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에너지로

  • 등록 2009.03.30 09: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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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상에서 나에게 먹을 밥을 해 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집에서는 어머니와 아내일 것이고 밖에서는 단골 식당의 주방 아주머니일 것이다. 내가 먹는 밥을 해 주는 일은 똑같은데 어머니와 아내에게는 고마움을 표시할 줄 알면서도 단골 식당 주방 아주머니에게는 특별히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돈을 내고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돈은 식당 주인에게 주는 것이고 주방 아주머니는 주인에게서 돈을 받는 것이다. 나에게 따로 받는 것도 없이 밥을 해 주는 아주머니에게 우리가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을 아낄 필요가 없다. 가끔은 단골식당의 주방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고마워요”라고 말해 보면 어떨까. 더욱 맛있고 깨끗한 음식을 먹게 될 것이다. 먹을 사람의 얼굴을 알면서야 어떻게 더러운 행주로 식기를 닦겠는가.

새벽 일찍이 일어나서 나갈 때 보면, 그 시간에 벌써 거리에 나와 쓰레기를 치우는 아저씨를 보게 된다. 자동차 불빛이 반사되는 띠를 두르고 쓰레기를 거두어 작은 수레에 싣는다. 그 아저씨는 월급을 받고 있을 터이니 당연히 제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구청에 세금을 내는 것이고 그 아저씨는 구청에서 월급을 받을 뿐 내가 따로 주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 집 주위를 깨끗이 치워주는 아저씨에게 우리가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을 아낄 필요가 없다.
 
가끔은 마주칠 적에 “아침 일찍부터 고마워요”라고 소리쳐 보면 어떨까. 널려 있는 작은 쓰레기까지 말끔히 치워 줄 것이다. 근처에 사는 사람의 인사를 받으면서 어떻게 대충대충 큰 쓰레기만 거두어 갈 수 있을까. 쓰레기 치운 뒤끝마저도 깨끗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 주위를 돌아 보면 무심히 넘기지만 고마워 해야 될 일이 많다. 모든 일이 잘 돌아 갈 때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요즈음같이 경제가 어려워서 무언가 잘못되면 비로소 얼마나 고마웠는가를 알게 된다. 그리고 고마움을 잘 표시하지 못하는 우리가 부끄럽다. 영어로는 “땡큐”하면 되는데 우리말로는 길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려니 너무 딱딱해서 생각만큼 자주 못하게 되는 수가 많다.

오랫동안 자주 다니던 그 식당에 오늘 가 보니 문을 닫았다. 아마도 이 불경기에 장사를 계속 하기 어려웠나 보다. 자주 와서 점심을 먹던 집이었고 내 입맛에 맞았던 솜씨를 가진 무뚝뚝한 주방 아주머니를 못 보게 된 것이다. 갑자기 다른 식당을 찾아가려니 근처에 같은 음식을 파는 식당이 없었다. 비로소 그 동안 고마웠다는 생각이 들고 고맙다는 말을 할 기회를 잃어서 쓸쓸하였다.

이 식당뿐이겠는가. 우리 주위에 문을 닫은 업소들도 늘고 있고 직장을 잃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럴 때에 무엇인가 원망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이다. 특히 자신만은 열심히 살아 왔다고 생각하였는데 경제사정으로 인해 아무 잘못 없이 직장을 잃게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원망과 미움으로 많은 사람을 비판하고 욕하고 싶을 것이다.
 
감사하기와 마찬가지로 원망하기도 한번 맛들이면 그 대상을 무궁무진하게 찾아 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심적 상태에 빠지면 마음 속에서 자기자신에게 멍에를 씌우는 것이 되고 그 멍에는 평생 안 없어지게 된다. 누군가에게 “네게 뭘 잘했느냐”고 삿대질을 하고 나쁜 말을 해 버리면 스트레스가 해소 될 것 같지만 그 반대로 스트레스가 더 쌓이게 된다. 목이 마르다고 소금물을 마셔서는 안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경제는 순환되는 것이어서 끝없이 떨어질 것 같지만 다시 올라 올 때가 온다. 기다려야만 한다면 주위에 그 동안 잊고 살았던 온갖 것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말로 표시해 보자. 살아 나갈 길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험담하고 불평하고 원망하면서 부정적 에너지를 쌓아 나가면 눈이 멀고 길이 안 보인다. 감사하고 인사하고 웃으면서 이 역경을 이겨나가자. 이렇게 우리가 이 시련의 때를 이기면 덤으로 멀지 않아 훨씬 성숙한 우리사회를 이루어 낼 수 있다.
푸드투데이 -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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