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칼럼 ··· 재개발 아파트에 따른 생각

  • 등록 2003.07.28 14: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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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회장
그라비타스 코리아 회장
길을 가다 보면 큰 아파트 단지 정문에 걸려 있는 낯익은 플래카드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경축, 구조 안전 진단 통과 재개발 확정!”

다시 말하면 아파트 재건축의 필수단계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말이겠지만 나쁘게 말하면 이 아파트 단지는 공사가 부실했기에 보기엔 멀쩡해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다.

세상 우리나라 말고 어느 나라에 자기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지은 지 20년도 못 되어서 부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진단이 나왔다는데 경축을 하는 일이 있겠는가. 오히려 건축 회사에 항의 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멀쩡해 보이는 아파트를 부숴야 한다는 데에는 경제적인 이유와 타당성이 있다는 것쯤 누구나 이해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도심에 좀 낡은 아파트도 있고 그래서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오래 된 아파트도 있어야 시민의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도시 한 귀퉁이 지하철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풍족하지 못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거리도 있어야 한다. 교통 좋은 곳에 비싼 아파트 뿐 아니라 싼 아파트가 좀 있어야 하고 교통이 나쁜 곳에도 저급 아파트 뿐 아니라 좋은 아파트가 같이 있어 주어야 각자 소득에 맞춰서 필요한 장소에 주거를 결정 할 수 있을 것이다. 교통 좋은 곳엔 모조리 비싼 아파트만 있다면 문제가 있다.

서울처럼 큰 도시가 운영되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청소, 경비, 건설노동, 배달 등의 3D 업종에 종사해 줘야 한다. 달동네들이 모두 재개발되었으니 이들은 점점 더 먼 곳에서 출퇴근 해야하고 이들의 업무 능률은 점점 더 떨어지게 될 것이다.

달 동네에도 수도를 넣어주고, 전기도 넣어주고, 길을 넓혀주고, 주택 개량을 도와 주어서 아파트 보다는 불편해도 그로 인해 값이 싸니까 형편이 덜 좋은 사람들이 살 수 있게 해주면 안될까.

결국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그들은 그 곳에서 살아내지 못하고 다시 더 먼 곳으로 밀려나게 된다.

자기 집을 자기가 헐고 새로 짓겠다는데 무슨 잔소리를 하느냐고 말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허는 데에서 나오는 그 많은 건설 폐자재의 처리는 두고라도 우리 모두가 주인인 서울이 어째서 돈 있는 사람만 들어가 살 수 있는 곳으로 되어야 하느냐가 문제이다.

신체적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당위성 뒤에는 그 누구라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면, 자본주의 아래에서 누구도 경제적 장애인이 될 수가 있는데 왜 그들을 위한 배려는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장애인을 모두 도시 외곽으로 밀어낸다면 펄쩍 뛸 우리들이 어째서 경제적 장애인들을 도심 밖으로 몰아 내는 데는 침묵하는지.

푸드투데이 fenews 기자 007@f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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