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생기는 모기들은 계절이 바뀌어 날씨가 추워져도 잘 없어지지 않는다. 더 영리해졌는지 날아다닐 때 내는 소리도 별로 작아져서 근처에 와서 물 때까지 잘 모른다. 잡으려고 손바닥으로 겨냥하여 탁 치면 지그재그로 잽싸게 도망간다.
도망가는 모기의 비행은 마치 아라비아의 글자 같아서 도저히 예측할 수가 없다. 몇 년 전에 비해서 더 따라가기가 힘들게 빠르다. 최근 들어 모기는 확실히 진화하는 것 같다.
그에 비해서 파리는 거의 변화하지 않은 것 같다. 비행 경로도 대부분 예측 가능하며 속도도 더 빨라지지 않아서 잡기가 어렵지 않다. 파리는 아마도 모기보다 먼저 사라질 것 같다.
이 같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하는 속도는 동물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 것일까.
모리셔스는 아프리카 대륙 오른 쪽 아래에 있는 섬나라이다. 최근에 신혼여행을 많이 다녀오는 아름다운 나라이다. 공항에 도착하면 뚱뚱하고 둔해 보이는 새의 모형을 진열해 놓고 파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도도새라는 이름을 가진 새이다.
이 섬의 특산물이라고 보였기에 식용으로 사육하는 도도새가 있다면 고기 맛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였다. 하지만 그 새는 330년 전에 이미 멸종하였다고 한다.
도도새는 잘 뛰지도 못하고 날지도 못하면서 의심할 줄을 모르기 때문에 그 섬에 들르는 뱃사람들에게 쉽게 잡아 먹혀 완전히 멸종됐다는 것이다.잡기가 쉬웠다는데 흩어져 있는 도도새 한 마리만 잡아서 울게 하면 다른 도도새들이 무슨 일인가 알아보려고 모두 뒤뚱거리며 몰려들었다고 한다. 이 도도새가 의심을 배우고 다른 도도새가 울고 있을 때는 궁금하더라도 가면 안된다는 것을 알만큼 진화하기 전에 우리 인간들이 멸종시켜 버린 것이다. 이제는 도자기나 나무로 만든 모형만 남아 있을 뿐이다.
북아메리카에 살던 아름다운 쇠앵무새도 마찬가지의 길을 걸었다. 녹색 몸에 황금색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 새들도 한 때는 엄청나게 많은 숫자가 있었지만 농사에 해가 된다고 해서 사람들이 멸종시켜 버렸다.
이 새들 또한 어리석어서 동료가 사람들의 산탄 총에 맞아 죽으면 멀리 도망가야 할 텐데 총소리가 나면 일단 날아 올라갔다가 죽은 동료를 살펴보려고 곧바로 다시 돌아오는 바보같은 습성을 가졌기에 사냥하기에 쉬웠다고 한다. 이 새들도 인간들의 잔혹함을 배우기도 전에 멸종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멸종의 행진이 끝난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주로 인간들의 경제 우선주의 때문에 서식환경이 파괴되면서 크고 작은 많은 생물들이 멸종되고 있다. 가장 보수적인 숫자를 보더라도 지난 400년 간 동식물 합해서 1,040종이 넘는 멸종이 있었다는데 그 실제의 숫자는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인간들이 우리 자신의 멸종을 피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진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제 핵무기나 화학 물질 등으로 우리 지구의 환경이 파괴된다면, 그래서 온 우주에 인간 정도의 지능을 가진 동물이 우리뿐이었는데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멸종시켜버린다면, 도도새나 쇠앵무새를 멸종시킨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죄를 짓는 것이 될 것이다.
만일 우리의 진화 속도가 도도새나 쇠앵무새만큼 느려서 우리가 멸종된 뒤에나 지구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는다면 이 같이 어리석은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모기처럼 재빠르게 진화해서 멸종의 위험을 미리 피해 나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최근에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 대국들은 몇 천억 달러씩을 퍼 붓고 있지만 지구의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지금 쏟아 붓는 돈의 몇 천분의 일도 쓰려하지 않는다.
경제 회복이란 미명 아래 환경 보호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진화 속도를 염려하지 않을 수없다. 금융위기는 몇 년이든 시간이 지나면 회복 되겠지만 환경 파괴는 회복되더라도 수 천, 수 만년이 걸릴지 모른다.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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