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베이비파우더에 이어 석면 오염 우려가 있는 화장품에 대해서도 6일 판매금지 조치를 내린 데 대해 화장품.제약업계는 '식약청이 모든 책임을 업계에 떠넘기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제약업계는 또 문제가 된 탈크를 사용한 의약품이 많게는 수천 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식약청이 해당 제품의 명단을 공개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업계에 책임 전가" 불만 = 석면이 검출돼 판매금지된 베이비파우더를 제조한 업체들은 대체로 안전성 정보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데 대해 소비자들에게 거듭 사과했다.
업체들은 그러나 식약청에 대해서는 불만을 쏟아냈다.
판매금지된 업체의 관계자는 "베이비파우더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판매 전에 식약청의 허가를 받는다"며 "식약청의 모든 지시를 따랐는데 이제와서 (식약청이)모든 책임을 업계에 떠넘기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관계자는 "해당 업체는 다들 사과문을 띄웠는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식약청은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언성을 높였다.
식약청은 이날 발표에서 처음으로 "국민들에게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제품에 대한 검사 없이 석면 검출 우려가 있는 원료를 공급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판매를 금지하는 데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식약청은 원료와 제품이 상반된 결과가 나올 경우 소비자들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완제품에 대해서는 검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원료에서 석면이 검출돼도 제품에서 희석되면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런 제품에 대해서 면죄부를 준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가만히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는 완제품에서 석면이 검출되지 않더라도 덕산약품공업으로부터 원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판매금지 조치를 당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약업계 '긴장' = 제약업계는 식약청이 석면 오염 우려가 있는 의약품 명단을 발표할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현재까지 화장품업체 1곳만이 '석면 탈크'를 공급받은 것으로 드러난 반면 제약업체는 100여곳이나 된다. 탈크가 알약을 찍어낼 때와 시럽의 점성을 높일 때 두루 쓰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원료가 사용된 의약품은 수천 개에 달할 수도 있다.
특히 식약청은 완제품에 대한 검사를 별도로 실시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이들은 제품에 대한 검사를 통해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과학적으로는 먹어서 노출된 석면은 유해하다는 증거가 없다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해당 제품이 '석면 약품'으로 낙인찍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제약협회는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각 업체가 자체적으로 조사를 실시해 석면이 검출된 제품은 회수, 폐기키로 결정했다.
◇'석면 탈크' 납품받은 300여 업체 공개 미뤄져 = 당초 식약청은 문제가 된 덕산약품공업으로부터 '석면 탈크'를 납품 받은 300여 업체와 제품 명단을 공개한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실제로 발표한 것은 화장품 업체 1곳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300여 업체에 대해서는 제품명단이 아직 다 파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표를 미뤘다.
또 의약품 명단에 대해서는 공개 여부와 판매금지 조치를 내릴지에 대해서도 결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석면이 들어갔다 하더라도 양이 적고 유해성에 대한 근거가 불확실한 데다 의약품 공급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발표현장에 참석한 취재진들이 덕산약품공업이 제공한 탈크가 사용된 의약품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수차례 질문했으나 식약청은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했다.
푸드투데이 홍오표 기자
001@foodtoday.or.kr
Copyright @2002 foodtoday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