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리만 브라더스사가 파산 신청을 하고 나자 10년 전에 IMF 위기를 겪어본 우리나라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제2의 IMF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해서이다. 그 당시의 고통은 아직까지도 떠 올리기조차 싫을 만큼 온 국민이 아팠기 때문일 것이다.
리만 브라더스사는 자산이 6000억 달러에 달한다던데 타이타닉이 침몰할 때처럼 속절없이 순식간에 가라앉아 버렸다. 심한 폭풍우가 온다는 예보가 있음에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항해하던 배가 삼각 파도를 맞아 한 순간에 가라 앉은 격이다.
그런데 왜 선장, 아니 CEO는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 “대마불사”라고 큰 기업은 쉽게 죽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일까.
어느 회사가 그 주식이 잘 분포되어 있으면 특수 관계 주주들이 주식의 50% 이상을 한 개인이나 단체가 보유하거나 동원 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우리나라의 컨셉으로는 주인이 없는 셈이다. 오너가 없어서 위기의식이 없었을까?
사장은 임기가 정해져 있고 임직원들은 언제든지 좋은 조건만 있으면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 주주들이 당장의 주인이긴 하지만 주주들은 속성상 주가에 따라 주식을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하는 것이므로 실제 주인이라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리만 브라더스 주식은 한때 잘 나갈 때는 금년 2월에만 해도 60달러도 넘었다고 하고 주요 간부들은 연말이면 엄청난 보너스를 받을 만큼 실적도 좋았었다고 한다.
그런 주식이 지금은 주당 25센트 이하로 떨어졌다니 아직 팔아 치우지 못한 주식보유자들이 가장 가슴이 아플 것이다. 자기 재산의 가치가 1년 만에 240분의 일로 떨어져 버렸으니 말이다.
제일 정보가 느리거나 행동이 굼뜬 주주들만 매각 타이밍을 놓치고 큰 손해를 보았을 것이 틀림없다.
회장 등 임원은 책임지고 물러나거나 해임 당하고 나면 그 뿐인 것이다. 그들은 다시 재기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스탁옵션도 휴지가 되었겠지만 이미 과거에 벌어 놓은 돈으로 나름대로 풍족한 노후를 살 수 있을 것이다.
미국 경제계에서 유능한 회장이란 주가를 많이 올려주는 사람을 말하기 때문에 주주와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회에서는 경영진이 주가를 높여주는 데에 큰 미끼를 건다.
쉽게 예를 들어 싯가 총액이 1조원쯤 되는 회사의 주가를 50%쯤 올려 놓으면 5000억원의 부가가치가 생긴다. 당연히 1000억원쯤 보너스를 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 이다.
따라서 회장들은 주가를 올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한다. 잔혹한 감원도 무리한 사업 확장도 모두 그 근본에는 막대한 보너스를 따먹기 위한 동기가 숨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주인이 없어 보여도 회사는 제대로 굴러간다. 그 이유는 회사의 중요한 자리에 아주 유능한 사람들을 높은 급여와 보너스로 발탁해서 일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정말 스마트하고 열심히 일한다. 이들이 전략을 짜고 방향을 정하며 기업문화를 새로이 이루어 회사를 바꾼다. 나머지 하부 조직은 “모듈화”되어 있어서 아무나 갖다 넣어도 전혀 무리 없이 굴러가는 것 또한 미국의 기업들의 특징이다.
따라서 유능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커리어”에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일하게 되는데 일단 성과가 나타나면 다른 회사에서 훨씬 높은 돈으로 모셔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도 막강한 권한을 가진 최고 경영자를 잘못 만나면 그 큰 회사도 한 순간에 망할 수 있다. 따라서 최고 경영자를 잘 뽑아야 되고 위기가 닥치면 재빠르게 새로운 경영자로 교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아마도 리만 브라더스의 회장은 과거에 너무 실적이 좋아서 적시에 교체 하기가 쉽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과거에 잘한 사람이 미래에도 잘 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최고 경영자는 잘 대우해주되 필요한 때가 되면 과감히 잘라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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