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이 전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학교급식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서울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식중독사고 발생 후 국회가 국민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학교급식을 직영 원칙으로 하며 시행에 3년간 유예를 두어 시행한다는 내용의 학교급식법을 전격적으로 개정하게 되었다.
그 결과 내년 1월부터 초중고교의 직영급식 전면 시행을 앞두고 일선학교들의 직영급식 전환율은 그리 높지 못하다.
학교가 가장 많이 밀집한 서울시내 학교들이 직영전환을 기피하고 있고 부산, 대구, 경북, 경기 등도 직영이 저조한 편이다. 그러나 울산, 대전, 전북, 경남 등은 높은 전환율을 보이는 등 지역에 따라 다소 상반된 분위기이다.
그동안 학교급식의 전면 시행을 위해 정부의 요청으로 학교급식에 적극 참여했던 위탁급식업체들은 직영급식이 전면 실시되는 법 개정 이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전면적 직영전환의 부작용을 알게 된 국회에서는 지난해 10월 의원 17명이 국가에서 직영전환을 강요하지 말고 직영급식과 위탁급식을 상호 경쟁시켜 학교급식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의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의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위탁업체들이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의 속성상 질이 떨어지는 음식을 공급할 수밖에 없다며 전면직영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면서 개정 법안에 반발하고 있다.
학교급식을 전면 시행한 역사가 짧아 학교급식행정은 아직도 풀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식당 등 학교급식시설의 설치는 물론 운영의 합리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기존의 시설도 현대적인 위생시설로 바꾸어야 한다.
식재료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수농산물관리기준(GAP)에 의해 재배된 원료를 사용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았거나 표시되지 않은 친환경농산물이나 유기농산물 등은 안전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영의 전제조건으로 정부는 급식에 종사하는 인력에 대한 인건비와 비정규직 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납품이 있는 곳마다 상존하는 리베이트성의 유착 비리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이다.
무엇보다도 학교급식은 안전이 우선되어야 하고 균형 잡힌 영양식단으로 아동비만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한 미션이다.
학교급식 현장에는 다양한 업종과 직종의 종사자들이 공존하기 때문에 문제해결을 위한 통일된 방안을 마련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학교급식행정은 현장의 실질적인 문제해결과 무관한 이념논쟁이나 여론몰이에 휘둘리지 말아야 하고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토대 위에 인프라가 구축되어져야 한다.
학교는 학사 본연의 업무에만 충실하도록 정부는 그 여건을 조성해야 하고 급식은 급식전문가에 맡겨 학생들에게 위생적이고 영양가 있는 음식이 공급되도록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일선학교의 실정은 외면한 채 직영급식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정부당국이든 단체이든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
또한 일각에서 주장하는 급식 비리문제나 저질의 값싼 식재료를 사용하는 급식업소의 문제는 반드시 근절돼야한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결정권한을 어느 특정인에게 일임할 것이 아니라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다자간 결정 운영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007년도 식약청이 발표한 식중독발생통계자료에 의하면 직영급식업의 식중독발생 수가 오히려 위탁급식업소보다 많음을 보여주고 있다. 직영이 32건에 2188명, 위탁이 20건에 775명을 보여주고 있다.
식중독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반드시 직영으로 전환해야한다는 학교급식법의 개정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민주주의 사회는 여론을 중시하기 때문에 때로는 여론에 따라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일정 기간이 지나 그 정책결정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이를 수정 보완해야 한다.
대형 식중독이 발생한 당시의 비등한 국민비난 여론을 조기에 잠재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학교급식법을 개정하여 전면직영으로 전환 할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되어진다.
이제 전면 직영급식 시행을 채 두 달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국회를 비롯한 정부는 비록 늦었지만 일선학교의 여건과 현장을 바로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직영급식의 전면 시행이 잘못된 결정이었다면 바로 잡아서 큰 혼란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
정책결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현장의 의견을 바로 수렴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학교급식을 직영으로 하든지 위탁으로 하든지 이는 단위학교의 실정과 자율적 의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정기국회 회기동안 현명한 선량들에 의해 학교급식법이 올바른 방향으로 개정되어 질 것으로 기대해 마지않는다.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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