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포장에 사용되는 랩은 재질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랩은 흔히 ‘가정용’이라고 불리며 대부분 “폴리에틸렌(PE, LDPE)”이라는 합성수지로 만들어 진다. 반면, 대형할인매장, 배달음식점 등에서 사용되는 랩은 ‘업소용’이라고 불리며 대부분 “염화비닐수지(PVC)”로 만들어 진다.
일반적으로 PE는 재질 자체가 유연하여 가소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유연한 랩을 만들 수 있지만, PVC를 랩처럼 유연하게 만들려면 가소제를 15-30% 정도 사용해야 하며, 이때 가소제로 사용되는 물질은 프탈레이트류, 아디페이트류 등 다양하다. 최근 내분비계장애물질, 발암성 등의 논란으로 프탈레이트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세계적으로 식품포장 분야에서는 아디페이트류 가소제의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1989년에 기구 및 용기·포장의 제조시 프탈레이트류의 일종인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의 사용이 금지되었으며, 그 이후로 PVC 랩의 제조시 가소제로서 디에틸헥실아디페이트(DEHA)가 사용되어 왔다. 작년에 언론보도에서 업소용 랩에서 검출되었다는 내분비계장애물질은 바로 이 DEHA를 말한다.
DEHA는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 등의 내분비계장애물질 목록에 있으나 단지 의심되는 물질일 뿐 결론이 내려진 바는 없다. 다만, 전통적으로 뜨거운 국물있는 음식을 선호하고 음식배달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의 경우 랩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와 관심이 높은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PVC 랩 중 가소제는 물에는 녹지 않고 기름에 잘 녹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온도가 높을수록 식품으로 이행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유럽연합에서는 식품으로 용출되는 DEHA의 량을 표면적 당 3mg/dm2으로 제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우리나라 국민이 선호하는 음식을 대상으로 PVC랩에서 DEHA의 용출 정도를 조사하였으며 국내 제조업체의 기술 수준을 파악, DEHA의 대체 필요성 및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이를 토대로 제조업체에 안전한 대체물질의 사용을 권고하였으며, 2005년 1월부터 자율적으로 DEHA를 사용하지 않도록 합의를 도출하였다.
또한 수입품에 대한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랩 제조시 DEHA의 사용을 금지”하는 기구 및 용기·포장의 기준규격 개정(안)을 마련, WTO 통보 및 식품위생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05년 6월 2일자로 고시한 바 있다.(식품의약품안전청고시제2005-30호) 현재 미국 및 유럽에서는 랩 제조시 가소제로 DEHA의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식습관에 따른 랩의 사용 실태가 제외국과 현저히 다르다.
이는 2004년 음식업중앙회에 등록된 음식점 수만 해도 전국에 60만여 개에 달하고, 이 중 중국음식점은 2만6000여 개, 한식집 23만여 개로 집계되고 있으며, 많은 음식점들이 음식을 PVC 랩으로 포장하여 배달하고 있는 점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따라서 금번 랩 제조시 DEHA의 사용금지 조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식습관을 고려할 때 국민 건강보호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