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025 제주감귤박람회 개막…첫눈 한라산 아래 ‘주황빛 감귤 물결’

  • 등록 2025.11.20 17:20:00
크게보기

평일에도 인산인해…수확 체험·품종 비교·‘감귤왓’까지 5일간 감귤 축제 한가득
‘주황빛 물결’ 속 체험 프로그램 북적…340점 품종 전시·농가 퍼레이드도 눈길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20일 오전, 제주 남원읍은 완연한 가을빛을 머금고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 눈을 이고 선 한라산이 선연했고, 그 아래로 주황빛 감귤이 주렁주렁 매달린 귤밭이 펼쳐졌다. 평일임에도 박람회장 입구는 이른 시간부터 관람객들로 붐볐고, 주차장에는 차들이 길게 늘어서 ‘개막 첫날’의 열기를 실감하게 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팜플렛과 함께 1인당 귤 두 개가 무료로 제공된다. 갓 딴 감귤 특유의 새콤달콤함이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한층 가볍게 했다.

 

 

 

감귤 주산지 ‘남원’에서 열리는 전국 유일 감귤 전문 박람회

 

행사장이 자리한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은 우리나라 최초의 감귤나무 재배 지역이자 최대 생산지로, 전체 농가 중 감귤 농가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제주도 내 4개의 거점APC(감귤산지유통센터) 중 남원·위미 2개가 이곳에 위치해 ‘제주 감귤 산업의 심장부’로 불린다. 그만큼 이 지역에서 열리는 감귤박람회는 산업·관광·교육·체험을 한데 묶은 국내 유일의 감귤 전문 박람회다.

 

이날 ‘2025 제주감귤박람회’가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서 개막하며 5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제주도(도지사 오영훈)와 제주국제감귤박람회조직위원회(위원장 고문삼)가 주관한 올해 박람회는 ‘국민과 함께하는 사랑받는 제주 감귤! 세계로! 미래로!’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개막식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위성곤·문대림 국회의원, 이승돈 농촌진흥청장 등 1천여 명이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개막식에 앞서 감귤농가 300명이 퍼레이드로 등장하자 행사장 분위기는 일순 활기를 띠었다. 감귤 산업을 지탱해온 농민들이 직접 박람회의 문을 여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오영훈 도지사는 환영사에서 “감귤은 4년 연속 1조 원 시대를 열고 1차 산업 5조 원 시대를 견인한 제주의 대표 품목”이라며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한 감귤산업을 위해 한 단계 높은 농정 체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가장 인기…“직접 따서 먹는” 감귤 수확 체험

 

전시장 곳곳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눈에 띄었다. 그중 무엇보다 인기 있는 곳은 단연 ‘감귤 수확 체험장’이었다. 농가가 현장에서 수확 방법을 직접 알려주고, 관람객이 직접 따본 감귤은 마음껏 먹고 가져갈 수 있다.
한 어린이는 “내가 따온 귤이라 더 맛있다”며 자랑했고, 부모들은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남원읍이 왜 한국 감귤 문화의 뿌리인지를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수확 외에도 ▲감귤 구워먹기 ▲감귤 탑 쌓기 ▲감귤 떡메치기 등 체험 부스들이 줄지어 있었다.

 

 

레드향·천혜향·카라향…품종 비교·직거래·플리마켓 ‘볼거리 꽉’

 

‘감귤 품종 비교 존’에서는 레드향·천혜향·한라봉·카라향 등 다양한 품종의 향·산도·당도를 비교하며 맛볼 수 있게 구성했다. 관람객은 한라산의 물 흐르듯 이어지는 감귤 품종의 세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플리마켓도 큰 인기를 끌었다. 농가가 직접 만든 감귤 말랭이, 칩, 퓨어, 감귤콘 등 가공 상품을 시식해보고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체험형 놀이 프로그램 ‘넘버원 감귤왓’은 스페인·이탈리아 축제를 제주형으로 재해석한 이벤트다. 껍질을 깐 감귤이 가득한 ‘감귤풀’ 속에서 황금코인을 찾는 프로그램으로, 1일 2회(오후 1시·3시) 진행된다.

 

 

7개 전시관·국제심포지엄·가요제까지

 

올해 박람회는 규모에서도 역대급이다.

 

대한민국 감귤관, 감귤홍보관, 감귤직거래장, 감귤산업관, 우수감귤 전시관, 농기·자재 전시관, 유관기관 홍보관 등 총 7개 전시관이 운영된다.

 

이 중 ‘대한민국 감귤관’에는 재래 품종부터 국내 육성 신품종, 품평회 수상작까지 340점이 전시돼 감귤 산업의 과거·현재·미래를 담았다.

 

참여형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청년농업인 발표대회 ‘제주 황감제’, 감귤 디저트 경연대회, 귤빛가요제 등이 이어진다. 귤빛가요제에는 박람회 홍보대사 가수 최진희와 최영철, 현자, 윤정, 남궁진 등 초대가수 공연도 마련됐다.

 

 

기후위기·AI·유통까지…감귤산업 미래논의 ‘심포지엄 강화’

 

올해 박람회는 학술행사도 한층 강화했다. 국제심포지엄에서는 아시아 시트러스 전문가들이 기후변화 대응과 AI 기술 접목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고, 국내 연구진 성과 발표와 유통 대응 토론, 바이어 상담회가 진행돼 농가 판로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관람객 편의를 위해 셔틀버스(2개 노선), 도외 방문객 숙박 할인, 인근 관광농원(휴애리·돌낭예술원·상효원) 입장권 할인 등 지역 상생형 서비스도 제공된다.

 

 

 

“감귤의 계절, 제주가 가장 제주답다”

 

올해 박람회 현장은 감귤이 단순한 과일을 넘어 하나의 산업, 문화, 체험, 여행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푸른 하늘과 첫눈이 쌓인 한라산, 그리고 주황빛 감귤이 만들어낸 풍경 속에서 관람객들은 “제주가 가장 제주답다”고 말했다.

 

2025 제주감귤박람회는 24일까지 열리며, 감귤의 맛과 산업, 미래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푸드투데이 황인선 기자 001@foodtoday.or.kr
Copyright @2002 foodtoday Corp. All rights reserved.




(주)뉴온미디어 | 발행인/편집인 : 황리현 | 등록번호 : 서울 아 01076 등록일자 : 2009.12.21 서울본사 :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4가 280-8(선유로 274) 3층 TEL. 02-2671-0203 FAX. 02-2671-0244 충북본부 : 충북본부 : 충북 충주시 신니면 신덕로 437 TEL.070-7728-7008 영남본부 : 김해시 봉황동 26-6번지 2층 TEL. 055-905-7730 FAX. 055-327-0139 ⓒ 2002 Foodtoday.or.kr. All rights reserved. 이 사이트는 개인정보 수집을 하지 않습니다. 푸드투데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