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한 문학 작품 속에 나오는 음식 먹는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다.
과실나무가 우거진 숲, 과즙을 담은 호리병들(단, 사과 과즙은 뺄 것), 경우에 따라서는 치부 가리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천사 손님, 뱀...
무슨 작품일까. 정답은 존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1667년작)이다.
하나님은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가 사탄의 속임수에 빠질 위험 속에서도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천사장 라파엘을 보낸다.
아담과 이브는 라파엘을 에덴동산에서 접대한다.
밀턴은 이브가 라파엘을 위해 준비한 식탁을 이렇게 묘사했다.
"맛있는 과일, 쾌락의 맛, 정말 입맛을 돋우고, 갈증도 채우네, 그 사이에 과즙도 따르지, 젖이 흐르는 강, 딸기, 포도의 과즙."
신간 '앨리스의 식탁'은 실낙원을 비롯해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 앨리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 등 문학 작품을 음식과 식사라는 키워드로 풀어본 책이다.
이 책은 문학 작품 속 음식이 등장하는 상황과 장면을 아침·점심·저녁 식사, 티타임 등으로 나눠 소개하고 있으며 문학적 요소와 음식 맛, 분위기 등으로 평점도 매겼다.
또 문학 작품 속 식사 장면을 재현하려면 어떤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차려입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나와 있어 직접 따라 해볼 수도 있다.
이 책은 유명 영미 문학 작품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중에는 간혹 국내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도 포함하고 있다.
문학을 전공한 뒤 레스토랑 비평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숀 브랜드는 앞으로 다루게 될 음식들이 등장하는 작품과 작가에 대한 간략한 안내를 잊지 않는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음식들이 등장하는 상황과 그 장면을 소개하고 우리가 그 장면을 따라 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물을 갖추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평점 기준을 네 가지 요소로 분리해 작품과 음식에 대해 평가한다. 기준은 문학적 요소, 음식의 맛, 분위기, 모인 사람의 수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재치있는 입담으로 풀어놓는 음식 이야기들을 따라 읽다 보면 입안에 절로 침이 고인다.
민음인 펴냄 / 숀 브랜드 지음 / 조동섭 옮김 / 184쪽 / 9800원.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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