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AI 본격 확산되나

  • 등록 2008.04.07 16: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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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제에 이어 정읍 영원면에서 두번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인되고 정읍 고부면 오리 폐사 원인도 고병원성 AI 가능성이 커지는 등 때늦은 '4월 AI'가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겨울 철새가 가장 유력한 바이러스 유입 경로로 거론되는 가운데 크고 작은 방역 체제의 허점도 드러나고 있다.

◇ 다시 '범인'은 철새?

농수산식품부 김창섭 동물방역팀장은 7일 이번 AI 발병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감염 경로 추정은 몇 개월에 걸친 작업으로, 당장 무엇을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AI가 예년처럼 겨울철에 발생했다면 북방철새(겨울철새)를 통한 전파 가능성에 절대적 무게를 뒀겠지만, 겨울 철새가 대부분 돌아가는 2월 말로부터 한달여가 지난 지금 방역당국으로서도 무조건 철새만을 범인으로 몰기가 어려운 입장이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최근 조사에서 아직 돌아가지 않은 철새들이 다수 발견됐다는 점, 작년 12월 27일 만경강 부근에서 잡은 청둥오리에서 'H5' 항체가 확인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다시 '철새 감염'에 주목하고 있다.

첫번째 김제 AI 발생 초기에는 외국인 근로자, '사람을 통한 감염'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김제 농장에 몽골.베트남.중국 등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 11명이 일하고 있는만큼 이들이 같은 지역 출신 체류자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AI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그러나 두번째 정읍 오리 농장의 인부 구성이 김제와는 달라 이 가설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두 농장이 27㎞나 떨어져있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만큼 김제 건이 사람을 통한 감염이라해도 나머지 정읍건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 2월29일 정읍 농장에 새끼오리를 분양한 경기도 여주 소재 부화장은 AI 발원지 의심 대상에서 제외되는 분위기다. 오리의 경우 AI의 잠복기가 길어야 22일 정도로, 부화장이 AI에 오염됐다면 이 부화장에서 오리를 받은 정읍 이외 많은 농장에서 이미 발병 사실이 보고됐어야한다는 설명이다.

◇ 정읍발 전파 차단에 주력

일단 김제 AI의 방역은 순조로운 상태다. 김제 농장의 경우 거의 폐사 직후 신고가 이뤄져 살처분과 이동제한 등 신속한 초기 대응이 가능했다. 지금까지 김제 농가 3㎞, 10㎞내 농가를 예찰한 결과 추가 의심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문제는 정읍 영원면에서 발생한 AI다. 이 농가는 지난달말부터 폐사가 시작됐음에도 이달 3일에야 신고한데다 앞서 2일에는 도축장에 일부 오리를 반출하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방역 전선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우선 2일 정읍 농장으로부터 6520마리의 오리를 공급받아 도축한 나주 화인코리아 오리 도축장에 대해서는 2~5일 사이 도축해 보관하고 있던 3만99마리를(영원 농장 6520마리 포함)를 모두 폐기, 파묻도록 지시했다.

아울러 정읍 농장에서 나간 오리를 도축장까지 실었던 운송 차량 5대가 지난 5일까지 드나든 무안.해남.고창,구례.영암 등의 12개 농가에서 기르고 있는 약 16만마리의 닭.오리에 대해서도 곧 살처분 지시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병원성 AI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정읍 고부면 오리농가 역시 이 운송 차량이 지나는 도로 주변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져 영원면으로부터의 2차, 3차 감염 가능성에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차량 등 전파 매개를 통해 발병 농가와 연관된 농가들이 대부분 전북 지역에 국한돼있지만, 만약 이번주 중 전북 이외 지역에서 AI가 발견되거나 역학 조사 과정에서 차량 이동 범위가 더 넓었던 것으로 추가 확인되면 당국은 '본격 확산'에 대비해 살처분 반경을 현재 '500m'에서 '3㎞'로 확대하는 등 방역 조치를 강화할 전망이다.

◇ 도축장 제 때 통제못해

방역 당국은 늑장 신고와 불법 출하로 사태를 키운 정읍 영원면 농가에 대해 살처분 보상금 및 생계비 지원 축소, 형사 고발 등을 통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의 부실한 방역 체계와 대응 역시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선 'AI 특별 방역' 기간이 논란거리다. 방역 당국은 겨울 철새 도래 시기에 맞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를 'AI 특별 방역 기간'으로 정하고 축사 면적 300㎡ 이상의 닭.오리.칠면조 등 가금류 사육농가 5천 곳을 집중 점검하는 한편 철새 등의 분변을 수집, 감염 여부를 조사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돌아가지 않은 철새가 남아있는 것으로 미뤄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춰 방역 활동을 펼친 것이 아니라, 기계적으로 기간을 정해 단순히 방역만 하고 넘어간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농식품부측은 "특별 방역 기간이 끝났다고 AI에 대한 예찰 활동이 모두 종료되는 것은 아닐 뿐 아니라, 봄철 구제역 특별 방역 기간과 겹쳐 그 이상 AI 방역 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명했다.

또 이번 정읍 영원 농장에서 출하된 오리고기를 도축한 나주 화인코리아에 대한 조치가 너무 늦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도축장은 정읍 영원 농장의 오리를 2일 도축했고, 도축장 담당 수의사의 재량에 따라 3~4일 계속 다른 농장의 오리를 받아 계속 작업해 이 가운데 6만여마리를 유통시켰다. 고기를 통한 인체 감염의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해도, 신고 전 출하 사실을 서둘러 파악해 같은 기계를 사용한 도축을 당국이 막았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 전북에 보상금 100억원 배정

가뜩이나 사료값 인상 등에 어려운 농가 입장에서는 보상 문제가 최대 관심사다.

농수산식품부는 현재 AI 보상금 등에 쓸수 있는 예산으로 약 700억원 정도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주 이 가운데 일단 100억원을 전라북도에 배정했고, 현재 닭.오리의 살처분 작업이 끝나는 순서대로 곧바로 평균 가격을 따져 50%를 먼저 지급하고 있다. 달걀의 경우 평균 가격이 100% 치러진다.

이같은 선지급은 구체적 보상 기준을 설정하고 농가별 피해 규모를 정확히 집계하기까지 최소 한 두달이상이 걸리는만큼, 당장 생계가 어려운 농가에 실질적 도움을 주자는 취지다. 방역 상황이 종료된 뒤 정확한 피해 현황을 바탕으로 정산이 이뤄지면 나머지 금액이 모두 지급될 예정이다.

살처분 대상은 아니지만 이동제한 등으로 판로가 막힌 농가들에 대해서는 생계비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정읍 영원면 농가와 같이 '즉시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살처분 보상금 및 생계비 지원 가운데 일부만 받을 수 있다.

2006년 11월~작년 3월의 경우 7건의 AI로 모두 460농가에서 기르던 약 280만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고, 정부는 살처분 보상금 등으로 무려 582억원의 비용을 치른 바 있다.
푸드투데이 이진희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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