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가다 보면 큰 아파트 단지 정문에 걸려 있는 낯익은 플래카드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경축, 구조 안전 진단 통과 재개발 확정!” 다시 말하면 아파트 재건축의 필수단계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말이겠지만 나쁘게 말하면 이 아파트 단지는 공사가 부실했기에 보기엔 멀쩡해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다. 세상 우리나라 말고 어느 나라에 자기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지은 지 20년도 못 되어서 부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진단이 나왔다는데 경축을 하는 일이 있겠는가. 오히려 건축 회사에 항의 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
도시 한 귀퉁이 지하철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풍족하지 못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거리도 있어야 한다. 교통 좋은 곳에 비싼 아파트 뿐 아니라 싼 아파트가 좀 있어야 하고 교통이 나쁜 곳에도 저급 아파트 뿐 아니라 좋은 아파트가 같이 있어 주어야 각자 소득에 맞춰서 필요한 장소에 주거를 결정 할 수 있을 것이다. 교통 좋은 곳엔 모조리 비싼 아파트만 있다면 문제가 있다.
서울처럼 큰 도시가 운영되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청소, 경비, 건설노동, 배달 등의 3D 업종에 종사해 줘야 한다. 달동네들이 모두 재개발되었으니 이들은 점점 더 먼 곳에서 출퇴근 해야하고 이들의 업무 능률은 점점 더 떨어지게 될 것이다.
달 동네에도 수도를 넣어주고, 전기도 넣어주고, 길을 넓혀주고, 주택 개량을 도와 주어서 아파트 보다는 불편해도 그로 인해 값이 싸니까 형편이 덜 좋은 사람들이 살 수 있게 해주면 안될까.
결국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그들은 그 곳에서 살아내지 못하고 다시 더 먼 곳으로 밀려나게 된다.
자기 집을 자기가 헐고 새로 짓겠다는데 무슨 잔소리를 하느냐고 말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허는 데에서 나오는 그 많은 건설 폐자재의 처리는 두고라도 우리 모두가 주인인 서울이 어째서 돈 있는 사람만 들어가 살 수 있는 곳으로 되어야 하느냐가 문제이다.
신체적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당위성 뒤에는 그 누구라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면, 자본주의 아래에서 누구도 경제적 장애인이 될 수가 있는데 왜 그들을 위한 배려는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장애인을 모두 도시 외곽으로 밀어낸다면 펄쩍 뛸 우리들이 어째서 경제적 장애인들을 도심 밖으로 몰아 내는 데는 침묵하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