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5000여개가 늘어 전국적으로 3만개에 육박하고 있는 정육점에서도 미국의 부처숍(Bucher’s Shop)이나 유럽처럼 수제 햄과 소시지 등 고기를 직접 제조하거나 가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정육점의 돈가스·햄·소시지 가공 판매에 대해 그동안 적용해 왔던 '식품위생법'과 '축산물위생관리법' 중 '식품위생법'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정육점에서는 고기를 잘라 파는 것만 가능한데, 앞으로 돈가스, 햄과 소시지 등을 가공, 판매하게 되면 식품·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생고기는 농식품부 소관인 ‘축산물위생관리법’ 적용을 받고, 간단히 빵가루를 묻힌 돈가스 등 조금이라도 상태가 바뀐 가공고기는 식약청 소관인 ‘식품위생법’ 적용을 받고 있다. 적용 법규에 따라 영업신고, 시설·위생 기준 등이 틀려 영세 정육점 대부분이 두 업종을 같이 신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지난 3일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서규용 장관도 경기도 여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육점에서 고기 가공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 돈가스, 햄과 소시지를 직접 가공, 판매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반 정육점에서 햄·소시지 판매가 본격화될 경우 삼겹살에 치중된 소비도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정육점에서 대부분 삼겹살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육점 상인들은 비(非)선호부위인 엉덩이살과 다리살 등은 처치가 곤란하다고 하소연해왔다.
정부에서 이렇게 정육점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은 돼지고기 가격이 급락하고 있지만 돼지고기 소비는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돼지의 사육두수가 역대 최고치인 994만마리를 기록하는 등 공급이 크게 늘어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 10월 지난해 반값인 kg당 3000원 초반대까지 급락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