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주최한 ‘위험평가에 근거한 과학적 식품안전 정책방향’ 심포지움에서 식품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이고 통합적인 위험평가기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발표돼서 화제가 되고 있다.
심포지움을 주최한 기관에서도 정부 부처 간에 영역갈등이 있고 아직 조율이 되지 않은 분야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 특정부처의 인사를 주제발표자로 선정한 것은 현명치 못한 처사라고 생각된다.
발표한 내용의 골자를 보면 연 내에 식품검사검역청을 농림식품부에 설치하고 위험평가 및 관리의 분리와 위험평가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공식품이 대량 생산되기 전의 전통사회에서는 대부분의 국가가 농업부에서 모든 식품의 행정을 관장하였으나 식품이 대량 생산 유통되고 식품안전사고가 사회문제화 되면서 식품안전행정은 건강을 담당하는 보건부나 소비자관련부처 또는 독립된 기구에서 수행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EU, 영국 등은 식품안전 기구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는 농업부가 그동안 식품행정을 관장하였으나 축산식품을 제외한 식품안전행정업무를 보건부 산하의 FDA에 이관하여 수행하고 있다. 일본은 총리 산하에 식품안전위원회를 설치하고 실무위원회는 후생노동성 산하의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식품안전관리행정기관은 일반적으로 식품의 위험평가, 위험관리, 위험내용의 전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위험평가는 식품에 잔류 또는 내재한 병원성 미생물, 농약 등 화학물질, 중금속 등의 위해를 동정하여 식품의 기준 규격을 설정하고 식품공전, 식품첨가물공전에 이를 반영하고 있으며 위험관리는 식약청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공전의 기준 규격을 근거로 식품감시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식품의 위험평가와 위험관리업무는 분리 독립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나 통상 식품안전관리기구에서 부서를 달리해 수행하고 있다. 그 예로 미국의 FDA는 식품의 기준규격도 정하고 식품의 규제업무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식품생산을 관장하는 부처가 식품의 생산업무와 위험관리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것은 업무 상호 간의 이해상충으로 인해 업무수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농업부가 축산업계에 치명타가 예상되는 광우병발생 사실을 조기에 발표할 수 없었던 것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식품은 국민이 생존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원이자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전성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래서 식품안전은 제2의 국방이라고 하지 않는가.
정부가 식품안전을 확보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식품안전을 위한 조직이 어떤 형태가 최선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부처이기주의나 생산자단체에 휘둘리지 않고 판단의 중심에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데 최우선 가치를 두고 조직형태를 결정해야 한다.
산업의 발전단계에 따라 정부조직도 변화해야 한다.
오늘날 일차산업의 행정수요는 줄어들고 서비스산업의 행정이 증대하고 있는 때에 서비스행정 분야에 대한 조직과 인력을 보강하여야 한다.
정부는 행정 수요의 변화에 따라 조직과 인력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등 조정하는 능력을 발휘하여 정부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의 편익도 증진시켜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식품안전관리는 식품과 인체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전문 인력을 고루 갖춘 행정기관에서 위해평가를 실시하여 기준 규격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 기준 규격에 따라 식품이 알맞게 생산되는지 관리해야 한다.
농산물 등 식품과 원료의 생산을 담당하는 기관은 정해진 식품의 기준규격에 맞게끔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자를 지원 또는 지도해야 하고 식품안전관리기관의 통제에 협조해야 한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식품안전행정은 부처 간 영역다툼에 휘말리는 등 정착을 못하고 있다.
위험평가든 위험관리든 소비자와 기업이 안심하고 불편이 없도록 정부는 식품안전관리행정체계를 하루 속히 결정하여 정착시켜야 한다. 이것이 위해식품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길이다.
만약 식품위험평가와 위험관리 등 식품안전행정의 일원화가 어렵다면 현행대로 각 부처에서 식품안전행정을 수행하게 하고 일본과 같이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식품안전행정의 총괄기구로서 식품안전위원회를 설치하여 위험평가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행정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좋은 방편이 될 것이다.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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