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아직도 결핵이?

  • 등록 2009.06.17 1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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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는 것이 몇이나 될까? 이런 1위는 어떨까? 결핵 사망률과 결핵 신규발생률 1위. 불행하게도 이것은 사실이다.

국회의원이 된지 1년이 되었다. 보건복지가족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확인한 것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이 결핵 현황이었다. 여타의 가슴 아픈 문제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대부분 알고 있고 짐작이 가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아니 아직도 결핵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 후 내가 이 문제를 끌어안고 이리저리 뛸 때마다 모두들 나와 똑같은 반응이었다.

후진국형 질병, 우리에게는 잊혀진 질병인 결핵은 한해에 3만4천명이 넘는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2300명이 넘는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현재 진행형 질병이다. 그래서 2위 국가보다 무려 3배, 멕시코보다 5배나 높은 정도다. 이런 사실을 들으면 누구든지 ‘아직도 우리나라에 결핵이 있어?’ 라고 놀란다.

4월 임시국회, 사상 최대의 추경예산이 핫이슈이다.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 올라온 보건복지가족부의 추경예산은 1조4000억.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밤늦게까지 씨름을 했건만 소위원장인 내가 제기한 결핵관련예산은 진입에 실패했다.

너무나 속이 상해 새벽까지 잠을 못 이뤘다. 결핵예산은 일반예산이 아니라 담배 팔아 걷는 건강증진기금에서 쓰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정기국회에서도 금년 예산 세울 때, 결핵예산이 추가되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한정된 건강증진기금이기에 겨우 10억을 증액했을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한참 일하고 자라나는 20~30대와 10대 청소년층에 가장 많이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학업스트레스, 하루 16시간씩 몸에 맞지도 않는 책상에 갇혀 집단 급식이나 불규칙한 생활과 인스턴트 식품에 의존하는 우리 청소년들의 일과를 보면 충분히 짐작이 간다.

한 학급에서 10여명이 집단 발병하고, 아이들은 입시를 앞두고 휴학을 하거나 아픈 몸으로 학교를 오가고 있다. 대학에 가도 취직걱정에 무시무시한 경쟁사회인 직장생활... 또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치료하다 중단하는 환자들은 약에 내성이 생긴 ‘다제내성 결핵’과 2차 항결핵제에 내성이 생긴 ‘수퍼 결핵(광범위 내성 결핵)’ 환자가 한해에 2400여명이나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결핵 전파력이 엄청나 1명이 10~15명에게 새롭게 감염시키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지금까지 정부의 결핵 정책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질병정책에서 결핵은 어느 구석에 박혀있는지도 모를 정도의 미미한 예산이었다. 결핵퇴치 2030 계획을 세워 놓고 있지만, 2012년까지의 총 예산 340억원을 예산담당부처의 높은 벽에 막혀 확보하지 못해 발표도 못하고 있다. 불요불급한 길 닦고 뚝 쌓는 한심한 예산들이 수 조원씩 밀고 들어오는데 말이다.

환자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결핵은 다른 전염병과는 달리 10알 이상의 많은 양의 결핵약을 6개월 이상 꾸준히 장기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치료 중간에 환자 마음대로 약복용을 중단하면 치료에 실패하기 쉽다. 이렇게 되면 전염성이 폭증하는 다제내성 결핵으로 진행된다.

특히 다제내성 결핵약은 일부만 의료보험이 적용되고, 수술치료가 효과적이지만 수술비용 때문에 4%밖에 못하고 있다. 아울러 결핵과 같은 전염성 질환자와 그 가족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자꾸만 숨으려는 경향이 있다. 울지 않는 아이는 젖을 먹지 못한 것이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가족의 생계 때문에 쉬지 못하고 치료를 포기하거나 진료비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국민은 없어야 한다.

서울 소재 결핵치료 전문병원이 노숙자 결핵환자 대상 2007년 치료성공률이 40% 미만이었다. 하지만, 자활을 통한 생계대책 등 종합적인 환자관리를 한 결과 2배 이상 높아졌다. 환자관리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또 영화에서나 본 수용소같은 결핵관련 국공립병원들의 시설개선과 외국인 결핵환자의 입국관리, 본의 아니게 각혈을 할 때까지 주변에 전파시키는 예방시스템의 부재는 빨리 시정되어야한다.

결핵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연간 8197억원이다. 적정한 예산지원을 통해 꾸준히 환자를 관리하고 치료하고 예방한다면, 이만큼의 손실을 절감할 수 있다. 이보다 더 경제적인 투자가 어디 있겠는가?

이제 내년 예산을 위한 준비작업에 다시 매진할 수밖에 없다.
푸드투데이 -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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