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주부 B씨는 대형마트에서 아이의 간식을 고르다 제품 뒷면의 작은 글씨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를 위해 원재료명을 확인해야 했지만 돋보기 없이는 읽기 어려운 라벨 정보가 늘 부담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제품에 표시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자자 알레르기 유발물질, 회수 정보는 물론 조리법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안전정보원이 추진 중인 ‘실시간 식품정보 확인 서비스(이하 푸드QR)’가 소비자의 정보 접근 방식을 바꾸고 있다.
‘라벨의 한계’ 넘은 '디지털 식품안전망' 구축
그동안 식품 포장지는 제한된 공간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푸드QR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세대 바코드 표준인 ‘GS1 디지털링크’를 도입했다. 이 기술은 제품 식별 정보와 인터넷 주소(URL)를 결합해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 데이터를 하나의 디지털 체계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이를 기반으로 통합식품안전정보망을 구축하고, 정보 생성·검증·제공 전 과정을 총괄하는 ‘디지털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간 단위 모니터링과 데이터 검증 체계를 운영하며, 실시간 정보 신뢰도를 강화하고 있다.
배리어 프리 구현…“정보 격차 없는 식품 안전”
푸드QR의 차별화 포인트는 정보 취약계층을 고려한 '배리어 프리' 기능이다.
정보원은 시각·청각 장애인과 고령층을 위해 수어 영상 제공, 음성 변환 서비스, 점자 출력용 파일 지원 등 다양한 접근성 기능을 도입했다.
특히 개발 중인 ‘실시간 수어 영상 제공 프로그램’은 AI OCR 기술로 텍스트를 인식한 뒤 이를 수어 영상으로 자동 변환하는 구조로, 정보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단순 기술 구현을 넘어 ‘포용적 식품안전’이라는 공공 가치를 실현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유통·기업까지 확장…위해식품 차단·ESG 효과
푸드QR은 소비자 편의성을 넘어 산업 전반의 운영 방식도 변화시키고 있다.
유통 현장에서는 POS 시스템과 연계해 QR코드 스캔만으로 위해식품이나 소비기한 경과 제품을 자동으로 차단할 수 있어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중소 식품기업을 대상으로 표준화된 교육 매뉴얼 제공, 전용 고객센터 운영, 정부 시스템 기반 무료 활용 지원 등 디지털 전환 지원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별도 시스템 구축 비용 없이도 데이터 기반 관리체계를 도입할 수 있으며, 종이 라벨 감소에 따른 ESG 경영 실천 효과도 기대된다.
글로벌 표준 경쟁 본격화…K-식품안전 확장
푸드QR은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식품안전정보원은 2025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GS1 글로벌 포럼’에서 푸드QR을 우수사례로 발표했으며, 영국과 스페인 등과 협력해 국제 표준 정합성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현재 국내 가공식품 중심의 서비스를 2025년 수입 가공식품, 2026년에는 국내 농·축·수산물 등 전체 식품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푸드QR이 단순 정보 서비스가 아닌 국가 단위 식품안전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 제품 여권’으로 진화…지속가능 식품 생태계 기반
향후 푸드QR은 글로벌 유통환경 변화와 맞물려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2차원 바코드 전환 프로젝트 ‘Sunrise 2027’이 추진되면서 QR 기반 데이터 연결 체계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디지털 제품 여권(DPP)’과 결합할 경우 생산·유통·폐기 전 과정 데이터 관리, 환경 발자국 추적, 공급망 투명성 확보 등 지속가능한 식품 산업 구현의 핵심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용 식품안전정보원장은 “푸드QR은 국민이 안심하고 식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혁신적인 플랫폼이자 우리 식품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동력”이라며, “앞으로도 정보원은 디지털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민 건강을 지키고, 우리 식품 안전 시스템이 세계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