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우의 생활법률

  • 등록 2009.02.26 13: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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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재개발지역 토지주로서 5년간 거주하였고, 인근으로 이사한 이후에도 계속하여 이를 소유하면서 관리하였습니다. 한편 사업시행자 B는 대규모 대출을 받아 사업을 시행하였으나 A 및 일부 토지주들이 매도를 거부하여 사업이 장기간 지체되어 수억원의 금융비용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B는 더 이상의 손실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A의 토지를 다른 토지들에 비해 40배가 넘는 가격으로 매수하였습니다. 이후 B는 사업지연으로 인한 손실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사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대한 A의 책임을 묻기 위해 A를 형법상 부당이득죄로 형사고소를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과연 A는 부당이득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요.

재개발 사업시행자는 대개 대규모 대출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사업시행에 금융비용이 많이 들어가므로 사업진행은 시간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시행자의 이러한 사정을 이용하여 재개발 예정지역의 중요한 지점의 땅을 미리 조금 사놓고 개발을 방해하여 개발업자로부터 많은 돈을 받고 파는 행위를 소위 ‘알박기’라 합니다.

이러한 ‘알박기’에 대하여 사업시행자들은 매도를 거부하는 토지주들을 상대로 형법상 부당이득죄에 해당한다고 하여 형사고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당이득죄란 사람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대하여 우리나라 대법원은 소위 알박기 행위에 대한 부당이득죄 인정에 매우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알박기로 인한 부당이득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피해자의 개발사업 등이 추진되는 상황을 미리 알고 그 사업부지 내의 부동산을 매수하는 경우”이거나 “피해자에게 협조할 듯한 태도를 취하여 사업을 추진하도록 한 후에 협조를 거부하는 경우” 등과 같이 피해자가 궁박한 상태에 빠지게 된 데에 적극적으로 원인을 제공하였거나 상당한 책임을 부담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고 단지 개발사업 등이 추진되기 오래 전부터 사업부지 내의 부동산을 소유하여 온 A가 이를 매도하라는 B의 제안을 거부하다가 수용하는 과정에서 큰 이득을 취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함부로 부당이득죄의 성립을 인정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법원판례에 따르면 ‘알박기’를 목적으로 토지를 구입한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대상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던 사람의 경우 매매과정에서 아무리 큰 이득을 취하였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이득죄로 처벌하기는 매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법이 계약자유의 원칙을 대원칙으로 하고 있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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