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위생검사를 위탁한 민간 식품위생검사기관이 허위 판정을 내렸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연이은 식품위생 사고로 소비자들의 불안이 팽배해 있는데 검사기관까지 믿을 수 없다니 어떻게 음식을 먹어야 할지 걱정이다. 이번에 적발된 D연구소는 위생검사 결과를 조작해 폐기돼야 할 식품이 버젓이 시중에 유통되도록 했다.
심지어 위생검사를 의뢰받고도 아예 검사 조차 하지 않은 채 '적합'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현재 식약청이 위생검사를 위탁한 민간 검사기관은 65개에 이른다.
제2의 D연구소가 나오지 말란 보장이 없다. 단속을 철저히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식약청이 민간업체에 위생검사를 위탁하는 현행 시스템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검찰에 의하면 D연구소는 2006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2년6개월간 식품업체들로부터 12만721건의 위생검사를 의뢰받았으나 6126건만 검사하고 95%에 달하는 나머지 11만4000여건은 검사도 하지않고 '적합' 판정을 내렸다.
그나마 검사한 식품 중 '부적합'으로 판명된 180여건에 대해서도 해당 식품업체와 공모해 데이터를 조작, 전부 '적합' 판정을 내렸다. 결국 의뢰한 식품 모두가 '적합' 판정을 받은 셈이다.
예컨대 만두의 경우 1g당 세균수 기준치가 10만마리인데, C사 제품 만두에서 1g당 110만마리의 세균이 검출됐지만 8만8천마리만 나온 것으로 기재했다. 기준치의 10배가 넘는 세균이 나온 제품에 합격판정을 준 것이다.
또한 W사의 불고기는 1g당 대장균 수가 810마리가 발견돼 기준치인 10마리의 80배가 넘었지만 이 연구소는 대장균이 한 마리도 없는 '청정식품'으로 판정했다.
이 외에도 참기름과 갈비탕, 육개장, 다진 양념까지 식탁에 흔히 등장하는 주요 품목들에 허위 합격판정을 내렸다. 소비자들은 그동안 세균이 득실대는 불량식품들을 위생검사를 거친 안전한 식품으로 믿고 먹었던 것이다.
이번 일은 해당 검사기관과 식품업체가 1차적으로 책임이 있다.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국민 전체의 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를 놓고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이는 도덕적 문제를 떠나 엄청난 범죄행위다.
그러나 식약청이 민간업체에 식품안전검사를 대행시키는 현재의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 D연구소는 위생검사 결과가 '부적합'으로 나올 경우 해당 식품업체가 다시는 연구소에 검사를 맡기지 않을 것으로 우려, 허위 결과를 발급했다고 한다.
거래가 중단되면 식품업체가 주는 수수료로 먹고사는 검사기관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D연구소는 영업사원을 고용해 다른 검사기관보다 20% 낮은 가격으로 3-5일 빠르게 검사를 해주겠다는 내용의 판촉활동까지 벌였다고 한다.
일종의 '브로커'인 셈이다. 검사기관 간 과당 경쟁으로 검사 수수료를 낮춰주고 영업사원에게 수당을 지급하고 나면 제대로된 검사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식약청이 직접 위생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민간기관에 검사를 맡길 수밖에 없다면 이들 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D연구소의 경우 처리 능력보다 6배나 많은 월 5000건을 처리했다고 보고하고 검사 시약도 실제보다 많이 구입한 것으로 세금계산서를 허위 작성했지만 식약청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허위 판정을 내린 검사기관에 대한 처벌도 문제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허위 판정을 내려도 업무 정지나 허가 취소등 행정처분만 가능하며 관련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D연구소의 경우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11만4000여건에 대해서는 증거 자체가 없어 수사 대상이 되지 못했고 '부적합'을 '적합'으로 바꾼 180여건의 식품중 증거가 확보된 8개사 13개 품목만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
그것도 불량식품을 판 식품업체들의 공범으로 기소됐다. 이 정도 솜방망이 처벌로는 식품안전 범죄를 막을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식품위생검사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식품 관련 범죄에 대해 엄중히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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