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먹어도 되나요?"
웬 황당한 소리인가 싶지만, 남태평양 피지 주민들은 과거 코코넛을 쪼개기 전에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과일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레몬을 피임약으로 사용했으며 여성들은 껍질 벗긴 사과를 겨드랑이에 품어 자신의 채취가 배게 한 다음 이 사과를 애인에게 애정의 선물로도 줬다.
일상에서 흔히 먹는 과일을 둘러싼 얘깃거리는 예상외로 많다.
'과일 사냥꾼'은 단순히 과일에 대한 정보만 담은 책이 아니라 과일의 역사와 문화적 의미를 두루 고찰한 인문서다.
과거 과일은 귀한 음식이었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수박을 세계 최고 사치품으로 여겼으며 1950년대 동유럽의 한 초등학교가 최우수 학생에게 준 선물은 오렌지 반쪽이었다.
중세 초기에는 너무나 귀했던 과일을 천사들이 흘리는 기쁨의 눈물로 비유하기도 했다.
과일은 전쟁과 불화를 촉발시킨 불씨이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전쟁인 트로이전쟁은 사과 한 알로 촉발된 것이다.
인류를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한 것도 사과(선악과)였다.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왕이 페르시아전쟁을 일으키도록 자극한 것은 그리스 아티카 지방의 무화과였으며 핀란드와 스웨덴, 노르웨이의 호로 딸기 수확자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자 3개국 외무장관들은 호로 딸기 문제를 다루는 전담 부서를 만들기도 했다.
여성의 몸매를 빼닮아 일명 '숙녀과일'로 불리는 코코드메르, 며칠 동안 땅에 묻은 다음 먹는 에뮤 사과 등 희귀 과일에 대한 소개도 흥미를 자아낸다.
이 책의 저자인 칼럼니스트 아담 리스골너는 풍부한 역사지식을 통해 간식거리 정도로 여겨지는 과일의 세계를 흥미롭게 안내한다.
아담 리스 골너는 세계를 여행하며 숨겨진 과일세계와 각국의 문화에 대해 기고하는 칼럼리스트로 뉴욕타임즈, 굿 매거진에 활발하게 글을 기고하고 있다.
바이스 매거진의 전 편집장을 지냈으며 뮤지션이기도 하다. 데뷔작인 이책으로 세계 유수 언론 매체의 극찬을 받았으며 ‘맥오슬런 최고 저작상’을 수상했다.
살림 펴냄 / 아담 리스 골너 지음 / 김선영 옮김 / 424쪽 / 1만6000원.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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