. 식품의 미생물학적인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새로운 기술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식품으로 인한 식중독과 같은 위해 사례는 오히려 집단화, 대형화되어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국가를 비롯한 세계의 주요 선진국에서는 식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관리정책을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선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병원성 대장균을 비롯한 식중독균의 대량발생과 광우병 등 식품유해물질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로 최근 유럽에서 발생한 장관출혈성대장균(EHEC) 등의 사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독성이 강한 신종 박테리아가 출현함으로써 우려가 더해가고 있다. 또한 소비자의 알권리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막대한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유발시키는 식중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원료, 가공공정(작업자, 작업장, 기계, 도구, 용기, 포장 등)을 포함한 생산기반 전반에서의 안전성과 최종제품에서의 안전성 확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식중독을 유발시키는 요인들은 크게 미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요소로 분류되나 미생물학적인 요인이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제어방법과 예방방법의 개발에 대한 필요성과 시급성이 크다.

섭취를 전후해서 가열하는 식품은 가열을 통해 비교적 오염된 미생물을 불활성화하는 것이 용이하다. 그러나 소득이 증가하면서 채소, 과일, 비가열 주스, 생식 등 고도의 신선도를 갖는 천연 유래의 식품을 선호하는 건강 지향적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형태의 식품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전통적인 가열과 같은 효과적인 미생물 불활성화 수단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미생물학적인 위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비가열 식품은 기호성이나 영양학적 측면에서 다른 식품으로 대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안전성 확보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식품분야이다. 비가열 식품은 원료의 재배단계로부터의 안전성 확보가 담보되지 않으면 최종제품에서 완전한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생산, 가공 및 유통단계에서 가능한 수준까지 위해를 예방하는 수단을 체계화하고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미생물로 인한 부패와 변패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살균·소독력을 가지는 화학물질이나 천연물질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한 여러 종류의 항균제나 살균제, 소독제, 보존제 등이 상품화되고 있다.  

식품의 가공공정에서 원료의 오염 미생물을 저감하거나 생산시설, 도구, 작업장의 미생물학적인 위생관리를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살균소독제 중 가장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4급 암모늄화합물(QAC), 염소계, 산/알칼리제제, 요오드계, 산소계, 알코올계 등이 다. 

이중 염소는 음용수와 하수처리 등에서 우수한 살균력과 경제성이 높아 널리 사용되고 있는 물질이며, 식품가공공정에서는 최대 200ppm의 비교적 높은 농도로 사용되고 있다. 과실이나 채소류의 오염 미생물의 저감화를 위해 살균이나 소독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염소의 현장에서의 실제적인 살균소독력은 연구자들에 따라 다양하게 보고하고 있으나 대체적으로 약 2log CFU/g 수준이다. 

식품의 가공공정에서는 처리 후 음용수 등으로 세정을 하기 때문에 우려의 가능성이 거의 없으나 음용수 처리에서는 THMs(trihalomethane)이나 HAAs(haloacetic acid)와 같은 발암성 소독부산물의 생성도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이산화염소(ClO2)는 분자량 67.45의 수용성 가스상 물질로서 저농도에서는 노랑색-녹색, 고농도에서는 주황색-갈색을 나타낸다. 냄새는 염소와 비슷하지만 보다 자극적이며 물에 대한 용해도는 실온에서 2.9g/㎖이다. 

1894년 영국의 험프리 데이비(Humphrey Davy) 경이 발견한 이산화염소는 20세기 초반 벨기에의 온천에서 처음 사용되어 1950년대부터 정수장의 소독제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 중반에 이미 미국에서는 200〜300개 이상의 정수장에서 음용수 처리를 위해 사용되었고 유럽의 경우에도 1000개소 이상의 정수장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미국환경보호청(EPA)는 이산화염소를 음용수의 정수 처리 시 발암물질인 THMs 및 HAAs 등을 생성치 않기 때문에 안전한 살균 소독제로 권장하고 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가금육, 과실 및 채소류의 살균에 이산화염소수의 형태로 잔류농도 3ppm 이하로 사용가능하다”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산화염소의 안전성을 식품첨가물중 가장 안전한 기준인 A-1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산화염소는 유가공, 음료, 제지산업, 과채류 가공산업, 캔 포장공정, 가금육 산업, 쇠고기 가공산업, 기타 식품산업에서 미생물을 생육을 제어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으며, 폐기물처리에도 활용범위가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