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의 감염자수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면서 사망자도 끊임없이 발생하자 정부가 3일 국가전염병 재난단계를 현행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조정 하고 4일부터 신종플루에 통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범 부처가 참여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할 때만 해도 재난단계 조정에 신중한 입장이었던 정부가 1주일도 지나지 않아 방향을 선회한 것은 신종플루의 확산속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심각' 은 지난 2006년 8월 전세계적인 조류독감 파동을 겪은 후 만들어진 국가전염병재난 4단계의 가장 위중한 단계로 아직까지 한번도 선포된 적이 없다. 그만큼 지금의 상황이 말 그대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주 초만 해도 하루 4200명이던 신종플루 신규 감염환자 수가 주말에는 1만명을 넘어서고 사망자도 40명에 이르는 등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전국 817개 표본감시 의료기관의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유사분율(ILI)도 역대 인플루엔자 최고치였던 17.53명을 넘어 대유행 단계에 들어섰고 현재의 확산 추세라면 매주 감염환자 수가 6만-10만명씩 새로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당국 등이 나름대로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해왔으나 기존의 대응책으로는 한계가 있어 범정부적인 대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고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위기단계가 올라가면 중앙정부에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인플루엔자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성되고 시·도에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가 만들어 져 정부인력이 신종플루 감염차단에 총동원된다.
정부는 현재 여행 및 행사 자제령, 군 의료인력의 투입, 검사장비 공급확대, 치료제의 오남용 방지, 휴교.휴업 등 학교 대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대처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이고 각각 어떤 효과와 부작용이 있는지를 논의중이라고 한다.
재난 단계의 '심각' 격상과 함께 발표될 대책은 매우 정교하게 마련되지 않으면 안된다. 신종플루를 부추기는 한파가 본격적으로 찾아온 데다 재난의 마지막 단계에 마련하는 것이어서 정부는 마지막 처방이라는 심정으로 임해 한치의 착오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신종플루의 확산 정도에 따라 그때그때 단계적인 정책을 내놓았으나 그 시행과정에서 충분하고도 적확한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아 효과를 제대로 못내는 경우도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확진 없이 의심 환자에게도 항바이러스제를 쓸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하고서도 의료계에 대한 보건당국의 홍보 부족으로 현장에서 투약이 지연돼 희생자가 생기기도 했고 학생 환자가 급증하자 학교의 휴업 등을 학교장의 재량이나 시도교육청에 일임했다가 뒤늦게 교육과학기술부가 휴업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학교 현장에서는 혼란을 겪는 일이 벌어졌다.
현재로서는 11월이 가장 고비로 이를 잘 넘기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기세가 한층 높아질 수 있는 데다 학생들에 대한 백신접종을 앞당겨 실시하더라도 항체는 12월에 들어가야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점을 인식해 이번에야말로 완벽한 대책을 마련토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국내총생산 및 내수 급감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거시적인 부문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일부 학교에서 드러나듯 신종플루 환자가 늘어나 휴업을 결정했다가 법정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할까봐 다시 등교토록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례 등 미시적인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재난 단계를 올린다고 해서 문제가 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가지 시행착오와 결함을 철저히 점검하고 따져 최후의 재난단계인 '심각'을 발표할 때는 이에 맞는 최후의 처방을 내놓도록 해야 할 것이다.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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