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동건이 택한 느린 커피…제주서 만난 샌드커피 트렌드

  • 등록 2025.05.05 13:21:37
크게보기

뜨거운 모래 위에서 천천히 끓여내는 정통 터키식 커피, 샌드커피
속도보다 여유를 마시는 한 잔…제주에서 시작된 슬로우 커피 문화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카페 10만 개,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 405잔. 대한민국은 단순한 ‘커피 소비국’을 넘어선, 명실상부한 커피공화국이다. 에스프레소, 드립, 콜드브루에 이어 이젠 모래 위에서 끓이는 커피, 샌드커피(Sand Coffee)가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최근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샌드커피는 불꽃 대신 400도 이상의 뜨거운 모래 위에서 천천히 추출되는 커피다. 한 잔의 맛보다는 한 잔이 완성되는 시간의 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느린 커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독특한 커피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5월 황금연휴, 제주 애월읍에 문을 연 ‘오아시스80’을 찾았다. 배우 이동건이 운영하는 이곳은 오픈 직후부터 웨이팅이 생길 정도로 핫플레이스가 됐다.

 

핑크빛 건물 외관, 에메랄드빛 인공 연못, 야자수와 돌항아리로 꾸며진 이국적인 공간.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모래 위에서 펼쳐지는 샌드커피 추출 퍼포먼스다.

 

샌드커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제공된다. 먼저 ‘논필터드 오리지널’은 정통 터키식이다. 비정제 설탕과 미세한 커피 파우더를 모래 위에서 천천히 끓인다. 잔에는 커피 입자가 함께 담기는데, 윗부분만 조심스럽게 떠마시는 것이 포인트다. 은은한 단맛과 함께 묵직한 바디감이 입안 가득 퍼진다.

 

 

반면 ‘필터드 샌드커피’는 종이 필터로 입자감을 걸러낸 방식. 아이스와 핫 두 가지로 제공되며, 보다 익숙한 질감의 커피를 원하는 이들에게 인기다. 기자가 마셔본 핫 필터드 샌드커피는 스타벅스 미디엄 로스트 계열에 가까운 고소하고 구수한 풍미를 지녔다. 개성보다는 편안함에 가까운 한 잔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모래 위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커피를 끓이는 이동건의 모습이다. 앞치마를 두르고 400도가 넘는 모래 속에서 작은 포트를 정성스럽게 돌리는 그의 모습은 커피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경험으로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한 방문객은 “이런 커피는 처음 봤어요. 진짜 끓여내는 과정을 다 보여줘서 기다리는 시간조차 즐거웠고, 그게 커피 맛에도 묻어난 것 같아요”라며 만족감을 전했다. 또 다른 여행객은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공연을 보는 것 같았다”며 “제주에 와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샌드커피는 단지 커피를 마시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미각까지 오감을 자극하며 하나의 경험으로 남는다. 퍼포먼스형 커피의 매력은 커피공화국 한국에서 또 다른 커피 문화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푸드투데이 황인선 기자 001@foodtoday.or.kr
Copyright @2002 foodtoday Corp. All rights reserved.




(주)뉴온미디어 | 발행인/편집인 : 황리현 | 등록번호 : 서울 아 01076 등록일자 : 2009.12.21 서울본사 :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4가 280-8(선유로 274) 3층 TEL. 02-2671-0203 FAX. 02-2671-0244 충북본부 : 충북본부 : 충북 충주시 신니면 신덕로 437 TEL.070-7728-7008 영남본부 : 김해시 봉황동 26-6번지 2층 TEL. 055-905-7730 FAX. 055-327-0139 ⓒ 2002 Foodtoday.or.kr. All rights reserved. 이 사이트는 개인정보 수집을 하지 않습니다. 푸드투데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