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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김창수 금산인삼 대표

'명인' 이 빚는 국가대표 전통주 ‘금산 인삼주’



600년을 내려오는 비법으로 빚는 술

우리 민족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집집마다 향기로운 술을 빚어 음주 문화를 꽃 피워왔다. 특히 주식인 쌀을 원료로 만든 전통주는 농민의 허기를 채워주는 간식으로, 때로는 고달픔을 달래주는 위로의 술로, 건강을 지켜주는 약용주로, 집안에 좋은 일이 있을 때는 흥을 돋우는 잔치 술로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스며들었다.

이렇듯 사시사철, 절기마다 우리 민족 식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전통주는 1907년 일제의 주세령 공포 이전까지 전국에 걸쳐 360여 가지가 있을 만큼 풍부하고 다양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문헌에 남아 있는 술에 대한 기록을 따져보면 1000종이 훨씬 넘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주종이 탁주ㆍ약주ㆍ소주 등으로 단순화 된 데다 해방 이후 쌀 부족으로 술의 원료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전통주는 큰 타격을 입었다. 그 속에서도 ‘금산인삼주’는 600년 이상을 이어져 내려오며 한국을 대표하는 민속정통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금산인삼주’는 금산토박이 5대째인 전통식품명인(2호) 김창수 금산인삼 대표가 빚고 있다. 그가 빚은 금산 인삼주는 조선시대 사육신 중 한 분인 김문기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던 것을 16대 후손인 김 대표가 모친과 조모로부터 전승받아 현재 계승하고 있다.

금산 인삼주의 제조비법과 그 맛은 조선시대 ‘임원십육지’와 중국의 ‘천금방’, ‘본초강목’에도 나와 있고 김 대표 집안의 가전문헌인 ‘주향녹단’ ‘잡록’에는 인삼을 넣어 술을 빚고 그 술을 제사때 사용하는 제주와 가양주로 썼다고 전해져 온다.

이처럼 ‘비전’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는 ‘금산인삼주’는 우리가 보아온 ‘인삼뿌리 담긴 술’이 아니다. 병에 소주를 부어 인삼액을 추출해 마시는 ‘침출주’와 달리 이곳의 인삼주는 인삼을 발효시킨 발효주다.

“집안에 비전으로 내려오는 제조방식 대로 인삼주를 만들었습니다. 이술은 보통 술과 똑같이 쌀과 누룩에 인삼을 넣고 100일 동안 발효시킨 것입니다. 향을 위해 솔잎을 약간 넣은 것만 빼면 보통 약주와 제조방식이 같지요.”

하지만 제조방식만 같을 뿐이다. 다른 전통주와는 뚜렷이 구별된다. 그 차이는 바로 예부터 ‘선약’ ‘불로장생의 영약’ ‘생명의 뿌리’라고 일컬어졌던 ‘금산 인삼’에 있다.


불로장생 인삼의 본고장서 빚는 명주

개성 인삼이 고구려 인삼을, 풍기 인삼이 신라 인삼의 맥을 잇고 있다면 금산 인삼은 백제 인삼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불로장생의 명약 백제 인삼을 원료로 빚어내는 금산 인삼주는 신비한 약효 때문인지 술을 먹은 뒤에도 숙취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 않고 한잔 술에 배어나는 알싸한 인삼향과 혀끝에 감치는 맛은 여느 명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이 때문에 2000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당시 각국 지도자의 공식 건배주로 지정되면서 전세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김 대표가 인삼주 제조를 업으로 삼게 된 것 것은 운명적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마을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빚기 시작한 그가 인삼주를 만들게 된 게 모두 집안 어른들의 영향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집안 제사나 명절 때면 할머니와 어머니가 대대로 전해져 온 비법에 의해 인삼주를 담갔고 어깨너머로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습니다. 또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만들면서도 집안에 보관된 ‘주향녹단’과 ‘잡록’에 적힌 비방에 따라 담가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인삼주가 전통 비법에 의해 복원돼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제조허가를 받아 현재의 위상을 갖기까지는 그의 땀이 적지 않게 배어 있다. 고유의 맛을 되살리기 위해 밤을 새운 날이 허다했고 판로개척을 위해 전국을 동분서주했다.

“전통 민속주가 예부터 내려온 술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탄압을 받고 그 후로도 단속과 규제가 이어져 왔습니다. 조상의 맛과 솜씨가 배어 있는 전통 인삼주를 1994년이 돼서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금산 인삼주를 기존의 인삼주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제조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삼주가 인삼자체에 소주를 부어 우려낸 침출주라면 금산 인삼주는 전통 발효주로 분류된다. 쌀과 누룩에 인삼을 분쇄해 넣고 저온(18~22도) 발효시켜 100일간 숙성시킨다. 그래서 금산 인삼주에는 인삼이 없다. 술 속에 인삼을 그대로 녹여 놓았기 때문이다.



술이면서 약이고, 약이면서 술인 술

100일간의 제조기간을 거친 금산 인삼주에는 유기산·무기질·비타민 등이 다량 함유돼 있고 유기산의 일종인 젖산이 많아 인체에 좋은 효과를 준다. 이 때문에 술을 먹어도 숙취로 인한 어려움이 없으며 한잔 술에 담긴 맛과 향은 그 어느 명주보다도 뛰어나다.

식욕이 떨어지고 위장기능이 쇠약한 여성에게 이 술을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삼성분이 소화기 계통의 힘을 증강해 누렇게 뜬 얼굴에 생기가 돌게 하고 군살이 붙지 않으면서도 탐스러운 몸매를 가꿔주는 미용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금산 인삼주에는 현재 인삼약주와 인삼증류주 2가지가 있다. 술독에 100일간 발효시켜 채주한 다음 이것을 짜내면 알코올농도 12.5도짜리 인삼약주가 되고 그것을 다시 수증기로 끓이는 소주내림을 거치면 43도짜리 인삼증류주가 된다. 지금은 거대한 탱크에서 인삼주를 끓여내고 있지만 대량생산 이전에는 큰 항아리에 불을 지펴 증류했다.

이처럼 많은 정성과 시간이 들어간 까닭에 금산 인삼주는 즐거운 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술로도 알려져 있다. 즐거운 일에 어울리는 술은 술이면서 술이 아니어야 한다. 인위적으로 만들고 희석시킨 술은 사람에게 좋지 않아 몸을 해치고 마음을 상하게 하기 마련이지만 자연적으로 숙성시킨 술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이롭게 한다.

이 때문에 금산 인삼주는 지금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 발효음식처럼 인삼과 누룩을 넣고 발효시킨 것으로 술이면서 약이고, 약이면서 술이기에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흥을 돋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주로 그 자리를 확실하게 굳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