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굽은 새우가 노인의 굽은 허리를 곱게 펴준다!
언제부턴가 단풍이오나 했더니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느껴진다. 이런때면 유난히 바다의 보양식 대하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대하는 새우 중에서도 왕중왕에 속하는 십각목 보리 새우과의 갑각류이다. 먹이와 산란을 위해 연안과 깊은 바다를 오가며 생활하는 대형 새우로 수명은 약 1년 정도이며, 소금구이 해산물로 많이 알려져 있는 고급새우이다. 몸집이 큰 새우라는 뜻으로 불리는 대하는 일본 타이쇼 시대부터 많이 잡힌 새우라는 의미의 일본어인 ‘타이쇼에비’에서 유래 됐다.
대하는 끌그물어구를 해저에서 끌어서 해저에 사는 고기를 잡는 어업인 트롤 어업이나 경제성이 높고, 보리새우에 비해 기르는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양식으로도 많이 잡히고 있다.
같은 음식이어도 ‘더 맛있는 때’가 있다고 한다. 지금 서해안은 대하(왕새우)철이다. 5월 초, 양식장에 새끼로 뿌려진 새우는 약 4개월 동안 자라 무게가 25g이 넘으면 대하가 되어 출하되는데, 새우 중 대하는 9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가을과 겨울에 맛이 좋다.
그중에서도 10월 초순부터 10월 말까지 나오는 ‘대하’를 최고로 친다. 자연산도 나오는 시기가 같은데, 봄 바다에서 산란한 새우도 이 맘 때쯤 토실토실 살이 올라 있다.
‘허리 굽은 새우가 노인의 굽은 허리를 곱게 펴준다’는 옛말에서 대하의 효능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고, 중국에서는 ‘남자가 혼자 여행할 때는 새우를 먹지 말라’고 할 정도로 새우는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여 양기를 왕성하게 해 주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대하의 영양성분은 100g당 단백질 20g, 칼슘 2.7g으로 단백질과 칼슘의 밀도가 멸치보다 더 높다. 이처럼 대하에는 많은 칼슘이 들어있고 이것은 골다공증이나 골연화증을 예방해 주는 작용하고, 골절상에도 매우 좋고 눈과 이, 다리를 튼튼하게 해 준다.
대하 껍데기에 들어있는 키틴(키토산)은 항암 효과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현저히 저하시키는 작용을 한다.
대하 속살에 들어있는 타우린은 간의 해독작용을 도와주고, 새우 안주로 술을 마실 경우 잘 취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하는 맛이 달고, 위궤양이나 생인손, 동상, 종기, 옴 등에 걸렸거나 음식에 체했을 때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약물학 지식이 적혀있는 ‘본초강목’에 의하면 대하는 용하(바닷가재) 등과 더불어 신양허쇠(신장이 매우 허약한 상태)를 치료해서 신장을 강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소개하고있다.
대하는 성질이 따뜻한데다가 베타인과 아르기닌 등의 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맛이 달다. 생강, 파, 된장 등을 넣고 끓여서 먹으면 흐르지 못해 괴어 있는 혈액을 출어주고 타박상이나 동맥 경화증, 정맥이 꽈리처럼 부풀어 밖으로 파랗게 비쳐 보이는 정맥류에도 효과가 매우 좋다.
대하를 많이 먹으면 인체에 흡수된 카로틴이 비타민 A로 변하는 특성이 있어 저항력이 길러지고 병에 잘 걸리지 않을 뿐 아니라, 아연 부족으로 인한 미각장애에 효과가 있다. 또한 부인병에 새우를 장복하면 좋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절마다 나오는 제철 재료는 가공하지 않고 원재료 그대로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좋은 식재료는 좋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기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막 건져 올린 대하를 즉석에서 구워 먹는 대하 소금구이는 가장 인기 있는 대하요리 중에 하나이다. 아마 그 맛은 한 여름철 과수원에서 달고 싱싱한 복숭아 하나를 베어 먹는 그런 기분과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대하 소금구이는 그 방법이 매우 간단하지만 대하의 참 맛을 느끼기에도 아주 좋은 요리다. 프라이팬에다 왕소금을 두툼하게 깔고 그 위에 대하를 가지런히 올려둔다. 불판이 뜨거워지면 소금은 열을 받아 돌멩이처럼 단단해진다. 회색 빛이 돌던 대하가 노릇하게 구워지면서 붉게 변하면 꺼내 먹으면 된다.
오동통 살이 오른 가을 대하는 ‘회’로도 별미다. 고급 요리를 할 때는 껍데기를 벗기고 내장을 꺼내기도 하지만, 연한 소금물에 가볍게 씻은 다음, 초장에 찍어 그대로 먹으면 달고 고소한 바다의 맛이 난다.
솥에 넣고 소금을 살짝 뿌려 찌기만 하면 되는 것이 ‘대하찜’이고, 여기에 대하가 빨갛게 익으면 솥의 뚜껑을 열어 김을 빼주면 된다.
대하로 만든 ‘탕’과‘국’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리이다. 고단백 대하 살과 아욱을 한 움큼 넣고 끓여낸 ‘대하 아욱국’은 가을 보양식으로 좋고, 대하와 같은 갑각류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칼슘, 미네랄 등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지만 비타민이 거의 없는 산성 식품이기 때문에 알칼리성 식품인 아욱과 요리하면 환상적 궁합이 될 수 있다.
특히 계절이 바뀌면서 기력이 허해지기 쉬운 요즘 ‘대하 아욱국’의 구수하고 시원한 국물은 헛한 속을 채우기에 좋다.
이외에도 ‘대하튀김’, 대하에 치즈를 얹은 ‘대하도리아’ ‘대하케첩볶음’ 등 대하를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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